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권력은 내가 스스로 올라간다고 생기는 게 아니에요. 나누고 함께 갈 때 만들어지는 겁니다."
4선의 김미경 경기 수원시의회 의장이 제13대 의회를 이끄는 방식은 '나누는 정치'에 가깝다. 자신이 쌓아온 의정 경험은 초선 의원들에게 나누고, 의장에게 집중되는 권한과 스포트라이트는 야당과 나눈다. 여야가 정쟁보다 시민을 위해 함께 일하는 의회를 만들겠다는 김 의장만의 정치 철학이다.
김 의장은 지난 6일 CBS노컷뉴스와 만나 "자주 만나고 자주 소통하는 게 가장 큰 협치"라며 "진정한 권력은 내가 스스로 올라가는 게 아니다. 나누고 함께했을 때 올라가는 것이지 혼자 올라간다고 권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고 힘을 줬다.
의장석까지 나눈 협치…야당 부의장에게 의사진행 양보
이 같은 철학은 최근 수원시의회 본회의에도 그대로 스며들었다. 지난 7월 열린 제403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의원들과 이재준 수원시장을 비롯한 집행부 간부공무원들은 모두 한복을 입고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2026~2027 수원 방문의 해'를 알리고 전통문화와 시민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이날 의회 일정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정작 의장석에는 김 의장이 아닌 국민의힘 소속 유재광 부의장이 앉았다. 김 의장이 야당 소속 부의장에게 의사진행을 양보했기 때문이다. 의장이 본회의장에 있으면 부의장이 대신 회의를 진행할 수 없는 만큼 김 의장은 일부러 자리를 비우고 집무실에 머물렀다.
화려한 한복을 입은 의원들과 집행부가 한자리에 모이고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순간,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의장석을 야당에 양보한 셈이다. 김 의장은 "이번 의회 들어 본회의 의사진행도 부의장과 비슷한 비율로 나눠서 하고 있다"고 했다.
22명 초선 의원의 '엄마'…현장에서 가르치는 생활정치
김 의장의 나눔은 권한에 그치지 않는다. 의회 밖에서는 초선 의원들의 '정치 멘토'를 자처하며 4선 선배로서 의정 경험을 나눈다. 여야를 떠나 모든 초선 의원들과 함께 직접 지역구를 찾아 어떻게 주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어떤 방식으로 민원을 해결하는지 꼼꼼히 조언을 해주고 있다. 말 그대로 김 의장이 22명의 초선 의원들과 함께 하는 '현장 정치 수업'에 가깝다.
김 의장은 "초선 의원들이 지역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어 같이 현장에 가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팩트를 잡아준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현장 정치', '생활 정치'를 함께 펼쳐나가는 데 있어 김 의장에게 여야는 중요하지 않다.
그는 "양당 의원들을 다 불러서 한다. 협치를 하려고 더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여야 의원들이 같은 현장에서 주민의 목소리를 함께 듣고 문제를 푸는 과정 자체가 진정한 협치"라고 강조했다.
어느새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 김 의장이 '엄마'로 불리게 된 배경이다. 김 의장은 "초선 의원들이 저를 보면 '엄마 왔다'고 한다"며 "집행부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민원 해결이 어렵다는 답을 내놓으면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막막할 때 초선 의원들이 편하게 찾아온다"며 흐믓한 표정을 지었다.
주민 민원부터 당내 갈등까지…답은 '소통과 설득'
현장에서 즉석으로 해법을 만들어낸 사례도 있다. 최근 송죽동에서는 한 초등학생이 시민과의 대화에서 학교 주변 쓰레기 무단투기 문제를 제기하자 지역 의원들과 곧바로 현장을 찾았다.
주민들이 쓰레기 투기를 막고 싶어도 별다른 권한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김 의장은 동 행정복지센터에 '지역 보안관'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김 의장은 "현장에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예전에 봤던 사례가 생각났다"며 "바로 해결책을 제안했고 주민들도 좋아했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초선 의원들에게는 주민 민원을 어떻게 풀어가는지 직접 보여주는 현장 수업이 된 셈이다.
김 의장은 이처럼 경험과 권한을 나누는 것이 지난 12대 의회에서 반복됐던 갈등을 지켜본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이번 13대 의회 출범 과정에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의장 선거를 거치면서 여러 갈래로 나뉘었지만 김 의장은 자신의 권위로 밀어붙이기보다 계속 의원들을 만나 설득하며 갈등을 봉합하는 방법을 택했다.
김 의장은 "처음에는 갈래가 나뉘어 있어 통합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전략적으로 끌고 왔다"며 "내 권위를 가지고 끌고 가면 끝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자주 만나서 대화하고 갈라진 부분을 봉합하려고 했다"며 "두 달 정도 정리하면서 지금은 하나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부 결속 이후에는 야당과의 협치에도 속도를 냈다. 출범 이후 불과 이틀 만에 여야 협상을 마치고 원 구성을 끝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도 수시로 만나고, 의사 진행을 부의장과 나누는 등 일상적인 의회 운영에서도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오히려 "야당을 너무 배려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김 의장은 당장의 정치적 유불리보다 협치를 통해 얻는 결과가 더 크다고 믿는다. 그는 "지금 당장 눈앞만 보면 너무 많이 배려한다고 할 수 있다"면서도 "멀리 내다보면 이 협치가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협치는 더 큰 그림 위한 선택"…견제와 감시도 충실히
다만 협치가 집행부에 대한 견제를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김 의장은 다가오는 행정사무감사 역시 정당 간 정치공세가 아닌 '시민을 위한 행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고 올바르게 하는 게 의회다운 모습"이라며 "발목을 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공부하고 제대로 된 견제와 감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선의 경험은 후배들에게, 의장의 권한은 동료에게 나누면서 의회를 하나로 묶겠다는 김 의장. 그가 말하는 협치는 결국 누가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더 많은 주목을 받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김 의장은 "안 되는 것은 안 되지만 나눌 수 있는 것은 다 나누려고 한다"며 "함께 나누고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