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6천원, 동네 1만원…국감장 달군 '달걀의 경제학'[딥뉴스]

760억 예산 쏟아부어도 판매처 따라 고무줄 가격
'깜깜이 정산' 막으려 만든 기준표 두고 국감장 격돌
소비자 할인 넘어 '투명한 정산 체계' 대안 제시돼야
오늘 아침 밥상에 올린 달걀 한 판, 얼마에 사셨나요?

연합뉴스

어느 대형마트에서는 할인표가 붙어 달걀 한판이 6천 원대인데, 집 앞 식자재마트에선 1만 원 가까이 하기도 합니다. 같은 달걀인데 왜 가격이 들쑥날쑥할까요? 지난 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는 이 '달걀의 경제학'을 둘러싸고 농림축산식품부와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이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정부가 왜 생산자하고 싸우려 합니까?" (민주당 임미애 의원)
"생산자하고 왜 싸웁니까?"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공방을 이해하려면 달걀값을 두 가지로 나눠 볼 필요가 있습니다. 소비자가 매장에서 내는 값과 농가가 달걀을 팔고 받는 값입니다. 정부는 앞의 값을 낮추는 데 예산을 쏟았습니다. 하지만 갈등의 뿌리는 뒤의 값, 즉 농가가 받는 값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있습니다.

760억 쏟아부은 할인…대형마트 웃을 때 동네마트는?


먼저 소비자가 내는 값부터 보겠습니다.

정부는 소비자 부담을 줄이겠다며 농축산물 할인 지원 사업 예산을 2023년 1305억원에서 올해 4580억원으로 3배 이상 대폭 늘렸습니다. 이 중 단일 품목으로 가장 많은 돈이 투입된 것이 달걀입니다. 올해 전체 449개 지원 품목 중 달걀 하나에만 무려 16.6%(760억 원)가 투입됐습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습니다. 정부 지원을 받는 대형마트에서는 달걀 한 판을 6200원에 살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동네 식자재마트나 일반 슈퍼마켓에서는 여전히 9900원~1만 원대 가격표가 붙었습니다.

정부 예산으로 가격을 인위적으로 누르면서 당장 소비자 지출은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달걀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데 드는 비용 자체가 낮아진 건 아닙니다. 오히려 할인 예산이 대형마트로 집중되면서 판매처 간의 평등한 경쟁 조건이 깨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게다가 축산물품질평가원(축평원)이 지정한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41곳을 중심으로 소비자 가격을 산출하다 보니, 공식 발표되는 물가 지표와 국민들이 동네에서 체감하는 물가 사이 갭은 더욱 벌어지는 문제도 있습니다.

물건부터 주고 정산은 한 달 뒤? '가격표' 없는 달걀 시장

그렇다면 달걀을 생산하는 농가는 어떤 값을 받고 있을까요. 문제는 오히려 이쪽이 더 불투명하다는 데 있습니다.

돼지고기나 소고기, 채소는 도매시장이나 공판장이 있어 "오늘 시세가 이렇다"는 기준이 투명하게 공개됩니다. 달걀은 다릅니다. 농가가 유통업체에 달걀을 먼저 보낸 뒤, 한 달이나 한 달 반이 지나서야 대금을 정산받는 '후정산 관행' 구조입니다. 생산자가 유통책에 물건을 넘길 때 정작 얼마를 받을지 모르는 셈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규모 농가들이 모인 산란계협회는 일종의 이정표로 '고시 가격(참고 시세)'을 만들어 발표해 왔습니다.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한 농가의 자구책이라는 것이 협회 측 설명입니다.

정부 판단은 달랐습니다. 협회가 기준 가격을 내놓으면 거래가 사실상 그 가격에 맞춰 이뤄지면서 오히려 도매가격을 끌어올린다는 겁니다. 농식품부는 이 고시 가격이 일종의 '담합' 역할을 한다고 보고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의뢰했습니다. 공정위는 협회에 과징금 약 6억원을 부과했고, 농식품부는 지난 7월 협회의 설립허가를 취소했습니다. 다만 이후 법원이 설립허가 취소 처분의 집행정지를 인용하면서 협회는 법인 자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임미애 의원은 이를 두고 "공급 부족으로 오른 가격을 협회 탓으로 돌리며 결론을 정해놓고 폭력적으로 밀어붙였다"고 비판했습니다. 당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살처분과 이동 제한, 가공란 수입 차질 등 공급 악재가 겹쳤는데도 정부가 가격 상승의 책임을 협회에 떠넘겼다는 지적입니다.

반면 송 장관은 "담합 때문이 아니라, 가격 고시를 하지 않겠다는 설립 조건을 번번이 어겼기 때문"이라며 행정 처분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순수익 10억" 장관의 계산법과 사라진 핵심 대안

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오른쪽). 황진환 기자

송 장관은 정부 정책이 생산 기반을 훼손한다는 지적에 농가 수익성을 들어 반박했습니다. "지난해 산란계 마리당 순수익이 1만 2500원으로, 8만 마리를 키우면 10억원의 순수익이 난다"는 설명입니다. 올해 6월까지 신규 허가 농가가 40곳이고, 다른 축종에서 산란계로 전환한 농가도 56곳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쟁점은 농가가 얼마를 버느냐가 아니라 값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입니다. 장관이 든 수치는 평균일 뿐, 사육 규모와 생산비, 판매 조건에 따라 농가별 수익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신규 허가 건수도 실제 입식과 생산량 증가로 얼마나 이어졌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무엇보다 수익이 나더라도, 값을 모른 채 물건부터 넘기는 구조라면 거래 기준이 불명확한 문제는 그대로 남습니다.

이 때문에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달걀 정산소'입니다. 농가가 달걀을 납품하고 대금을 받는 과정에서 가격과 정산 기준을 명확히 하자는 취지입니다. 다만 어떤 거래 정보를 수집할지, 누가 운영하고 농가와 유통업체의 참여를 어떻게 확보할지 등 구체적인 설계가 필요합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설립 요구에 대해 아직 검토 단계라는 입장입니다. 

달걀 할인 지원은 당장 장바구니 부담을 조금 덜어주는 '응급처치'는 될 수 있습니다. 농가가 제값을 확인하고 투명하게 정산받는 구조를 만들지 못한다면 예산 지원이 끝나는 순간 달걀값은 언제든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나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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