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호> 정부가 10년간 1천조 원을 투입하는 한국형 녹색대전환 K-GX 전략을 내놨습니다. 철강 등 5대 업종은 탈탄소로 전환하고 10대 녹색산업을 육성하는 게 골자인데요. 녹색전환, 새로운 성장의 마중물이 될지 알아보겠습니다. CBS 정책부 양형욱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 양형욱> 안녕하세요. 오늘은 두 가지 소식 준비해 봤습니다. 먼저 첫 번째 소식은요. 녹색대전환 10년간 1천조 투입. 정부가 어제 한국형 녹색대전환 K-GX 전략 국민보고회를 열었습니다. 그동안 저희가 3대 메가 프로젝트 관련해서 소식 많이 다뤘는데 3대 메가 프로젝트는 전 세계 핵심축인 AI 혁신, 녹색대전환 중에 AI 혁신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면요. 이번에 발표된 K-GX는 녹색전환에 관한 국가 핵심 전략입니다. 그만큼 중요한 이슈라서 오늘 자세히 다뤄보려고 합니다.
◆ 홍종호> 이른바 디지털 전환, 녹색전환, 글로벌 양대 전환이죠. 모든 선진국이 다 추구하는 경제, 사회, 환경, 기후 전략인데요. 한국 정부 버전이 K-AX, K-GX 영어 약자로 돼 있어요. AI에 비해 그린, 그동안에 이 녹색이 많이 정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린 분위기였는데 이번에 공개가 됐습니다.
◇ 양형욱> 네, 저희도 기후에서도 언제 발표하냐, 이런 원성도 잦았는데 K-GX는 화석 연료에 기대던 기존의 산업 구조를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는 방향으로 탈바꿈하는 구상입니다. 작년 말 국무회의 첫 보고를 시작으로 경제부총리가 단장을 맡은 민관합동추진단이 9개월 가까이 전략을 준비해 왔고요.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AI, 에너지와 함께 녹색대전환을 3대 K-이니셔티브로 내걸기도 했습니다.
◆ 홍종호> 네, 9개월이면 꽤 오랫동안 정부가 준비해 온 건데요. 내용 설명 좀 해주세요.
◇ 양형욱> 네, 우선 정부가 녹색대전환을 생존 전략이라고 규정했더라고요. 근거는 크게 세 가지인데요. 올해 1월부터 EU 탄소국경세가 본격 시행됐고요. 중동 전쟁 여파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위기가 커졌잖아요. 그런데 우리 경제는 무역 의존도, 에너지 의존도가 모두 90%가 넘을 정도로 해외에 의존하는 성격이 높아서요. 우리나라가 화석 연료를 해외에서 사와서 물건을 만들어서 수출해서 먹고 사는 나라이다 보니까 이제는 탄소를 많이 내면 수출길이 막히는 시대가 된 겁니다.
정부가 녹색대전환을 달성하기 위해서 오는 2035년까지 10년간 정부 재정만 200조 원, 기후금융 790조 원 이상, 둘이 합치면 1천조 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 홍종호> 예, 10년간 정부, 민간 합쳐서 1천조 원,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버금가는 규모예요. 구체적으로 어디에 쓴다는 겁니까?
◇ 양형욱> 네, 우선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5대 업종의 탈탄소 전환입니다. 철강 부문에서는 석탄 대신 수소로 쇳물을 뽑는 수소환원제철을 2030년까지 실증하고 2037년 상용화합니다. 석유화학 부문은 나프타 분해 설비를 LNG 대신 전기로 돌리는 기술을 2028년까지 확보하고, 바이오 재활용 원료 비율을 0.5%에서 2035년 10%까지 올립니다. 정유 부문은요, 지속가능항공유(SAF)의 혼합 비율을 지금은 0%라고 해요. 이거를 2035년 7%에서 10%까지 늘리고요. 시멘트는 탄소 배출이 많은 클링커 대신 철강 슬래그 등을 섞은 혼합 시멘트 비중을 16%에서 40%로 키웁니다.
반도체·디스플레이는 온난화 효과가 큰 공정 가스, F-가스를 대체할 저온난화 가스를 개발하고 이를 분해하는 스크러버 효율을 높이기로 했습니다. 이와 별도로요. 저희가 많이 들어봤던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풍력, SMR(소형모듈원자로) 이런 국가대표 10대 녹색산업을 육성한다고 해요. 애초 정부가 계획했던 대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를 조기 달성하고 2035년에는 신차의 70% 이상을 전기차와 수소차로 채우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1천조 투자에 그치지 않고요. 또 기업이 따로 돈을 내는 게 있어요. 포스코홀딩스, 한화큐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LG전자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우리나라 대기업이 시그니처 프로젝트에 220조 원을 추가로 투입한다고 합니다.
