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 원로·은퇴 교수들 "고신 정체성과 전통 스스로 무너뜨려"

고신 교수회 손현보 목사 설교 보고서 '참고만' 결정에 성명 발표
"정치적 판단이 신학보다 앞서"…신학적 판단 권위 약화 우려
"정치 설교 막을 신학적 기준 돼야"…후속 조치 촉구



[앵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가 손현보 목사의 설교를 신학적으로 검토한 고신 교수회의 보고서를 '참고만' 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교단 원로들과 고려신학대학원 은퇴 교수들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신학적 판단보다 정치적 판단이 앞섰다며 총회에 후속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장세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고신총회 원로들과 고려신학대학원 은퇴 교수들이 손현보 목사 설교에 대한 고신 교수회 보고서를 놓고 제76회 총회에서 내린 결정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들은 성명을 내고 "이번 사안의 본질은 고신교회의 강단에서 성경과 신앙고백의 권위가 어떻게 지켜질 것인지, 교단의 신학적 판단이 어떤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고신 제75회 총회는 손 목사의 설교에 대한 신학적 검토를 신대원 교수회에 맡겼고, 교수회는 1년간 연구한 뒤 해당 설교가 고신총회가 채택한 신앙고백의 설교 이해와 구조적으로 충돌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제76회 총회는 이 보고서를 교단의 공식 문서로 채택하지 않고 '참고만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성명에 참여한 고신 원로들과 은퇴 교수들은 이 같은 결정으로 신대원 교수회와 총회 신학부의 신학적 판단의 권위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들은 "고신총회는 중요한 신학적 문제가 발생하면 교수회에 맡겨 연구하게 한 후에 보고서를 받아 교단의 신학적 기준으로 삼는 전통을 이어왔다"며 "이번 총회의 결정은 개혁 신학의 가치보다, 정치적인 판단을 더 위에 둠으로써, 교단의 정체성과 전통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목회자가 설교 시간에 사회와 국가의 문제에 대해 말해선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며 "문제는 정치가 설교의 목적이 되고 성경이 정치적 목적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총회 결정 직후 손현보 목사가 세계로교회 주일설교에서 다시 정치적 발언을 이어갔다는 점을 지적하며 "개교회 목회자들이 각자의 소견에 따라 심한 정치 설교를 하더라도 이를 교단차원에서 저지할 방법이 없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교수회 보고서가 정치 설교로 강단이 훼손되는 것을 막는 신학적 기준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후속 조치를 마련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아울러 총회의 결정에 정치적 신념이나 인간적인 계산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CBS뉴스 장세인입니다.

[영상기자: 최현]
[화면출처: 세계로교회 유튜브]
[영상편집: 서원익]


<다음은 성명서 전문>

76회 총회의 신대원 교수회 보고서 처리에 대한 고려신학대학원 은퇴 교수 및 교단 원로 성명서
"정치가 신학 위에 서게 할 수 없다"

우리는 오랫동안 고신교회에서 교수로, 목사로, 장로로 고신 교회를 섬겨온 교단의 원로로서, 지난 76회 고신총회에서 손현보 목사의 설교에 대한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 연구보고서를 '참고만' 하기로 한 총회의 결정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이번 사안은 특정 목회자 개인에 대한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다. 또한 특정 정치적 진영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문제도 아니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고신교회의 강단에서 성경과 신앙고백의 권위가 어떻게 지켜져야 하는가, 그리고 교단의 신학적 판단이 어떠한 기준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제75회 총회는 서울중부·충청서부·전라노회가 헌의한 손현보 목사의 설교에 대한 신학적 검토를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가 1년간 연구하여 보고하도록 결정하였다. 이에 교수회는 해당 설교 네 편을 면밀히 연구한 후, 그 설교들이 "내용, 방식, 목적 전반에 걸쳐 고신 총회가 채택한 신앙고백 문서의 설교 이해와 구조적으로 충돌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성경이 설교의 중심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을 보조하는 수단 정도로 사용되고 있으며, 설교의 목적이 회심과 성화 및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게 하는 데 있기보다 정치적 각성과 행동 촉구에 놓여 있다고 지적하였다. 총회 신학부는 신대원 교수회의 보고서를 신중히 검토하고 교수회와 토론하여 논의를 거친 후, 최종적으로 76회 총회에 보고했다.

