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실하고 정 많던 부부가 이렇게 하루아침에…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7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나주시 왕곡면의 한 농촌 마을.
마을회관에 모인 네댓 명의 주민들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함께 담소를 나누고 안부를 묻던 이웃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사실을 아직 믿지 못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서로에게 따뜻한 커피를 타 건네면서도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한 주민은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면서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살해된 부부는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두 자녀는 모두 장성해 광주와 인근 도시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렸고, 부부는 고향에 남아 농사를 지으며 집을 지켜왔다.
다른 이웃 주민은 "이들 부부는 계속 여기서 살던 사람들이고 고향도 여기"라면서 "워낙 마음씨가 좋아 누구에게 원한 사고 그럴 사람들이 아니다"고 말했다.
부부에게 일이 생겼다는 것을 처음 알아챈 것도 이웃들이었다. 인근 마을 친구들과 모임이 있던 전날 밤 약속한 시각이 지나도록 부부가 나타나지 않자 이를 수상히 여긴 마을 이장이 집을 찾은 것이다.
옷가지에 신체가 묶인 채 숨진 부부가 발견된 그날 밤, 캄캄한 마을 골목으로 경찰차가 쉴 새 없이 드나들었고 주민들은 뜬눈으로 밤을 보내야 했다. 한 주민은 "숨진 부부와 가깝게 지내던 한 이웃은 '도저히 저녁에 잠을 못 자겠다'며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나서야 겨우 잠들었다"고 했다.
마을회관에서 나와 바로 보이는 갈림길에서 노랗게 여문 벼가 가득한 논을 향해 잠깐만 걸어가면 숨진 부부의 집이 눈에 들어왔다. 회색 철제 대문 앞엔 노란 경찰 폴리스라인이 비스듬히 걸려 있었다.
부부의 집 바로 옆에 줄지어 선 농기계에는 주인장의 손때가 묻어있었고 그 옆에 묶여있는 아기 강아지는 부부의 소식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부부의 1톤 화물차는 집에서 2km 남짓 떨어진 영산강 죽산보 인근에서 발견됐다. 억새가 우거진 길가에 멈춰 선 파란 화물차에는 농사용품이 그대로 실려 있었고 운전석 앞 유리 쪽에는 블랙박스 전선이 뽑힌 채 늘어져 있었다.
한편 용의자 A씨가 붙잡히기 전까지 주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마을 앞뒤로 강이 흐르고 죽산보로 이어지는 자전거 길이 나 있어 외지인의 발길이 잦은 탓이다. 한 주민은 "자전거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제 무서워서 어떻게 살겠나"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전남 나주경찰서는 용의자를 추적한 지 이틀 차인 이날 오후 2시 40분쯤 전남광주 무안군의 한 아파트에서 강도살인 혐의로 50대 남성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지난 5일 밤 10시쯤 전남광주 나주시 왕곡면 소재 60대 부부의 집에 침입해 부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부부를 살해한 것으로 모자라 이들 소유 현금카드를 빼앗아 현금 자동 입출금기에서 600만 원을 부당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1톤 화물차를 타고 달아난 뒤 영산강 죽산보 인근에 차를 버리고 자전거로 갈아타는 등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가 평소 부부와 알고 지내던 사이인 것으로 보고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