◆ 홍종호> 그래요. 사실 우리 방송 자랑은 아니지만 여기서 얘기하는 탄소 배출 많이 하는 5대 산업 부문의 문제점, 또 여기서 얘기한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같은 이른바 녹색산업 그동안 쭉 다뤄왔거든요. 드디어 정부가 이거를 집대성해서 탄소집약산업은 탈탄소로 가고 녹색산업은 키우겠다. 게다가 또 대표 선수까지, 시그니처 프로젝트까지 하겠다. 굉장히 듣기에 가슴 벅찬, 잘만 된다면 그런 건데요. 시그니처 프로젝트 어떤 내용인가요?
◇ 양형욱> 네, 기업들이 돈을 써서 기술을 구현해주면 적극적으로 정부가 제도 완화를 해주겠다. 간단하게 이런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기업이 투자하면 정부는 세액공제, 인허가 이런 부분에서 지원을 해주겠다는 건데 모두 열 개 분야예요. 청정에너지 공급망, 주력산업 탈탄소, 이동수단 전동화, 주거공간 GX 이렇게 나뉩니다. 구체적으로 보면요. 청정에너지 분야에서는 한화큐셀이 충북 진천과 음성에 차세대 태양전지 탠덤셀 생산시설을 짓고 2028년 최초 양산에 들어간다고 하네요.
◆ 홍종호> 맞아요. 사실 이게 탠덤셀이 이른바 페로브스카이트 차세대 태양광 소재잖아요. 이거를 갖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 이게 앞으로의 태양광 시장의 게임 체인저다. 그런 하나의 기술인데 이거를 양산하겠다 이런 얘기네요.
◇ 양형욱> 네, 쉽게 말씀드리면 태양전지를 두 개를 붙여서 효율을 높이는 거잖아요. 그리고 두산에너빌리티는 경남 창원에 SMR 전용 공장을 짓고요. LG에너지솔루션은 충북 오창에 소듐전지 기반 ESS(에너지저장장치) 파일럿 라인을 구축한다고 합니다. 이것도 차세대 기술인데. 리튬 대신 지구에 풍부한 소듐, 즉 나트륨을 써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겁니다. 또 산업 분야에서는 포스코홀딩스가 동남권에 수소환원제철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SK하이닉스는 올해 안으로 용인에 탈탄소전환센터를 세운다고 하는데요. 이게 중소협력사의 탄소 감축을 지원하는 기능을 맡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수송 분야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울산과 경기 화성에 전기차 생산 인프라를 갖추고 HD한국조선해양은 울산에 전기추진 선박 생산기지를 짓습니다. 그리고 청취자분들도 많이 이용하시는 배달의민족, 우아한형제들도 내년 광명과 서울에서 전기이륜차 보급체계를 갖춘다고 해요. 2030년까지 전국으로 넓힐 계획이고요.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3만 가구에 냉난방 일체형 히트펌프를 보급한다고 합니다.
◆ 홍종호> 예. 자, 이게 프로젝트만 들으면 굉장하고. 그런데 이 돈을 어디서 마련하는 거죠?
◇ 양형욱> 네, 일단 1천조 원 가운데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200조는 정부 재원입니다. 나머지는 기후금융이라는 걸 통해서 마련하는데, 기후금융은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이 5대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조성합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탄소를 줄이는 사업에 은행이 돈을 대준다는 건데 그 규모는 790조 원 이상으로 잡혔고요. 이 기후금융을 세부적으로 나누면 녹색금융이랑 전환금융 이렇게 나뉩니다. 녹색금융은 태양광발전소처럼 이미 친환경 사업으로 인정받은 사업, 여기 은행에 돈을 대는 거죠. 근데 철강이나 석유화학처럼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사업들은 이 기준을 통과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등장한 게 전환금융입니다. 앞으로 기업이 탄소를 어떻게 줄이겠다는 계획을 제출하면 이걸 평가해서 돈을 대주겠다는 겁니다.
