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허리야" 옛말…농촌에 등장한 구원투수


"아이고, 어깨야, 허리야."

과일나무를 올려다보며 하루 종일 팔을 뻗고, 무거운 짐을 나르느라 허리를 굽히는 농부들에게 만성 통증은 훈장과도 같았다. 실제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농업인의 근골격계 질환 유병률은 6.8%에 달하며, 그중 절반 가까이(48.2%)가 허리, 38.7%가 어깨 통증을 호소한다. 하지만 앞으로 농촌에서 이런 탄식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고된 농작업의 부담을 확 덜어주는 '산업용 웨어러블(착용형) 로봇'이 농촌 들녘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농촌진흥청, 건국대학교 등과 협력해 농업인의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고 작업 효율을 높이는 웨어러블 로봇 보급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착용형 로봇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노컷TV 캡처

로봇은 다름 아닌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에서 개발한 제품이다. 크고 무거운 기계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번에 시범 보급된 로봇은 조끼를 포함해 전체 무게가 1.9kg에 불과한 '초경량 초밀착형'이다. 무엇보다 전원이 필요 없는 무동력 구조여서 배터리 방전 걱정 없이 장시간 밭일이 가능하다. 농부가 힘을 써야 하는 특정 자세에서만 부드럽게 작동해 몸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착용형 로봇을 입고 과수원 관리 작업을 손쉽게 하고 있는 모습. 노컷TV 캡처

효과는 수치로도 증명됐다. 포도, 사과, 배, 복숭아 등 높은 곳에 달린 과일을 수확하거나 봉지를 씌우려면 하루 종일 팔을 어깨 위로 들고 있어야 한다. 농촌진흥청 연구 결과, 이 로봇을 착용하고 5가지 작목 환경에서 일했을 때 어깨 근육 사용량이 평균 33%나 감소했다. 현대차·기아 측 역시 "어깨 관절이 받는 부담은 약 60%, 삼각근 활성도는 약 30%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몸에 가해지는 노동 강도가 3분의 1에서 절반 이상 깎여나가는 셈이다.

현장의 반응도 뜨겁다. 경기 안성에서 30년째 포도와 배 농사를 짓고 있는 이인동 씨는 "올해 처음 로봇을 입고 농사를 지어보니, 예년과 달리 팔, 허리, 어깨에 부상도 없고 훨씬 수월하게 일할 수 있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특히 이 웨어러블 로봇은 상대적으로 근력이 약한 고령 농업인이나 여성 농업인들에게 구세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젊은 일손을 구하기 하늘의 별 따기인 농촌 현실에서, 첨단 기술이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이석형 한국농업기술진흥원장. 노컷TV 캡처

이석형 한국농업기술진흥원장은 "농업 현장의 일손 부족과 고령화가 갈수록 심화되는 가운데, 착용형 로봇 같은 첨단 기술은 농작업 안전과 효율을 동시에 잡는 열쇠"라며 "앞으로도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다양한 농업 신기술이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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