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 나주시에서 60대 부부를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50대 남성이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면서 경찰이 범행 전후의 행적을 근거로 계획 범죄 여부 규명에 나섰다.
전남 나주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한 50대 A씨를 상대로 범행을 미리 계획했는지,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가 있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지난 5일 오후 9시 30분부터 자정 사이 전남광주 나주시 왕곡면의 한 주택에 들어가 평소 알고 지내던 60대 부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부는 이튿날 오후 손발이 옷가지와 청테이프 등으로 묶인 채 거실과 안방에서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남편의 시신에서는 흉기에 찔린 흔적이 발견됐고 아내에게는 목이 졸린 흔적이 있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들 부부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으려고 찾아간 것이지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의 범행 전후 동선에 주목하고 있다. A씨가 범행 당시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자전거를 타고 피해자 부부의 마을에 들어선 것은 마을 방범용 CCTV에 포착됐다.
범행 뒤에는 자신의 자전거를 부부 소유 1t 화물차에 싣고 마을을 벗어났고 부부의 집에서 약 2km 떨어진 영산강 죽산보 인근에 차량을 버리고 도주했다. 이후 다시 자전거로 약 300m를 이동했다가 이어서 자전거도 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얼굴을 가리고 CCTV 사각지대를 미리 알아둔 뒤에 이동 수단을 바꿔가며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려 한 것으로 보고 이를 계획 범죄의 정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범행에 쓰인 흉기도 수사의 핵심 쟁점이다. 남편의 몸에서는 흉기에 찔린 흔적이 발견됐는데 현장과 화물차에서는 흉기가 발견되지 않았다. A씨는 집 안에 있던 흉기를 썼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은 흉기를 미리 챙겨갔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중이다. 또한 경찰은 A씨가 흉기를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를 중심으로 수색을 벌이고 있다.
A씨가 부부의 현금카드를 훔쳐 달아난 뒤 현금 자동입출금기에서 600만 원을 인출한 점 등을 볼 때 경찰은 처음부터 금품을 노리고 부부의 집에 침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A씨가 부부 소유 현금카드의 비밀번호를 알게 된 경위와 그 과정에 대해서도 추궁하고 있다.
살해 고의 입증 여부는 혐의 적용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강도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가 숨졌더라도 살해 고의가 인정되지 않으면 강도치사죄가 적용될 수 있다. 강도살인죄와는 형량이 다르다.
형법상 강도치사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강도살인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앞서 경찰은 전날 전남광주 무안군의 한 아파트 주거지에서 A씨를 긴급체포했으며, 이날 오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