◆ 홍종호> 예. 사실 청취자들께서 녹색금융은 쉽게 이해가 되실 거고, 아, 그거는 깨끗한 산업이니까 태양광처럼. 그런데 여기에서 얘기하는 전환금융이 상당히 한동안 또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쟁적이었어요. 아니, 이게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인데 이건 줄여야 되는데 여기다가 돈을 대주면 오히려 그 산업을 인정하는 거 아니냐. 이게 빛 좋은 개살구다 이런 식의 비판들이 있었는데요. 사실 일본이나 한국처럼 제조업 비중이 큰 나라, 이런 나라에서는 이 전환금융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래야만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철강이라든지 시멘트 이런 쪽의 산업이 친환경으로 옮겨갈 수 있게 되지 않겠냐. 제대로 모니터링하고 대준 돈이 친환경 기술개발 공정에 쓰이는지를 제대로 확인하고 검증한다면 의미 있는 금융지원 제도가 될 수 있다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고 보면 되겠어요.
◇ 양형욱> 네, 어쨌든 이런 산업들이 전환을 해야 탈탄소로 갈 수 있으니까 이런 게 필요한 것 같고요. 간단히 정부 재정 200조 원 마련 계획도 한번 짚어볼게요. 올해 2.6조 원인 기후대응기금 지출 규모는 내년 예산안에서 7.6조 원으로 약 세 배 가까이 늘리고요. 여기에 녹색 국채를 신설할 예정입니다. 내년 상반기까지 규모, 방식 등 세부 방안을 마련한다고 하고 2028년 처음 발행할 계획입니다. 이 녹색 국채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한 건데요. 일본이 2023년 GX 추진법을 만들고 12년간 20조 엔 규모의 GX 이행채권(GX 경제이행채)을 발행했다고 합니다. K-GX 내용부터 자금 조달 방안까지 살펴봤는데 교수님께서는 이번 GX 어떻게 평가하실까요?
◆ 홍종호> 예, 저는 실질적인 집행 능력, 그게 바로 이 이재명 정부의 능력을 보여주는 잣대가 될 거다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과거에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이러한 그린과 관련된 녹색뉴딜 이런 게 있었는데 실제로 현장에서 체감할 정도의 정책 집행력은 약한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이젠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 되지 않았습니까? 탄소국경조정제도 내년부터는 아예 관세처럼 비용을 아예 부과하는 게 시작돼요. 당장 내년 2월부터. 그래서 이게 완전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 때문에 정말 정부가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정책의 일관성이 있어야 시장에서, 민간에서, 기업들이, 산업계에서 '아, 이거 계속 가는구나.' 이렇게 되지. 또 하다가 수그러들고 약해지고 정책 방향 바뀌고 그러면 우리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되느냐 이런 식의 의구심이 들 수 있어요. 그래서 방향 자체가 지속적으로 녹색과 AI 두 가지의 쌍끌이로 우리나라 산업은 전환한다. 이것을 분명하게 의지로, 정책으로, 집행 능력으로 보여줘야 한다. 저는 이 부분을 꼭 강조하고 싶습니다.
◇ 양형욱> 네, 사실 지금도 많이 늦은 거 아닌가요?
◆ 홍종호> 늦었죠. 저희가 이런 얘기를 정말 본격적으로 한 게 한 10년 됐고요. 특히 코로나 이후에는 진짜 열심히 많이 얘기를 했는데 이제 오게 돼서. 그래서 정말 빠르게, 또 대한민국이 빠른 게 장점이니까 빠르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양 기자는요? 이번 K-GX 이걸 쭉 한번 살펴보고 나서 어떤 생각 들었습니까?
◇ 양형욱> 저는 일단 이 녹색대전환 K-GX가 지역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경북, 전남, 충남 이런 발전소를 원래 많이 돌리는 지역인데 쓰는 전기보다 만드는 전기가 두 배 이상 많았었잖아요. 그래서 정부가 이런 여유량을 활용해서 녹색산업도 키우고 이런 구상을 내놨으니까 기대가 되고 또 기후금융, 아까 말씀드린 기후금융의 절반 이상을 지역에다가 투자를 하겠다고 해요. 그리고 주민이 태양광 수익을 나눠 갖는 햇빛소득 마을도 2030년까지 3천 곳 늘리는데 지역 소멸 위기를 겪는 지역에서는 이런 햇빛소득 같은 것들이 새로운 소득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이고요.
◆ 홍종호> 중요합니다.
◇ 양형욱> 네, 하지만 우려도 됩니다. K-GX 이행으로 실제 탄소 저감 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잘 가늠이 안 돼요. 그제 사전 브리핑에서도 기자들이 이 부분을 물었어요. 근데 기후부가 기후금융이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는 확정하기 어렵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또 관련 법들도 아직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라서 정부가 K-GX를 추진하려면 앞으로 국회 협조도 필수적인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