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태릉개발'에…野 "유산청은 이중잣대" 與 "적극 대응하라"

종묘 앞 세운4구역 개발 막아선 유산청에 야당 비판 쏟아져
허민 유산청장, 국회 국정감사서 "다른 잣대 대지 않는다" 해명
與 "세계유산, 개발업자 돈벌이 수단 전락해선 안돼" 옹호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사업의 고층 빌딩 조성 계획에 정부와 유네스코가 우려를 나타내는 등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9일 서울 종로구 종묘와 세운 4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 모습. 류영주 기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종로 세운지구 개발과 노원구 태릉골프장 주택 공급 문제를 놓고 허민 국가유산청장 및 여야가 팽팽한 입장차를 확인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가유산청 국정감사에서 태릉CC와 세운4구역에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지적에 "국가유산청은 다른 잣대를 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가유산청이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에는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요구하고 다른 사업도 늦장을 부리면서 태릉CC 개발에만 속도전을 벌인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국가유산청은 세운4구역 고층 건물이 종묘의 역사문화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며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가 기존 합의 기준보다 건축물 높이를 높이도록 사업시행계획을 변경하자 국가유산청은 서울시에 변경 인가 취소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의 '1·29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에 세계문화유산 태릉에 인접한 태릉CC 개발이 포함됐다며 반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은 허 청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 발언을 지적하며 "종묘와 태릉 모두 개발이 가능한지 판단해야 하는 상황인데, 평가를 하기도 전에 사업시행자의 수용태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뉘앙스를 보인게 놀랍다"고 지적했다.

이에 허 청장은 "평가는 보존과 개발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라며 "세운4지구도 2018년에 합의한 대로 개발하면 됐던 문제"라고 답했다.

세운4구역 사업의 세계유산영향평가와 관련한 시행령 개정 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같은 당 정연욱 의원은 평가 시점을 규정한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입법예고 당시 없었던 내용이 추가됐는데도 재입법예고를 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야당과 달리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유산청의 세운4구역 대응을 옹호하며 서울시가 사업시행계획 변경 인가 취소 요청을 거부한 것을 비판했다.

조 의원은 "종묘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문화유산인데,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안 받는다는 것이 말이 되나"라며 "세계유산이 개발업자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2014년에 문화재위원회가 종묘 경관을 고려해 세운 4구역 건축물 최고 높이를 71.9m로 제한해 사업계획 가결했는데 서울시가 갑자기 최고 높이를 145m까지 높였다"며 "개발업자들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닌가"라고도 지적했다.

이에 허 청장은 세운지구 개발에 대해 "안타깝다"면서 "세운지구는 건물로 둘러싸여 있는데 거기에 똑같은 높이의 빌딩이 올라가는 것은 모순인 만큼 세계유산 가치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고 답했다.

조 의원은 서울시가 국가유산청의 사업시행계획 변경 인가 취소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도 "국가유산 보호를 위한 법적절차가 지방자치단체의 일방적 행정행위로 무력화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이 제기했던 태릉CC 주택 공급 문제를 놓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윤 의원은 태릉CC 개발과 관련해 "거기를 아파트 단지로 개발해도 되는지 국토교통부에 물어봤나"라며 "태릉의 세계유산영향평가 결과가 아직 안 나오지 않았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그 평가 결과가 불리하면 태릉CC 경우에 주택 공급 물량을 줄이거나, 아예 개발을 못 할 수도 있는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허 청장은 태릉CC에 68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국토부에서 해야 할 설계의 몫"이라며 "6800가구는 저희들의 몫이 아니다.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전제로 회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 공급 규모 자체는 국가유산청이 판단할 사안이 아니라는 취지다.

한편 정 의원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동 캠퍼스 이전 문제도 17년 간 해결되지 않았는데 왜 세운4구역에 대해서는 세계문화유산을 강조하며 경찰 고발, 인가 취소에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나"라며 "국가유산청의 행정이 '내로남불', '이중잣대'라는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허 청장은 "(문체부 등과 이와 관련해) 10월 27일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며 세계유산위원회에 이전 로드맵을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2009년 조선왕릉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의릉 안에 있는 한예종 시설을 철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17년이 지나도록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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