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연통 막아 일가족 참변…법원, 집주인 '9억 원 배상' 선고

2023년 12월 부산 사하구 일가족 일산화탄소 참변
일가족 2명 숨지고 1명 중상
집주인, 베란다 공사로 보일러 배기통 밀폐
창문 닫으면 배기통 배출 유독가스 못 빠져나가
법원 "위험성 알고도 조치 안 해" 배상 책임 인정

일가족 2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진 일산화탄소 중독 추정 사고가 발생한 부산 사하구의 가정집 모습. 보일러 연통이 지붕과 창문으로 밀폐된 모습. 정혜린 기자

베란다 불법 증축 공사를 진행한 뒤 배기통을 외부로 빼지 않아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로 일가족 2명을 숨지게 하고 1명에게 뇌손상을 입힌 집주인이 9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민사1부(김동희 부장판사)는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 피해 일가족 4명이 집주인 A씨와 시공자, 한국가스안전공사, 사하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에게 9억여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집주인 A씨는 지난 2019년 8월 자신이 소유한 사하구의 한 아파트 베란다에 누수를 막기 위해 조립식 패널과 창문 등을 설치하는 공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존 가스보일러 배기통을 베란다 외부로 연장하거나 별도의 환기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채 공사가 마무리됐다.

새로 설치된 구조물 탓에 배기통이 베란다 내부에 밀폐됐고, 창문을 닫을 경우 배기통에서 배출된 유독 가스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구조가 됐다.

이후 2023년 3월 B씨가 이 집에 세를 들어 살기 시작했다. 같은 해 12월 2일 오후 10시 30분쯤 B씨가 가스보일러를 가동하자, 배기가스가 베란다와 연결된 창문을 통해 B씨와 그의 어머니, 외할머니가 잠들어 있던 방으로 유입됐다.

이 사고로 B씨와 외할머니는 일산화탄소 질식으로 숨졌고, B씨의 어머니 C씨는 중독돼 의식을 잃은 상태로 구조됐다. C씨는 저산소성 뇌병증 진단을 받아 현재 혼자서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다.

사고를 조사한 경찰은 A씨를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불구속 송치했고, 법원은 지난해 1월 A씨에게 금고 10개월을 선고했다. 임대인으로서 유독 가스가 실내로 유입되지 않도록 조치할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된 것이다.

이후 C씨 등은 시공상 안전조치와 가스시설 점검, 불법 증축에 대한 지도·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며 시공자와 도시가스 공급업체, 한국가스안전공사, 사하구 등을 상대로 책임을 묻는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가 주택의 구조적 위험성을 알고도 배기통을 외부로 연장하도록 지시하지 않았고, 임대 이후에도 점검이나 수리를 시도한 적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반면 시공자에 대해서는 누수 방지 공사만 맡았을 뿐 가스 시설은 공사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청구를 기각했다. 도시가스 공급업체 역시 대행업체를 통해 정기 안전점검을 진행했으며 점검원의 의무 위반으로 사고가 났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와 사하구에 대해서도 관련 법적 책임이 없다고 보았다.

한편 지난 2023년 12월 부산 사하구의 한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이 사고는 B씨의 집에 요양병원에서 퇴원한 외할머니와 어머니 등 삼대가 함께 모여 시간을 보내다 참변을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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