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직원 실수로 고객 본인 대신 아들 명의 예탁금을 해지해 지급하고, 이 돈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어갔더라도 금융회사가 아들에게 예탁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8일 금융감독워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분조위는 전날 회의를 열고 금융회사가 아들 명의 예탁원금 5000만원과 약정 만기까지의 이자 164만9425원을 합쳐 총 5164만9425원을 지급하도록 조정 결정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에 속은 A씨는 금융회사 지점을 찾아 본인 명의 예탁금 5천만원 해지와 수표 발행을 요청했다.
하지만 창구 직원의 실수로 아들 B씨 명의 예탁금을 해지했다. 이어 해당 돈을 A씨의 수시입출금 계좌로 옮긴 뒤 기존 잔액 4500만원과 합쳐 9500만원짜리 수표를 발행했다. 귀가 후 A씨는 본인이 아닌 아들의 계좌가 해지된 사실을 알게 됐지만, 사기범에게 속에 이를 정정하지 않았다.
사기범이 A씨는 아직 해지하지 않은 A씨 명의 계좌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 돈까지 인출해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A씨는 다시 지점을 방문해 본인 계좌를 추가로 해지해 수표 발행해 사기범에게 전달했다.
이후 A씨는 사기범과 연락이 닿지 않자 보이스피싱 사기임을 깨달았다. 이에 경찰서에 피해사실을 신고했고, 금감원에는 '직원의 과실로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이 확대됐다'는 취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금감원은 금융사가 B씨 계좌를 해지해 그 예탁금을 모친인 A에게 전달한 것은 거래 당사자(B씨)에게 반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B씨에게 여전히 예탁금 반환청구권이 있다고 봤다. 따라서 분조위는 금융사가 B씨에게 원금에 약정만기까지의 이자상당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돈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이득을 얻은 주체는 사기범이므로 A씨에게 부당이득 반환의무를 지울 수 없다고도 판단했다.
분조위는 "A씨는 수표를 보관하고 있었을 뿐 자신의 재산으로 운용하거나 소비한 사실이 없다"라며 "보이스피싱 사기범을 실질적인 이득자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번 분조위 결정이 "금융회사가 가족명의 예탁금의 개설·해지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할 경우,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여부 등에 따라 민사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조정 결정에 금융사와 조정을 신청한 A·B씨가 조정안 수령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수락한다면 조정은 성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