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회가 김태호 부산교통공사 사장 후보자와 김명수 부산시설공단 이사장 후보자에 대해 나란히 '부적격' 판단을 내렸다. 앞서 3명의 공공기관장 후보자가 모두 적격 판정을 받은 것과 대조적인 결과로, 이제 공은 전재수 부산시장에게 넘어갔다. 과거 박형준 시장이 시의회의 부적격 판단에도 기관장 임명을 강행한 전례가 있는 만큼 전 시장이 시의회의 결정을 수용할지, 임명을 강행할지 관심이 쏠린다.
전재수 시정 첫 부적격…기관장 5명 중 2명 제동
부산시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8일 김태호 부산교통공사 사장 후보자와 김명수 부산시설공단 이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고 두 후보자 모두 부적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지난 6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두 후보자의 경영능력과 정책수행 능력, 도덕성 등을 검증한 결과다.
전재수 시정 출범 이후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장 후보자가 부적격 판단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시의회는 심재운 부산테크노파크 원장 후보자와 김현준 부산신용보증재단 이사장 후보자, 황선웅 부산경제진흥원 원장 후보자 등 3명에 대해서는 모두 적격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부산시 산하 주요 공기업 두 곳의 기관장 후보자 모두에게 부적격 의견을 제시하면서 시의회의 인사 검증이 실제 인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시의회는 이날 오후 인사청문 경과보고서에 대한 의장 결재를 거쳐 부산시에 즉시 전달할 예정이다.
김태호, KT 소송·이해충돌 우려…임기 중 사퇴도 문제
김태호 부산교통공사 사장 후보자는 과거 직장과 관련한 이해충돌 우려와 책임성 부족 등이 부적격 판단의 주요 사유로 제시됐다.시의회 인사청문특위는 김 후보자가 서울 지역 도시철도 기관장으로 근무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점은 인정했다.
다만 전 직장인 KT와 관련한 소송 처리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와 퇴직 후 직무 연관성이 있는 민간기업에 취업한 데 따른 이해충돌 우려를 지적했다.
여기에 감사 결과에 대한 책임 인식이 미흡하고 과거 기관장 임기 중 사퇴한 전력이 있다는 점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시의회는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김 후보자가 부산교통공사 사장에게 요구되는 자질과 책임성을 충분히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실제 지난 6일 인사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가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KT와 진행 중이던 소송 3건을 화해·조정으로 마무리한 과정이 집중적인 검증 대상에 올랐다.
시의원들은 KT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김 후보자가 친정 회사에 유리한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당시 법무 담당자와 자문 변호사의 검토를 거쳐 공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합의했다고 반박했다.
부산과 직접적인 연고가 없는 역외 인사 논란과 함께 학위·경력·재산 관련 자료 제출이 부실했다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김명수, 전문성 부족·검증자료 신뢰성 우려…노조 갈등도
김명수 부산시설공단 이사장 후보자에 대해서는 시설관리 분야의 직접적인 전문성 부족과 기관 현안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이 부적격 판단의 핵심 근거가 됐다.그러나 시설관리·운영 분야에서 직접적인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하고, 공단의 주요 현안과 사업 영역에 대한 이해 및 준비도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특히 후보자 선정 과정의 적정성과 검증자료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 노동조합과의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 부족도 문제로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전재수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이력이 알려지면서 지명 단계부터 정치적 보은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6일 청문회에서는 선거캠프 경력을 이력에서 제외한 이유와 과거 한국남부발전 상임감사 재직 당시의 출장·법인카드 사용 내역 등을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졌다.
김 후보자는 정치적 색깔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캠프 경력을 제외했다고 설명했으며, 남부발전에서 4년 넘게 근무하면서 안전점검과 경영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의회는 공단 이사장에게 요구되는 전문성과 역량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고 최종 판단했다.
2021년 박형준땐 임명 강행…이번엔 전재수 선택 주목
부산시의회의 인사청문 결과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부산시장이 부적격 의견을 수용해야 할 의무는 없다. 따라서 두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할지, 시의회의 판단과 관계없이 임명을 추진할지는 전 시장의 결정에 달렸다.
부산에서는 과거에도 시의회의 부적격 판단을 둘러싸고 시장과 시의회가 충돌한 사례가 있다.
특히 2021년에는 지금과 정반대의 정치 구도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했던 제8대 부산시의회는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시장이 지명한 한문희 부산교통공사 사장 후보자와 김용학 부산도시공사 사장 후보자에 대해 모두 부적격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박 시장은 시의회의 인사검증 결과를 검토한 뒤 두 후보자의 자질이나 도덕성에 중대한 흠결이 없다고 판단해 2021년 11월 18일 자로 임명을 강행했다.
당시 시의회의 반발과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 등 후폭풍이 이어지면서 부산시와 시의회의 협치에도 균열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재수 시장과 국민의힘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부산시의회가 정반대의 위치에서 인사 문제를 마주하게 됐다.
전 시장이 시의회의 부적격 의견을 받아들여 인선을 다시 추진할지, 박형준 전 시장의 2021년 선례처럼 임명을 강행할지에 따라 향후 부산시와 시의회의 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