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이냐 공수처냐…현직 대통령 수사권 왜 중요할까[서리풀살롱]

연합뉴스

'현직 대통령도 수사받을 수 있을까.'
 
대법원은 지난 7월 법조계의 오랜 논쟁거리 중 하나인 '대통령 불소추특권'에 대한 첫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방해 사건을 유죄로 판단하면서 "대통령의 직무 수행이나 국가원수로서의 권위 확보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의 수사는 가능하다"고 설명한 것입니다.
 
공수처가 재직 중인 대통령도 수사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헌법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 수사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첫 사례입니다.(참고기사 : "현직 대통령도 수사 가능"…대법, '불소추특권' 첫 기준)
 
그런데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가능하다는 사법부의 판단이 나온 직후, 정치권에서 기묘한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공수처의 기능 개편을 추진하고 나선 것인데요.
 
핵심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에 대한 수사권을 공수처에서 신설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넘기는 것입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7일 국회에서 '공수처 기능 전면 개편' 토론회를 열고 찬반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개편에 찬성하는 측은 검사 25명과 수사관 40명 이내인 공수처의 규모를 고려할 때 수사 대상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공수처를 비롯한 반대 측은 수사권을 넘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수처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최재민 서울지방중수청장이 7일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과 국회의원이라는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최재민 초대 서울중수청장의 취임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최 청장은 "수사기관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국민의 신뢰를 잃었을 때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지 우리는 가장 가까이서 목도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치검찰'의 전철을 밟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는 다짐입니다.

공수처가 문제를 제기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입니다. 공수처는 법률로 독립성을 보장받는 수사기관입니다. 공수처법 제3조는 '대통령, 대통령비서실의 공무원은 수사처의 사무에 관하여 업무보고나 자료제출 요구, 지시, 의견제시, 협의, 그 밖에 직무수행에 관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소속입니다. 중수청법 제6조는 '행정안전부 장관은 일반적으로 중대범죄수사청장과 그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한다. 다만,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중대범죄수사청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옛 검찰청법 제8조를 그대로 차용한 것입니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장관의 지휘권을 법률로 제한했던 검찰도 '정치검찰'이라는 불명예를 피하지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같은 조항을 물려받은 중수청이 정치적 중립을 강조한다고 해서 우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조차 2019년 7월 검찰총장 취임사에서 "검찰권은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 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며 정치적 중립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이를 지킬 수 있는 제도와 실천입니다.
 
최근에는 수사기관 수장들의 국무회의 참석도 논란이 됐습니다. 전종민 중수청장 직무대행과 이정현 공소청장(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지난 6일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함께 국무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해야 하는 기관의 수장들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기관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더 큰 문제는 행안부 장관에게 집중되는 권한입니다. 중수청에 경찰까지, 국가의 핵심 수사기관 두 곳이 모두 행안부 장관의 지휘·감독 체계 아래 놓이게 됩니다. 행안부 장관은 소방청도 지휘하고 선거 사무도 관장합니다.

'권력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행안부 장관은 과연 충분한 견제를 받는 권력인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만약 12·3 내란 당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이런 권한까지 쥐고 있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행안부 장관은 중수청장과 경찰청장에 대한 인사·조직·예산상의 권한을 보유하며, 그 장관을 임명하는 주체는 대통령입니다. 대통령과 그 주변 권력에 대한 수사를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의 지휘계통 안에 있는 기관에만 맡길 경우, 공수처의 설치 필요성에 관한 20여 년 전의 문제의식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결과가 되지 않을 것이라 보장할 수 없습니다."
 
공수처 박상현 수사기획관의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입니다.

검찰의 수사권을 분리하고 중수청을 신설한 취지는 권력의 집중을 막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에게 수사권이 다시 집중된다면 개혁의 취지를 되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직 대통령도 수사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온 지금, 권력 수사의 역사는 새로운 분수령을 맞았습니다. '정치검찰'을 허물고 탄생한 중수청이 살아있는 권력을 겨누는 수사기관이 될지, 이름만 바뀐 권력의 '호위무사'로 전락할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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