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혐의없음' 처분에 억울함을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기 안산시 10대 아르바이트생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40대 업주가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사건을 종결했지만 공소청은 CCTV 재분석과 의료 자문 등 보완 수사를 통해 피해자가 당시 항거불능 상태였다는 정황을 확인하고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수원지방공소청 안산지청 형사2부(곽계령 부장검사)는 준강간 혐의로 주점 업주 A씨를 불구속기소 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 28일 안산시 단원구 자신이 운영하는 주점에서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에 있던 아르바이트생 B(당시 19세)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사건을 수사한 안산단원경찰서는 지난 2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A씨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경찰은 주점 내부 CCTV에서 두 사람이 사건 전후 대화를 나누고 함께 이동하거나 서로 배웅하는 모습 등이 확인됐다며 B씨가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사건 당시 만취 상태였음에도 경찰이 한 차례 대면 조사만 진행한 뒤 사건을 종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실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불송치 통보를 받은 B씨는 사흘 뒤인 2월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숨진 B씨의 휴대전화에서는 경찰의 수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고 성관계에 동의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이의신청서가 발견됐다.
이후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경찰이 피해자의 진료 기록과 사건 정황 등을 충분히 살피지 않았다며 수사 과정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경찰은 B씨가 남긴 문서를 정식 이의신청으로 간주해 사건을 공소청에 넘겼다.
사건을 넘겨받은 공소청은 피의자 주거지 압수수색과 CCTV 원본 영상 재분석, 휴대전화 포렌식, 의료 자문 등 보완 수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CCTV에서는 범행 직전 A씨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B씨를 뒤에서 부축해 카메라 사각지대로 데려가는 모습이 확인됐다.
공소청은 다수의 참고인 진술과 B씨의 혈액·소변 감정 결과, 의료 자문 등을 종합해 피해자가 당시 복용하던 약물과 음주의 영향으로 스스로 걷기 어려울 정도의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판단했다.
또 휴대전화 대화 내용을 분석해 두 사람이 평소 이성적 호감을 나누던 관계가 아니었다는 정황을 확인했다. 범행 직후 B씨가 지인들에게 피해 사실을 호소하며 울먹인 녹음파일도 확보했다.
공소청은 이러한 증거를 토대로 A씨가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범행한 것으로 보고 준강간 혐의를 적용했다.
결국 경찰이 CCTV를 근거로 항거불능 상태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던 사건에서 같은 영상의 재분석과 추가 증거 확보를 통해 기소 결정이 내려진 셈이다.
공소청 관계자는 "범행 전후 사정과 객관적 증거들을 토대로 경찰의 애초 불송치 결정과 달리 피고인의 준강간 혐의를 입증했다"며 "피고인에게 죄질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