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을 회사에 내고 결혼축하금을 받았지만, 실제로 결혼하지 않았다면 사기죄일까.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1부(진현지 부장판사)는 지난 6일 사기와 업무상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의 항소심 공판을 열고 변론을 종결했다. 앞서 1심은 이씨가 실제 결혼할 의사 없이 회사로부터 축하금을 받아냈다고 보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사건은 2022년 8월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씨는 당시 회사 총무팀에 "캐나다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며 결혼축하금과 경조휴가를 신청했다.
회사 담당자가 경조금과 휴가 처리를 위해 청첩장을 요구하자 이씨는 처음에는 "청첩장이 없다"고 답했다. 회사가 결혼 사실을 확인할 사진이나, 신랑과 이씨가 서명한 사실혼관계증명서 등 증빙자료를 요구하자 이씨는 직접 파워포인트(PPT)로 청첩장을 만들어 제출했다.
회사는 이씨에게 결혼축하금 50만원을 지급하고 경조휴가를 승인했다. 이씨는 이후 캐나다로 출국했다가 '8월 8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검찰은 이씨가 실제 결혼할 의사나 계획이 없었음에도 결혼을 앞둔 것처럼 회사를 속여 결혼축하금을 받아냈다고 보고 사기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이씨가 직접 만든 청첩장에는 결혼 날짜가 '8월 10일'이라고 적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귀국 이튿날인 9일 회사에 결혼일을 다시 '8월 1일'로 적은 경조금 신청서와 청첩장 등을 제출했다. 경조휴가에서 복귀한 뒤에는 수정한 신청서를 다시 냈고, 직장 동료들에게 결혼 답례품까지 돌렸다.
이씨는 실제 결혼 예정이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파혼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주변의 이목을 고려해 파혼 사실을 곧바로 알리지 못했고, 받은 축하금 역시 회사에 반환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주장대로 파혼 사실을 피해자 회사나 동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회사에 경조금 신청서, 경조 휴가 신청서를 제출하고 동료들에게 답례품까지 돌리는 것은 회사를 기망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씨는 회사로부터 반환 요구를 받은 뒤인 2022년 8월 25일에야 50만원을 돌려줬다. 하지만 재판부는 결혼축하금을 나중에 돌려준 것도 사기죄가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항소심에서도 실제 결혼할 의사가 있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특히 당시 결혼이 한 차례 무산됐더라도 다시 결혼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회사에 곧바로 알리지 않았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한편 이씨는 이와 별도로 회사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해 41만 239원의 손해를 끼친 업무상배임 혐의도 1심에서 유죄로 인정받았다. 이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오는 29일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