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이틀째인 7일 고(故) 육영수 여사 피격 사망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의 역사 왜곡 논란이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교육위원회 국감장으로 번졌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상상력과 창작에는 제약이 있어선 안 된다"며 정부가 창작물 내용에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 장관은 이날 문체위 국감에서 "역사적 사건을 영화화하는 것이 창작의 무제한적 자유 영역이라고 보느냐"는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영화가 역사 왜곡이 맞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국민과 관객이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고 사전 검열이 엄격하게 금지되는 우리나라에서 정부는 창작물 내용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며, 심각한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사법적 절차가 마련돼 있다고 했다.
출연 배우들에 대한 도 넘은 공격을 SNS에서 비판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에는 "창작의 결과물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에 대해서 문체부 장관이 나서지 않으면 누가 나서겠냐"고 반박했다. 최 장관은 지난 5일 SNS에 "영화에 대한 평가는 자유이지만, 창작자에 대한 신변 위협은 민주주의의 파괴"라고 적으며 유해진 등 배우들의 자택 앞 시위와 광고 활동 방해를 비판한 바 있다.
정부 모태펀드 투자에 여당 의원들이 개입했다는 의혹에는 "영화에 투자한 펀드는 모태펀드가 아니라 지난 정부 때 만들어진 자(子)펀드"라며 "정부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체위에서는 질의 전부터 제작진 증인 채택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영화 제작 경위, 악의적으로 내용을 편집한 의도를 궁금해하는 국민이 굉장히 많다"며 허진호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를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저는 오히려 박정희 대통령이 배후인 것은 배제하겠다는 감독의 연출 의도가 보인다"며 "국회로 창작자를 불러내 추궁하는 게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최민희 의원도 "국정감사장이 사상을 검열하는 자리도 아니고, 문화예술 창작의 자유를 억압하는 자리도 아니다"라고 가세했다.
민주당 소속 이재정 위원장은 "영화 내용을 점검하려고 창작자를 국회에 불러오는 것은, 양당 간사가 합의하더라도 위원장이 허락할 수 없다"고 정리했고, 증인 채택은 결국 무산됐다.
교육위에서도 영화가 도마에 올랐다.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은 울산의 한 고등학교가 단체 관람을 추진했다가 취소한 사례를 들며 "이 영화를 보고 학생들이나 국민이 잔상이 남아서 이 사실을 믿고 이야기되는 부분들은 상당히 위험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최교식 교육부 장관은 "잘못된 사실을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역사에 대한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이 "국회는 영화 검열위원회가 아니다"라며 "영화 한 편을 갖고 국민의힘이 당력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언성을 높였고, 국민의힘 소속 김희정 위원장은 마이크를 꺼 제지했다. 민주당 간사 고민정 의원이 진행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자 김 위원장은 "필요하면 법제사법위원회로 가시라"고 받아쳤다. 법사위원장은 민주당 소속이다.
민주당 백승아 의원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영화 '건국전쟁 2'를 관람한 뒤 했던 발언을 인용해 "역사를 기록하는 다양한 방식 그리고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은 모두 다 존중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사실과 허구를 가려낼 수 있도록 비판적 사고력 교육에 힘써 달라고 교육부에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