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아이를 없애려 한 남자, 평생 자신을 몰랐던 남자

휴머니스트 차페크 3부작…민음사 단눈치오 '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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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문학의 거장 카렐 차페크의 '철학소설 3부작'인 '호르두발', '별똥별', '평범한 인생'이 정보라 번역으로 묶여 나왔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다루지만 세 작품 모두 인간의 '진심'과 '진실', 그리고 하나의 얼굴로 설명할 수 없는 자아를 파고든다.

'호르두발'은 생계를 위해 미국에서 일하다 8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유라이 호르두발의 이야기다.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아내는 집안 일꾼과 관계를 맺었고, 결국 두 사람은 호르두발을 살해한다.

소설은 이후 살인사건의 진범을 추적하는 추리소설의 외피를 띠지만, 중심에 놓인 것은 범죄 자체가 아니다. 아내의 외도마저 눈감으면서 호르두발이 지키려 했던 마음은 무엇이었는지, 타인은 과연 한 인간의 진심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지를 되묻는다.

'별똥별'은 반대 방향으로 나아간다. 비행기 사고 뒤 병원으로 실려 온 '환자 X'는 이름도 나이도 국적도 기억하지 못한다. 수녀와 천리안, 시인이 저마다 자신의 경험과 시선으로 그의 정체를 추측하지만, 끝내 하나의 진실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세 사람은 환자 X를 들여다보지만 실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비추어 타인을 해석한다. 차페크는 이를 통해 우리가 타인을 이해한다고 믿는 순간에도 결국 자신의 경험과 욕망을 투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는다.

3부작의 마지막 '평범한 인생'은 시선을 자기 자신에게 돌린다. 심장에 이상이 생겨 죽음을 앞둔 한 남자가 자서전을 쓰며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아버지에게 인정받으려 애쓴 어린 시절과 철학 공부, 철도청 생활, 결혼까지 그의 인생은 얼핏 평범하고 안정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록을 이어갈수록 그 안에서 천재 시인, 건강염려증 환자, 비밀 첩보원처럼 자신이 꿈꾸거나 억눌렀던 또 다른 자아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평범한 한 사람의 내부에 수많은 '나'가 공존하고 있었던 셈이다.

세 작품을 관통하는 이미지는 '심장'이다. '호르두발'이 타인에게 잃어버린 심장을, '별똥별'이 타인이 찾아 나서는 심장을 그린다면, '평범한 인생'은 한 인간 안에 숨어 있던 여러 개의 심장을 마주한다.

이번 판에는 차페크가 직접 쓴 '3부작 후기'도 국내 처음 번역돼 실렸다. 정보라 작가는 체코어 원전을 직접 옮겨 세 작품을 하나의 흐름으로 잇는다.

카렐 차페크 지음 | 정보라 옮김 |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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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배신해 온 남자가 정작 아내의 배신은 견디지 못한다.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장편소설 '순수'는 사랑과 소유욕, 질투와 죄의식이 어떻게 자기기만과 폭력으로 변해가는지를 파고든다.

주인공 툴리오 에르밀은 아내 줄리아나와 두 딸을 두고도 다른 여자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삶을 자유라고 믿지만, 줄리아나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모든 것이 뒤집힌다.

그는 자신의 수많은 외도는 용서받고 싶어 하면서도 아내의 불륜은 받아들이지 못한다.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자 그 아기는 툴리오에게 아무 죄 없는 생명이 아니라 배신의 증거이자 가정을 무너뜨린 '침입자'가 된다.

툴리오는 아내와 과거의 순수를 되찾으려면 아이가 사라져야 한다는 논리를 스스로 만들어간다. 작품은 범죄 자체보다 그 생각에 도달하기까지의 내면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자신의 질투와 증오, 살의까지도 끊임없이 분석하고 정당화하는 모습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떠올리게 한다. 보도자료_세문전 502 순수(최종)

제목 '순수'의 원제 'L'Innocente'는 '죄 없는 사람', '무고한 자'를 뜻한다. 작품에서 가장 무고한 존재는 불륜으로 태어났지만 아무런 책임도 없는 아기다. 그러나 툴리오가 되찾고자 하는 '순수'는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상태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세계를 정리하려는 욕망으로 뒤틀린다. 보도자료_세문전 502 순수(최종)

1892년 발표된 '순수'는 '쾌락', '죽음의 승리'와 함께 단눈치오의 '장미 소설' 3부작을 이룬다. 1976년에는 루키노 비스콘티가 영화 '순수한 사람들'로 옮겼다. 보도자료_세문전 502 순수(최종)

가브리엘레 단눈치오 지음 | 이현경 옮김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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