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해병 오키나와 여성 살인 파문 확산에…日정부 당혹

총리 공관 앞에서 규탄 집회 열려…日 정부, 반미 여론 고조에 미군 기지 이전 차질 우려 촉각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원, 현지여성 강도살인 혐의 체포. 연합뉴스

지난 3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발생한 주일 미군의 현지 여성 살해 사건 파문이 커지면서 오키나와 내 미군 기지 재배치를 추진 중인 일본 정부가 당혹해하고 있다.

6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전날 밤 도쿄 총리 공관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과 일반 시민들이 주일 미군 살인 만행 규탄 집회를 열었다.

앞서 지난 3일 오키나와 나하시 한 호텔에서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고, 경찰은 다음날인 4일 후텐마 기지 소속 미군 해병대 데빈 제이콥 발라드(20) 일병을 강도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지난 4일에도 오키나와 현지와 도쿄 신주쿠역 앞에서 항의 시위가 열리는 이번 사건에 대한 일본 시민들의 분노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6일 집회에 참석한 30대 여성 회사원은 "오키나와의 과중한 미군 기지 부담 등 정치적 잘못이 여성 피해로 전가됐다"고 비판했다.

한 시민단체 활동가도 "미군기지가 오키나와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국토 면적의 0.6%에 불과한 오키나와에 주일 미군 전용 시설 면적 전체의 무려 70%가 집중된 현실을 개탄하는 목소리다.

오키나와 주일 미군 범죄의 반복은 개인 일탈이 아니라, 오키나와 전체를 군사 기지화해 주민들을 위험에 노출한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일본, 특히 오키나와의 반미 여론이 한층 고조돼 주일 미군 기지 재배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될까봐 일본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 시내 중심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비행장'으로 불리는 미군 해병대 후텐마 기지 이전 작업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후텐마 기지를 오키나와 밖이 아닌 오키나와 북부 해안 지역인 나고시 헤노코로 이전한다는 계획이어서 오키나와 지방정부와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치러진 오키나와 지사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 등 여당이 지지한 보수 후보가 당선돼 일본 정부는 기지 이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번 사건이 찬물을 끼얹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번 사건 발생 직후 소셜미디어 X에 "미국 측에 강력히 항의하고 사건·사고 재발 방지를 강력히 요구했다"고 밝히는 등 일본 정부는 민심을 달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야마모토 아키코 류큐대 교수는 "(미국에 대한) 항의를 정치적인 쇼로 끝내서는 안 된다"며 "오키나와의 미군 기지 집중과 미일주둔군지위협정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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