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035년까지 10년간 재정과 정책금융을 합쳐 1천조 원을 한국형 녹색 대전환(K-GX)에 투입한다. 탄소 감축을 규제 대응에 머물게 두지 않고 철강·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의 새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 국민보고회'를 열고 2026~2035년 10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전략은 재정경제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 등 관계부처와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가 지난 1월 꾸린 민관합동 K-GX 추진단의 논의를 토대로 마련됐다.
우선 우리나라 주력산업이자 온실가스 다배출 5대 업종인 철강·석유화학·시멘트·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정유 산업의 주요 공정 과정을 탈탄소 공정으로 전환하고, 친환경 연·원료 수급과 소비를 늘린다.
철강은 2030년까지 30만 톤급 수소환원제철 실증을 마치고 2037년 상용화에 들어간다. 석유화학은 2028년까지 전기로 납사분해설비(NCC)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바이오·재활용 원료 사용 비율을 현재 0.5%에서 2035년 10%로 높인다. 시멘트는 혼합시멘트 생산 비율을 16%에서 40%로 끌어올린다.
재생에너지는 현재 37GW에서 2030년 100GW로 늘린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30년까지 기존 전선을 대용량으로 교체해 추가 송전용량을 확보하고, 재생에너지 발전단지에서 생산한 전기가 수요처로 직접 공급되는 직류 송배전 산업 등을 육성할 계획이다.
정부는 15년 만에 재생에너지 보급 제도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제도와 현물시장을 없애고, 경쟁입찰을 통한 고정가격 입찰로 일원화하는 세부 방안을 내년 1월까지 마련한다. 태양광 발전단가는 kWh당 150원에서 2030년 100원으로 낮추는 게 목표다.
수송 부문에서는 2035년까지 신규 차량의 70% 이상을 전기·수소차로 채운다. 내년부터는 지역의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고려해 전기차 보조금을 차등 지급한다. 아울러 철도·버스 등 대중교통과 이륜차, 건설장비, 항만·선박 등 전 영역에서 탈탄소화 전환을 달성할 방침이다.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풍력 △소형모듈원자로(SMR) △전력기기 △전력반도체 △히트펌프 △수소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을 10대 녹색산업으로 정했다.
태양광·풍력·이차전지 핵심 품목에는 내년 1분기 국내생산세액공제를 도입하고, SMR은 국가전략기술 지정을 추진한다. 포스코홀딩스의 동남권 수소환원제철, 한화큐셀의 충북 진천·음성 탠덤셀 생산시설, 두산에너빌리티의 창원 SMR 전용공장 등 기업 주도 시그니처 프로젝트에는 220조 원을 투입한다.
이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10년 간 투입하는 1천조 원 가운데 정부 재정은 200조 원이다. 나머지는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 5대 정책금융기관이 조성하는 기후금융 790조 원 이상으로 채운다. 기후금융은 지방에 50% 이상, 중소·중견기업에 70% 이상 배분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후대응기금을 올해 2조 6천억 원에서 내년 7조 6천억 원으로 늘린다. 녹색국채는 내년 상반기까지 세부 방안을 마련해 2028년 첫 발행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배출 업종 지원의 핵심인 전환금융과 관련해 이달 안으로 모범규준 최종안이 나올 예정이다. 반면 5대 업종의 감축 경로를 담을 업종별 GX 로드맵은 연말쯤 발표된다. 정부는 기존 산업별 감축 로드맵에 부합하는지를 따져 전환금융을 우선 적용하고, 업종별 로드맵이 나오면 이를 반영해 기준을 보완할 계획이다.
기후부 오일영 기후에너지실장은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기후금융의 감축 효과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어떻게 연결하느냐는 질문에 "기후금융 하나로 NDC 달성에 몇 퍼센트를 달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정하기는 어렵다"며 "지원 사업별로 온실가스 감축량을 평가하도록 설계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부 강은구 산업환경과장은 업종별 로드맵이 기업 투자 계획만으로 짜이지 않는다며 2035년 NDC 달성을 위한 기술개발, 정부 설비투자 지원, 수소 인프라 구축 등을 종합해 만들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