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CBS(대표 김화영)는 제주 기독교 순례길의 여섯 번째 코스인 '복음의 길'이 9일 오전 10시 사라봉 모충사 잔디광장에서 개장식을 갖는다고 8일 밝혔다.
제주시 사라봉에서 화북·삼양·신촌을 거쳐 조천까지 걷는 '복음의 길'은 신앙과 조국을 하나로 살아낸 전도사 조봉호(1884~1920)의 삶을 기리는 '순국지사 조봉호 기념비'에서 출발한다. 조봉호는 제주성내교회 조사로 헌신하며 독립자금을 모아 임시정부에 보내는 일에 앞장서다 1919년 체포돼 이듬해 대구형무소에서 순국했다. 5코스 '은혜의 첫 길'에서도 소개된 인물로, 두 코스를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사라봉 자락을 따라 별도봉 해안길과 제주4·3사건으로 사라진 마을 곤을동을 지나며, 순례자들은 제주 사람들이 겪은 이별과 상실, 그리고 기억을 통한 회복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화북교회는 1951년 한국전쟁 당시 신의주에서 피난 내려온 장준식 장로와 청년 안구훈이 화북초등학교 옆 풀밭에서 드린 첫 예배로 시작됐다. 갈 곳 없던 피난민들과 지역 주민이 함께 쌓아 올린 기도의 제단은 전쟁의 상처를 위로와 회복으로 승화시킨 현장으로 남아 있다.
삼양교회는 1915년 제주 최초의 파송 선교사 이기풍 목사의 전도로 뿌리내렸다. 신평석씨 자택에서 드려진 첫 예배와 오주병 교우의 초가 헌납을 거쳐 정식 교회로 성장했으며, 청동기·원삼국시대 유적이 남아 있는 삼양동 선사유적지(사적 제416호) 인근에서 제주의 오랜 삶의 터전 위에 복음이 뿌리내린 역사를 보여준다.
신촌교회는 1951년 한국전쟁 피난민 성도들과 조천교회 성도, 마을 주민이 마음을 모아 세운 교회로, 전쟁과 4·3의 상처 속에서도 서로를 품어 안은 화해와 상생의 공동체다.
코스의 중심에는 조천교회와 한 여인의 이야기가 자리한다. 1908년 가을 이기풍 목사의 전도로 복음을 받아들인 천아나 성도는 두 차례 소박의 아픔을 겪으면서도 이듬해 자신의 초가 세 칸을 예배 처소로 헌납했다. 이곳이 훗날 조천교회로 자라났고(1909년 1월 25일 공식 설립), 4·3사건으로 예배당이 불타고 성도들이 순교하는 시련 속에서도 신앙의 절개를 지키며 오늘에 이르렀다.
천아나 성도가 헌납한 조천교회 개낭개 예배당 터에서는 민족의 스승 남강 이승훈 선생이 유배 중 민족 교육을 펼쳤다. 이승훈 선생은 안악사건에 연루돼 1911년 5월부터 10월까지 조천리에서 유배 생활을 하며 제주 성내교회 안에 영흥소학교가 세워지도록 힘쓰고 교육과 산업을 통한 민족 독립을 역설하다, 그해 10월 105인 사건에 연루돼 경성감옥으로 압송됐다.
이 신앙과 교육의 자취는 1919년 3월 21일부터 24일까지 나흘간 이어진 제주 최초의 독립만세운동으로 결실을 맺었다. 조천교회에서 신앙을 키우고 이승훈 선생에게 배운 청년 열네 명이 앞장선 이 운동의 현장이 순례길의 종착지인 조천만세동산(제주항일기념관)이다. 약 58,582㎡ 부지에 1997년 8월 15일 개관한 제주항일기념관과 애국선열추모탑, 창열사 등이 이곳에 함께 자리하고 있다.
제주CBS 김화영 대표는 "'복음의 길'은 소외당했던 한 여인의 순전한 헌신이 마을과 교육, 그리고 민족의 자유를 향한 함성으로 이어진 역사를 걸으며 되짚는 길"이라며 "사료 고증을 거쳐 확인된 사실을 바탕으로 순례 콘텐츠를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9일 열리는 개장식은 개식사와 경과보고, 축사에 이어 테이프 커팅과 현판 제막식으로 진행되며, 개장식 이후에는 모충사 ~ 삼양교회 구간을 함께 걷는 순례길 축하 시연도 마련된다.
한편 제주기독교순례길은 2011년 제주선교 100주년을 기념해 조성되기 시작해 현재 1~5코스가 운영 중이며, 이번 6코스 개장으로 제주 동부 지역까지 순례길이 확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