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캉이'가 바꾼 부산…시민 순찰대부터 원도심 특수까지

부캉이 '랜턴 테러' 소식에 자율 순찰대 등장
위해 행동 제지할 권한 없어 계도만
북항 친수공원 인파에 인근 원도심 일대 특수
지역 유통업계, 지자체도 '부캉이 마케팅'

부산 북구 북항친수공원에서 시민들이 부캉이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상어 '부캉이'가 20일 넘게 머물며 공원 현장 풍경부터 일대 상권, 지자체 안전 행정, 지역 유통가까지 지역사회 전반에 다채로운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야간 보호 순찰 활동을 시작으로 인근 상권 활성화와 지자체의 해양 안전 대책 수립, 공공 브랜드화까지 부산 전역에 '부캉이 효과'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8일 부산시설공단에 따르면, 최근 부산 북항친수공원 폐장시간 이후 야간에 '부캉이'에게 랜턴을 비추는 행위 등을 막기 위한 '시민 순찰대'가 나타나고 있다.

몇 주간 부캉이의 인기가 이어지자, 공원이 폐장하는 자정 이후 찾아온 일부 방문객들이 부캉이를 보기 위해 대형 랜턴이나 휴대전화 플래시를 수면 위에 비추는 일이 발생했다. 실제로 지난 7일에는 부캉이가 강한 불빛에 깜짝 놀라 급하게 방향을 바꾸는 모습이 온라인에 공개됐으며, 같은 날 오후 주둥이 부근에서 찰과상이 발견되기도 했다.

강한 불빛이 부캉이에게 생태적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유튜버와 시민들은 스스로 '부캉이 지킴이'를 자처하며 자율 순찰에 나섰다. 이들은 현장에서 조명을 비추는 방문객들에게 "플래시를 꺼 달라"며 제지 및 계도 활동을 벌이고 있다. 관리 주체의 인력이 미치기 어려운 야간 시간대에 시민들이 직접 나서 올바른 관람 문화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주말인 지난 4일 부산 북항 친수공원에 상어 '부캉이'를 보기 위한 인파가 몰린 모습. 정혜린 기자

다만 부캉이의 체류가 길어지면서 현장 관리의 제도적 한계도 드러났다. 부캉이가 머무는 수로는 친수공원 내에 있지만, 공유 수면에 해당하기 때문에 관리 주체는 공원을 관리하는 부산시설공단이 아닌 부산항만공사다. 여기에 시설공단 직원에게 수산생물 학대나 위험 행위를 강제로 제지·처벌할 법적 권한이 없어 현장 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시설공단 관계자는 "폐장 시간 출입이나 야간 플래시 투사에 대해 직원들이 지속해서 퇴장 지도와 계도를 실시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부캉이에 대한 특정 행위를 물리적으로 제지할 권한이 없어 공원 내 안내방송이나 현장 구두 주의 수준에 그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부캉이를 보기 위한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면서 북항 친수공원과 인접한 원도심 상권도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부산역과 초량동 일대의 카페, 식당, 편의점 등으로 방문객 유입이 크게 늘어났다.

실제로 친수공원 인근 도시철도 이용객 수가 급증하며 이 같은 인기를 입증했다.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주말 이틀간 부산역 승하차 인원은 부캉이 출몰 직전인 지난달 12~13일 10만 1217명에서 이달 3~4일 14만 9222명으로 약 47%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인근 초량역 역시 1만 9868명에서 2만 5251명으로 27%가량 늘었다.

대선 부캉이 에디션 이미지. 대선주조 제공

부캉이의 장기 체류는 부산 해수욕장의 안전 행정 시스템에도 변화를 끌어냈다. 부산은 연간 2200만 명 이상의 피서객이 찾는 국내 대표 해양도시임에도, 부산 주요 해수욕장 7곳엔 상어 유입을 막는 별도 시설은 갖춰져 있지 않는 등 세부 대응 매뉴얼은 다소 부족한 실정이다.

부캉이의 출현을 계기로 부산시는 다음 달 해수욕장 관할 지자체, 해경 등과 함께 여는 '2026년 해수욕장 운영 평가 보고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유해생물 대응책 마련'을 안건으로 올린다. 시는 7개 주요 해수욕장의 상어 대응 장비 실태를 점검하고 추가 장비 도입을 검토할 방침이다. 부산시가 해수욕장 상어 유입 대책을 공식 논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역 유통·마케팅 업계와 지자체의 발 빠른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부산 향토 주류업체인 대선주조는 상어 캐릭터 라벨을 적용한 한정판 '대선 부캉이 에디션'을 출시했다. '죠스바'와 '고래밥' 등 상어와 관련된 제품을 판매하는 다른 브랜드들 역시 공식 SNS 및 온라인 채널을 통해 '부캉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부산시는 부캉이를 부산시 명예홍보대사로 위촉한 데 이어 '부캉이' 상표권을 출원해 공공 브랜드 자산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북항 친수공원이 위치한 부산 동구 또한 스토리를 담은 상어 캐릭터 공모전을 진행하는 등 부캉이와 연계한 지역 관광 콘텐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산 동구 관계자는 "지역 내 식당이나 가게에 손님들이 많이 찾아와 다들 부캉이 이야기를 한다고 들었다. 부캉이 덕분에 일대 상권 분위기가 좋아졌다"며 "북항 친수공원뿐 아니라 동구 지역 안에서 새롭게 만드는 상어 캐릭터와 포토존 등을 관광 콘텐츠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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