부산·경남 대표방송 KNN이 제작하고 진재운 감독이 연출한 장편 다큐멘터리 <나무의 노래(The Song of Trees)>가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 방송상인 '2026 프리 이탈리아(Prix Italia)'에서 TV 다큐멘터리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한국 작품이 이 부문에서 본상을 거머쥔 것은 방송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방송계의 오스카' 프리 이탈리아 무대서 프랑스·독일 제치고 정상 등극
<나무의 노래>(KNN·최작기획 공동 제작)는 지난 10월 2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문화수도 라퀼라(L'Aquila)에서 열린 제78회 프리 이탈리아 공식 시상식에서 TV Documentary 부문 최종 수상작으로 호명됐다.1948년 이탈리아 카프리에서 창설된 '프리 이탈리아'는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가 주관하고 대통령 후원으로 개최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국제 방송상으로, '방송계의 오스카'로 불린다. 올해는 52개국에서 226편이 출품된 가운데, <나무의 노래>는 프랑스 공영방송 프랑스 텔레비전(France Télévisions)의 , 독일 공영방송 ARD의 등 유수의 유럽 공영방송 작품들과 당당히 최종 3편의 결선(Finalist)에 올라 치열한 경합 끝에 최고 영예를 안았다.
한국 방송 프로그램이 프리 이탈리아 본상을 받은 것은 1997년, 2006년, 2015년 KBS의 드라마 부문 수상 이후 다큐멘터리 분야에서는 역대 최초의 쾌거다. 2011년 KBS <울지마 톤즈>가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바 있으나, 경쟁 부문 본상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우 느리고 아름다운 침묵의 예술"…심사위원단 극찬 릴레이
수상에 앞서 진행된 최종 인터뷰 심사에서 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의 독보적인 연출 미학과 메시지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북마케도니아 MRT의 게나 테오도시에브스카 심사위원장이 이끈 심사위원단은 영화를 가리켜 "이전에 본 적 없는, 정말 색다르고 독창적인 작품"이자 "매우 강렬하고 느리고, 매우 아름답고, 매우 시적인 경험"이라고 평가했다.빠른 편집과 직관적인 메시지가 지배하는 현대 영상 매체 속에서, 긴 호흡의 촬영과 자연음, 최소화된 내레이션을 통해 '침묵을 설계'하고 관객이 자연과 마주하는 감각을 온전히 복원해 낸 점이 세계적인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진재운 감독은 현지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주인공의 특별한 생애에 끌렸지만, 촬영을 이어가면서 그녀와 나무의 관계에 집중하게 됐다"며, "가능한 한 말을 줄이고 침묵을 설계했는데, 뉴욕에 이어 이탈리아와 영국의 서로 다른 심사 무대에서 그 침묵의 언어에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뜻깊다"고 소감을 전했다.
뉴욕페스티벌 3관왕부터 런던·베트남까지, 전세계 주목
이번 프리 이탈리아 수상은 글로벌 무대에서 이어진 릴레이 쾌거의 정점이다. <나무의 노래>는 앞서 뉴욕페스티벌(New York Festivals TV & Film Awards)에서 장편 다큐멘터리 금상을 포함해 금상 2개, 은상 1개로 3관왕에 올랐으며, TV판인 KNN 특집 다큐멘터리 <무명, 나무 심는 여인> 역시 제53회 한국방송대상 작품상과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수상하며 국내외 작품성을 모두 공인받았다.여기서 그치지 않고 영국의 국제방송협회(AIB)가 주관하는 'The AIBs 2026' 관찰 다큐멘터리(Observational Documentary) 부문에서도 BBC, 알자지라, 블룸버그 등 세계적 언론사의 쟁쟁한 작품들과 나란히 전 세계 단 7편의 공식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으며, 최종 결과는 오는 11월 20일 런던 갈라쇼에서 발표된다. 또한 '제31회 아시안 텔레비전 어워드' 다큐멘터리 연출상 부문 최종 숏리스트에도 올라 오는 11월 베트남 호치민에서의 추가 수상 기대를 높이고 있다.
축구장 3천 개 면적에 100만 그루를 심은 88세 여인의 숭고한 여정
작품의 중심에는 중앙아메리카 니카라과에서 여의도 면적의 7배가 넘는 황무지를 사들여 나무 100만 그루를 심어온 익명의 88세 한국 여성이 있다. 조선 왕가에서 태어나 미국 유학 후 세포·암 생화학 연구원으로 살아가다 60대 중반 시한부 판정을 받은 뒤 숲으로 향한 그녀의 삶은, 인간이 자연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존재하는 것'이 무엇인지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이 감동은 스크린을 넘어 활자로도 확장됐다. 진재운 감독은 촬영 과정의 깊은 사유를 담아 동명의 단행본 《나무의 노래: 나무는 말하고 그녀는 듣는다》(생각의힘)를 출간해 영화와 책이 상호 보완적으로 생각을 확장하는 구조를 완성했다.
영화는 지난 9월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5회 하나뿐인지구영상제 개막작 상영에 이어, 오는 11월 말 일본 니가타에서 열리는 '제5회 세계 습지도시 네트워크 시장단 회의' 공식 상영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