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사상 최대 4천억 체납 징수…'선박왕' 권혁에 받아냈다

임광현 국세청장이 7일 국세청 기자실에서 권혁 시도 회장체납액 징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국세청이 국세 체납액 1위 '선박왕' 권혁 시도그룹 회장에 대한 개인 체납 세금 4천억 원 징수에 성공했다. 이는 국세청 사상 가장 많은 체납세금 납부액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7일 국세청 본청에서 고액체납 특별대응 TF 운영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월 해외자금추적팀을 시작으로 고액체납 특별대응 TF를 운영해 온 국세청은 체납자 해외은닉재산에 대한 강도높은 추적을 진행해 왔다.

과세당국의 칼 끝에는 '선박왕'으로 알려진 권혁 시도홀딩 회장이 있었다.

권혁 회장은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 동안 개인 체납액 3989억원을 내지 않아 개인 고액 체납자 1위에 올랐다.

"한국 안 산다"던 권혁, "대한민국 경제 기여 원해…장보고 되고파"

지난 2010년 세무조사 후 10년 넘게 국세청과 법정 공방을 벌이다 2024년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지만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티기로 일관해 왔다. 권혁 회장은 당시 국세청과의 법정 공방에서 자신은 우리나라 거주자가 아니기 때문에 납부할 세금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액 악성 체납 축소에 세정역량을 집중해 온 국세청은 국세체납액 1위인 권혁 시도그룹 회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국세청이 추가 탈세 혐의 조사와 은닉재산 추적으로 포위망을 좁히자, 버티기로 일관했던 권 회장도 결국 손을 들었다.

국세청 류충선 국제조세관리관은 권 회장이 돌연 마음을 바꿔 세금을 납부한 이유에 대해 "권 회장이 자신은 대한민국 경제에 기여하고 싶고, 본인의 선박 사업을 통해서 대한민국 장보고가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며 "과세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 사업을 계속 영위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권혁 회장이 세금 납부를 거부하면서 제2차 납세의무를 지게 된 법인들의 징벌적 성격의 체납지정액까지 포함하면 총체납액은 7902억 원에 달한다. 다만 권혁 회장이 개인 체납액을 납부하게 되면 법인에 부과된 세금은 전액 정리될 예정이다.

권 회장은 지난 7월 체납액 3938억 중 현금 1천억 원을 먼저 납부했다. 남은 체납액에 대해서는 납부계획 제출과 선박 5척을 담보로 제공했다. 현재 담보물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감사원의 사전 컨설팅 절차가 진행중이다.

국세청 류충선 국제조세관리관은 "해외의 선박에 대한 첫 담보물 제공"이라며 "감사원의 적극행정 면책 관련한 사전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으며, 담보물의 가치는 체납액을 초과한다"고 설명했다.

임광현 청장은 "한꺼번에 많은 액수의 체납세금을 납부한 건 국세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해외재산에 대한 강제집행 처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장기간의 법적 다툼 등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라이베리아국세청장과 임광현 국세청장이 징수공조 정보교환 실무협정 서명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국세청은 고액 체납 징수 성공 배경으로 해외 주요 국가와의 징수공조를 꼽았다. 지난해 호주와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지난 3월 캄보디아와 징수공조 실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지난 6월에는 라이베리아의 국세청장과 만나 '역외탈세 관련 정보교환 및 체납자의 해외재산 환수' 공조 협약을 맺었다. 라이베리아는 대표적 편의치적국으로, 선박 소유자가 자신의 나라가 아닌 자국 선박을 등록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임 청장은 "라이베리아와 파나마의 국세청장을 초청하고 친서를 보내면서 많은 대화가 오갔다"며 "이 과정에서 실무성인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권혁 회장이 국내 재산이 없기 때문에 해외로 눈을 돌렸고, 이베리아와 파나마의 협조로 권혁 회장의 선박 정보와 위치 등을 제공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액체납 TF 기여 직원들 사무관 승진 실시…인사 보상도

국세청 사상 가장 큰 규모의 체납세액 징수 배경에는 '인적 자원'도 주요 요소로 작용했다. 국세청은 고액체납 특별대응 TF 활동에 기여한 직원들에 대해 사무관 승진을 실시했다. 격무부서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 대한 합리적인 인사 보상체계인 셈이다. 현재 하반기 직원 승진 인사도 진행중이다.

이번 성과를 내실화하기 위한 조직 개편도 진행중이다. 국세청은 특별대응 TF 성과를 시스템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TF를 정규조직화한 세무조사-체납추적 연계 특별조사팀을 서울청 4국 등 전 지방청 비정기 조사국에 최초로 설치할 계획이다.

특별조사팀은 주요 체납자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탈세혐의가 있는 체납자와 법인에 대한 비정기 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특별조사팀에 세무조사, 재산조사, 압류물건 법리검토, 역외정보수집 활용 분야에 역량을 가진 직원을 다음달부터 전격 채용할 계획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체납자가 전세계 어느 곳에도 재산을 숨길 수 없도록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추적해 반드시 징수해 조세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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