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내년 5월 시행되는 개정 의료사고분쟁조정법(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을 둘러싼 '위헌 논란'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운영 중인 의료분쟁제도개선협의체에서 탈퇴하기로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소희 의원(초선·비례)도 단체와 함께 제도의 원점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해당 법은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중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인의 형사책임을 완화해주는 것이 골자다.
경실련과 이 의원은 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7년 5월 27일 시행을 전제로 한 졸속 시행령 제정을 중단하고 의료인 형사특례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망 또는 중상해 의료사고에 대해 공소제기를 제한하자는 법안 조문을 원점에서 다시 살펴보자는 취지다.
경실련 측은 "그동안 국민과 환자의 입장에서 제도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의료사고 피해 구제와 환자 안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협의체에 참여해 왔다"고 했다. 하지만, 법률의 근본적 위헌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제도 시행을 전제한 시행령 준비 작업이 강행되면서 협의체 참여가 무의미하다고 느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정부가 해당 협의체의 존재를, 향후 '충분한 사회적 논의'의 명분으로 정당화할 가능성도 우려했다. 시민단체의 참여 자체가 졸속 협의에 정당성을 부여할 순 없다는 게 경실련의 입장이다.
실제로 협의체 논의 당시, 환자 입장에서 낸 목소리가 수용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의료사고 피해자가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으로부터 배상을 받지 못할 경우,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선(先)보상토록 한 '대불제도'의 복원을 주장했지만, 제지당했다는 것. 현재 개정안은 대불제도를 폐지토록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문제점을 알리고자 탈퇴를 선택했다고 한다. 일례로 개정안에 담긴 필수의료행위 관련 형사절차 특례 및 공소제기 제한 등이 여전히 평등권과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죄형 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과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반(反)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의료인의 '중대한 과실'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와 더불어, 환자의 입증 부담과 피해구제 문제도 논의가 거의 진전되지 못했다고 평했다.
경실련과 이 의원은 △시행령 제정 일체 중단과 의료인 형사특례를 재검토할 것 △피해자·유족의 재판절차진술권을 보장할 것 △형사특례의 핵심요건을 시행령이나 의료사고심의위원회에 포괄적으로 위임하지 말고 법률로 규정할 것 △독립적 의료사고 조사체계와 공적 배상체계를 먼저 마련할 것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