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노벨문학상은 캐나다 시인이자 고전학자인 앤 카슨(76)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8일(한국시간) 카슨을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고전문학과 자유롭게 대화하면서 시와 산문, 번역 등의 경계를 허물고 현대문학의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온 작품 세계를 높이 평가했다.
카슨은 한 가지 이름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작가다. 시인이면서 에세이스트이고, 고대 그리스 문학을 연구하고 번역해온 고전학자이기도 하다. 소설처럼 읽히는 시를 쓰는가 하면 시와 에세이, 비평과 번역을 한 작품 안에 섞기도 한다.
1950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난 그는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고전학을 공부해 학사와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맥길대와 프린스턴대, 미시간대 등에서 고전문학을 가르쳤다.
그의 작품에는 고대 그리스 신화와 문학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옛이야기를 그대로 옮기는 방식은 아니다. 신화 속 인물을 오늘의 인물처럼 다시 불러내 사랑과 욕망, 이별과 상실 같은 감정을 새롭게 보여준다.
대표작 '빨강의 자서전'(Autobiography of Red)이 그렇다. 그리스 신화에서 헤라클레스에게 죽임을 당하는 괴물 게리온을 외로운 소년으로 바꿔 사랑과 성장의 이야기로 다시 썼다. 영웅이 아닌 '괴물'의 눈으로 신화를 뒤집은 작품으로 카슨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이후 게리온의 중년을 그린 '레드 닥>'(Red Doc>), 부부의 사랑과 파탄을 29번의 탱고 형식으로 풀어낸 '남편의 아름다움'(The Beauty of the Husband) 등이 이어졌다. '남편의 아름다움'으로는 2001년 여성 최초로 영국 T.S. 엘리엇상을 받았다.
오빠의 죽음을 다룬 '녹스'(Nox)는 책의 형태부터 독특하다. 사진과 편지, 사전의 단어, 기억의 조각들을 한데 엮은 애도의 기록이다. 국내판 역시 긴 종이가 이어지는 아코디언북 형태로 출간됐다.
'플로트'(Float)는 시와 에세이, 강연, 희곡 등 서로 다른 형식의 글 22편을 각각의 소책자로 만들어 한 상자에 담았다. 문학 장르뿐 아니라 '책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라는 고정관념까지 흔든 작품이다.
국내에는 이 밖에도 사랑과 욕망을 고대 문학과 함께 읽은 '에로스, 달콤씁쓸한', 시와 산문을 엮은 '플레인워터',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 '짧은 이야기들' 등이 번역돼 있다. 현재 국내 서점에서 유통되는 주요 번역서는 9종 안팎에 이른다.
카슨에게 고전은 오래된 작품을 연구하는 대상에 그치지 않았다. 사포와 에우리피데스 등 고대 작가들의 글을 번역하고 다시 쓰면서 수천 년 전 인물의 사랑과 슬픔을 지금의 독자에게 연결했다.
이 때문에 그의 작품은 어렵다는 인상과 동시에 매우 현대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오래된 신화를 가져오면서도 이별한 연인의 마음이나 가족을 잃은 슬픔처럼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카슨은 맥아더 펠로십과 그리핀 시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세계 문학계에서 이어온 40여 년의 작업을 인정받게 됐다. 노벨문학상 상금은 1200만 스웨덴크로나(약 16억 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