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 나주시에서 발생한 60대 부부 살인 사건으로 지역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경찰은 수사 상황에 대한 설명을 서로 떠넘기며 모르쇠로 일관해 빈축을 사고 있다.
8일 전남 나주경찰서는 전날 밤 공보지침을 전달받았다며 송치나 기소 전까지는 수사 상황을 일절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기자들에게 전했다. 공보 역할을 맡는 사건 담당 수사과장은 '공개할 것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상급 기관인 전남경찰청은 일선 경찰서에서 진행하는 수사 상황은 자신들도 잘 알지 못한다는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내놓았다. 경찰서는 지침을 탓하고, 지방경찰청은 아는 내용이 없다는 주장을 하면서 결국 어느 쪽도 공보 책임을 지지 않고 떠넘기는 모양새다.
경찰이 이처럼 입을 굳게 닫는 배경으로는 최근 불거진 '장윤기 사건 부실 수사 논란'이 꼽힌다. 당시 사건을 맡은 광주 광산경찰서의 수사 과정이 도마 위에 올라 직원들이 줄줄이 문책을 당하자 이후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 정보 공개를 꺼리는 분위기가 퍼진 것이다.
수사 상황을 잘못 알렸다가는 피의사실 공표나 공무상 비밀 누설 등으로 담당 직원이 고스란히 책임을 떠안게 되는 게 지금의 구조다. 그 책임을 대신 져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 경찰 내부의 하소연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는 비공개가 원칙이고, 무죄추정 원칙 때문에 공보에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자칫 수사 상황 정보를 잘못 흘렸다가는 담당 직원만 크게 다치는 거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 안팎에서는 "무죄추정 원칙과 피의사실 공표를 경계해야 하는 경찰의 처지도 이해는 간다"면서도 "그렇다고 서로 공만 넘기며 입을 닫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외면하는 것인 만큼 주민의 불안을 잠재울 기본적인 수사 상황 공개는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쓴소리를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