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후반기 국정 동력 수위를 판가름할 11월 중간선거가 25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집권 여당인 공화당 지지층의 투표 열기가 예전같지 않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 언론들은 공화당 지지자들이 중간선거에서 투표를 포기하면서 민주당이 승리하는 '붉은 역류'(레드 언더토우·red undertow)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저치로 떨어진 트럼프 국정지지율…남성 표심도 변화
로이터 통신은 8일(현지시간)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난 2024년 대선 당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의 48%가 이번 중간선거 투표에 '매우 열의가 있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 중 같은 답변을 한 비율은 30%에 머물렀다.
투표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응답도 해리스 지지층은 76%였지만, 트럼프 지지층은 63%에 그쳤다.
지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남성 유권자들의 표심도 변했다.
'오늘 의회 선거가 치러진다면 어느 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남성 응답자의 43%가 민주당을, 39%가 공화당을 택했다.
2024년 대선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성 유권자 사이에서 해리스 후보를 12%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는데 이번엔 역전됐다.
이같은 변화의 근원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정책에 대한 불만이 자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2%로 지난달 조사와 마찬가지로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란전쟁 장기화가 촉발한 국제유가 급등과 미국 내 인플레이션,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각종 설화(舌禍)에 따른 정치적 부담도 공화당 입장에서는 악재다.
이번 조사에서 유권자들은 중간선거 투표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문제로 생활비 부담을 꼽기도 했다.
투표에 열의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 가운데 62%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고 싶어서라는 응답은 36%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성인 4천50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2%포인트다.
공화당, 상·하원 다수당 지위 민주당에 뺏길까
통상 미국 대통령 취임 2년 후에 치러지는 중간선거는 현직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라는 성격이 강하다.
이에 따라 집권여당은 야당에 뺏기는 상·하원 의석수를 최소한으로 막아야 한다.
이번 중간선거로 연방 상원의원 100석 중 35석, 연방 하원의원 435석 전체의 주인이 바뀐다.
현재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과반 의석을 석권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앞서 지난달 25일 비당파적 선거 예측기관인 '쿡 폴리티컬 리포트'는 하원 접전 선거구들 중 최대 15곳을 '민주당 우세' 지역으로 분류하면서 민주당이 220~230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올해 초만해도 하원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더라도 상원 만큼은 공화당이 과반 의석을 지킬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공화당 상원의 다수당 지위도 흔들리고 있다.
현재 공화당은 상원에서 3석 차이로 다수당 지위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4석을 뺏기면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석권하게 된다.
앞서 악시오스는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에서는 공화당 패배가 확실해 보이며, 텍사스·플로리다·알래스카·메인은 접전이라고 분석했다.
"실망한 지지자들의 투표 포기 징후 곳곳에서 나타나"
전통적으로 중간선거는 대선과 달리 투표율이 현저히 낮다.
대통령 후보라는 2명이 미국 전체 유권자들의 주목을 받는 대선과 달리, 중간선거에 출마하는 각 지역 후보자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정치적 관심도는 크게 떨어진다.
이에 따라 강력한 지지층을 누가 더 많이 투표장으로 이끌 수 있는지가 중요 선거 전략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 민주당 후보들을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진영을 자극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공화당 전략가 찰리 제로우는 "공화당 지지층의 투표 열기를 끌어올려야 한다. 투표율이 이번 중간선거 결과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 트럼프 대통령에게 열광했던 일명 '샤이 트럼프'(Shy Trump) 유권자들이 얼마나 투표장에 나올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불신과 정책적 실망감으로 보수층이 야당인 민주당 후보를 찍지는 않지만, 아예 투표장에 가지 않는 방식으로 표심을 드러낼 가능성도 크다.
가뜩이나 투표율이 높지 않은 중간선거지만, 민주당 지지층은 트럼프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강력한 투표 동기가 존재한다.
반면 공화당 지지층은 고물가나 생활고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높아져 결집력이 약해지고 투표율 자체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실망한 공화당 지지자들이 중간선거에서 투표를 포기할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민주당 지지율이 높아서 공화당이 패배하는 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대한 반감이 더 커서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현상은 '레드 언더토우'(붉은 역류)로 불린다.
민주당 지지율이 크게 오르는 '블루 웨이브'(blue wave·푸른 물결)와 상반되는 정치적 현상이다.
'쿡 폴리티컬 리포트'의 창립자인 찰리 쿡도 최근 악시오스에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블루 웨이브'(blue wave·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 물결')로 승리할 것으로 예측해왔지만, 저는 오히려 '레드 언더토우'(red undertow·공화당 상징색인 '붉은색 역류')로 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