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영화 '암살자(들)'을 개막작으로 결정한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측에 선정 철회를 촉구하는 공식 서한을 의원 전원 명의로 송부했다. 국내에서 점화된 역사왜곡 논쟁이 해외 영화제로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정점식 원내대표를 필두로 한 의원들은 "영화예술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한 요구가 아니다"라며 "실제 피해자와 유가족이 존재하는 역사적 비극을 왜곡한 '암살자(들)'에 '개막작'이라는 특별한 권위를 부여하는 것이 과연 영화제가 수십년간 추구해온 가치에 부합하는지 숙고해 달라는 요청"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원내행정국이 6일 공개한 서신에 따르면, 의원들을 대표한 정 원내대표는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제레미 추아 집행위원장을 수신자로 한 이 글에서 "싱가포르국제영화제가 '암살자(들)'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데 깊은 유감을 표하며, 그 결정을 즉각 재고해주실 것을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9명 전원의 뜻을 모아 촉구한다"고 적었다.
또 싱가포르영화제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라는 점을 들어 "문을 여는 개막작 선정에 더욱 신중한 판단과 책임이 필요하다"고 했다. 단순 출품작을 넘어, 해당 영화제의 가치와 문제의식을 상징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영화 소재가 된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피격사건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사주를 받은 재일교포 문세광의 소행임이 당시 밝혀졌다고 언급했다. 문씨가 사형 전 자신의 범행을 직접 참회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제작진이 육 여사 사망에 당대 권력기관, 특히 배우자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개입 가능성을 묘사했다며 "이는 대한민국 국민 정서에 크게 반하는 역사 왜곡(the film distorts history in a manner that runs deeply counter to public sentiment in the Republic of Korea)"이라고 적었다. 예술적 상상력과 창작의 자유는 존중하지만, 실제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에 미확인 의혹을 결합하는 것은 도의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취지다.
정 원내대표는 유족 당사자인 박지만 EG그룹 회장이 영화의 '배후설'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점,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과 박정희학술원, 육영재단 등이 제작진의 공식 사과와 영화 상영 중단을 요구한 점 등도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꼽았다. 더 나아가, 복수의 탈북민들이 '암살자(들)' 관람 후 북한의 대표적 선전영화 '민족과 운명'을 연상시킨다는 감상을 남긴 점도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을 폄훼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는 것.
예정대로 '암살자(들)'이 싱가포르영화제의 첫 상영작으로 관객에 선보일 경우, 이같은 국내에서의 사회적 갈등과 부정적 영향이 세계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the negative impact currently being seen in the Republic of Korea could spread around the world)는 우려도 내비쳤다.
정 원내대표는 "싱가포르영화제는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알리고, 변화시키고, 영감을 주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삼아왔기에, 세계의 관객에게 '암살자(들)'이 어떠한 역사적 인식을 심어줄 것인지에 대해서도 책임 있는 판단이 필요하다"며 "영화제가 지켜온 명성과 가치에 걸맞은 책임 있는 결정을 기대한다"고 편지를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