그런데 76회 총회는 유안건(留案件)의 경우 토론 없이 가부를 묻는 기존의 관례를 무시하고, 신대원 교수회 보고서를 교단의 공식 문서로 채택하는 것을 반대하는 총대들에게 연속적으로 발언 기회를 준 후에 "교수회 보고서는 참고만 하기로 하는" 수정안에 대한 가부를 물어 찬성 281표, 반대 69표로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인 손현보 목사에게 자신을 변호할 발언기회를 주기도 했다. 우리는 이러한 총회의 결정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깊은 우려를 표한다.

1. 정치적 고려가 신앙고백과 신학적 판단보다 앞서서는 안 된다
이번 총회에서 보고서를 공식적으로 채택하지 말자는 논리 가운데에는 보고서를 채택할 경우 정치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교단의 갈등과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염려, 특정 설교 몇 편만으로 목회자 전체를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 등이 제기되었다. 우리는 이러한 우려 자체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적 부담, 교단의 갈등, 특정 인물의 영향력, 사회적 파장 등의 요인이 교회 강단에서 정치적 목적이 설교를 지배할 수 있는가 하는 신학적 문제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는가? 총회의 모든 판단은 궁극적으로 성경과 우리가 고백하는 신앙고백에 비추어 이루어져야 한다. 만일 어떤 설교가 고신의 신앙고백과 설교 이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신학적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면, 마땅히 성경적·신학적으로 반박해야 한다. 그러나 총회의 이번 결정에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신학적 근거가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우리는 묻는다. 교단의 평범한 한 목회자가 동일한 방식으로 정치적 설교를 지속하였다면 과연 이번과 같은 판단이 내려졌겠는가? 혹은, 정치적 성향이 정반대인 목회자가 동일한 방식으로 특정 정치인을 반복적으로 비판하고 정치적 행동을 촉구하였다면 과연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었겠는가? 우리는 누구의 정치적 입장을 옹호하거나 반대하려는 것이 아니다. 어느 편의 정치적 입장에 대해서도 동일한 신학적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주장하는 것이다. 정치가 신학 위에 서게 해서는 안 된다.

2. 신대원 교수회와 총회 신학부의 권위를 실추시켰다
우리 교단은 시작부터 교단의 이름을 '고려신학교'의 줄임 말인 '고신'으로 정할 만큼 신대원을 중심으로 운영되어 온 교단이다. 이 전통에 걸맞게, 지금껏 우리 교단은 중요한 신학적인 문제가 발생한 경우, 이를 교수회에 맡겨 연구하게 한 후에, 총회에서 교수회의 보고서를 받아 이를 교단의 신학적인 기준으로 삼는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번 총회는 그런 전통을 깨고, 신대원 교수회와 총회 신학부의 보고서를 단지 참고만 할 수 있는 수준의 문서로 격하시켰다. 신대원 교수들은 장차 우리 교단의 영적인 지도자가 될 목회자 후보생들을 교육하는 중차대한 사명을 가지고 있으며, 총회 신학부와 함께 교단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들에 대한 올바른 신학적 해석과 판단을 하는 중요한 권위를 인정받아 왔다. 그런데 이번 일로 인하여, 교수회와 신학부의 권위가 실추됨으로써 목회자 후보생들의 신학교육과 목회자 양성, 교단 내의 신학적 표준 확립 등에 큰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3. 각자의 소견에 따라 정치 설교를 자행할 빌미를 제공해 주었다
우리는 목회자가 설교 시간에 사회와 국가의 문제에 대하여 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문제는 정치가 설교의 목적이 되고, 성경이 그 정치적 목적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이고, 이번 교수회 보고서가 바로 이 문제를 지적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회 보고서를 단지 참고만 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이제 개 교회 목회자들이 각자의 소견에 따라 심한 정치 설교를 하더라도 이를 교단차원에서 저지할 방법이 없게 되었다. 실제로 총회가 끝난 직후에 있었던 세계로 교회 주일설교 제목은 "아합 왕의 최후와 이재명이 사는 길"이다. 교수회 보고서는 손현보 목사의 설교가 성경이 설교의 중심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을 보조하는 수단 정도로 사용되고 있는 문제점을 분명히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손현보 목사는 문제의 설교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설교 중에는 신대원 교수들을 '어용교수'들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것도 서슴치 않았다. 총회 결정 직후에도 이러한 방식의 설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이번 결정이 정치 설교에 대한 신학적 기준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리의 우려를 더욱 크게 한다. 비단 손현보 목사 뿐일까? 이번 총회의 결정으로 인한 신학 아노미 현상이 앞으로 우리 교단의 주일 강단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게 될 지 심히 우려된다.

4. 개혁 신학의 전통 위에 세워진 교단의 정체성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우리 교단은 1938년 조선예수교 장로교 제27회 총회가 "신사참배가 기독교 교리를 위반하지 않는 애국적 국가의식임을 자각하고, 솔선수범함으로 황국신민으로서 의무를 다하기로" 결의했던 그 잘못된 결정에 맞서,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옥고를 치른 신앙 선배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신앙의 정통'과 '생활의 순결'을 지키기 위해서 고려신학교를 중심으로 세워진 교단이다. 바른 신학에 기초한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는 것이 우리 교단의 정체성인 것이다. 지난 교단 역사에서 이런저런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 교단은 말씀과 신학의 권위가 살아있는 건전한 교단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데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손현보 목사의 설교에 대한 교수회의 보고서를 참고만 하기로 한 이번 총회의 결정은 개혁 신학의 가치보다, 정치적인 판단을 더 위에 둠으로써, 우리 교단의 정체성과 지금까지 우리 교단이 쌓아온 좋은 전통을 스스로 무너뜨린 셈이 되었다. 지나친 정치 설교로부터 강단의 순수성을 지키고자 했던 교수회 보고서를 참고만 할 문서로 격하시킨 것은, 총회가 진리 파수와 교회의 거룩성을 지켜야 할 책임을 정치적 물타기 방법으로 회피한 것에 불과하다. 정치적 이해관계로 신학적 진리를 판단하려 든다면, 우리 교단은 더 이상 개혁주의 신학의 정통성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31장 4항은 공회의 결정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모든 대회나 공회는 사도시대 이후부터 총회이든 지방회이든 간에 오류를 범할 수 있었고 많은 회의들이 실로 오류를 범하였다. 그러므로 회의를 믿음과 생활의 법칙으로 삼지 말고, 믿음과 생활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여야 한다."

이는 물론 총회의 권위를 부정하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총회의 권위조차도 하나님의 말씀과 바른 신학의 권위 아래에 있다는 개혁교회의 원리를 확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76회 총회의 결정을 무조건 절대화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이번 총회의 결정 역시 말씀과 신조에 비추어 성찰되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총회가 이번 결정을 돌아보고, 이 결정이 앞으로 우리 교단과 한국교회 전체에 미치게 될 지대한 영향을 진지하게 숙고해 주기를 다음과 같이 요청한다.

하나, 총회는 이번 결정이 신대원 교수회의 신학적 연구 기능과 권위를 위축시키는 잘못된 선례로 고착되지 않도록 조속한 후속 조치를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
하나, 총회는 '참고만 하기로 한' 신대원 교수회의 보고서가 정치 설교로 강단을 훼손시키는 일을 막는 신학적 기준으로 정당히 기능할 수 있도록 필요한 보완 조치를 마련해 주기를 요청한다.
하나, 강단을 맡고 있는 모든 목회자들은 강단이 자신의 정치적 이념을 설파하는 자리가 아니라 오직 복음과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자리임을 다시 한번 깊이 자각하기 바란다.
하나, 총회는 이번 사안의 경과와 판단 과정을 성찰하고, 앞으로 총회의 최종적인 판단 기준이 오직 말씀과 우리가 믿는 신조와 신학이 될 수 있도록, 정치적인 신념이나 인간적인 계산이 총회의 결정에 개입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기 바란다.
우리는 이 성명이 교단 내의 갈등을 부추기거나 특정 목회자를 정치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우리는 오히려 우리가 평생을 바쳐 섬겨 온 신대원과 고신교회가 바른 신학적 원리 위에 굳게 서기를 바라는 충정에서 이 성명을 발표한다. 정치가 신학 위에 서게 할 수 없다. 교회의 판단은 정치적 유불리가 아니라 오직 말씀의 권위와 우리의 신앙고백 위에 세워져야 한다.

주후 2026년 10월 7일

고려신학대학원 은퇴 교수 및 교단 은퇴 목사, 은퇴 장로
강영안 · 길성남 · 박영돈 · 손봉호 · 양낙흥 · 오병욱
윤희구 · 이만열 · 장희종 · 정근두 · 한성국 · 현유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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