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선 5·18민주화운동 배우는데…온라인에선 조롱 '밈'으로

[놀이가 된 5·18 왜곡,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나]
전남광주 일선 학교서 5·18 역사·민주주의 가치 교육
2시간 이상 교육…사적지 체험·토론·교과 연계까지
학교 밖에선 SNS·쇼츠 타고 왜곡·혐오 표현 빠른 변형
교육현장 "일회성 수업…혐오·차별 '핀셋 분석' 필요"

지난 1일 전남광주 동구 동산초등학교에서 진행된 5·18 민주화운동 관련 민주시민교육에서 교사가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과 고교야구 경기장 사례를 소개하며 온라인 혐오·왜곡 표현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정유철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 스타벅스 '탱크데이'는 어떻게 광주를 조롱하는 구호가 됐나
② 교실에선 5·18민주화운동 배우는데…온라인에선 조롱 '밈'으로
(계속)
 
"민주화 당했네…이 말은 혐오 표현일까요?"
 
전남광주 동구 동산초등학교 6학년 교실. 학생들은 인터넷과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여러 문장을 놓고 혐오·차별 표현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모둠별로 새로운 표현의 뜻과 사용되는 상황을 살펴보고 특정 지역이나 사람을 비하하는 표현인지 의견을 나눴다.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긍정적인 의미의 '민주화'가 온라인에서는 상대를 조롱하거나 깎아내리는 의미로 뒤틀려 사용된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같은 교실에 앉아 있었지만 학생들이 온라인에서 혐오 표현을 접한 경험은 제각각이었다.
 
박시우(12) 학생은 "인터넷에서 정치인을 비하하는 단어를 몇 번 들어봤다"며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나쁜 뜻이었다"고 말했다.
 
수업을 통해 표현에 담긴 역사적 맥락을 알게 된 박 양은 "예전에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고생이 재미로 여겨지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고 덧붙였다.
 
염한솔(12) 학생은 혐오성 콘텐츠를 접한 경로로 유튜브를 꼽았다.
 
염 군은 "가끔 알고리즘에서 쇼츠를 보다가 뜬다"며 "그냥 못 본 척하고 넘어간다"고 말했다.
 
반면 유서준(12) 학생에게는 수업에서 소개된 상당수 표현이 낯설었다.
 
유 군은 "평소에는 그런 말을 잘 들어보지 못했다"면서도 "민주화가 좋은 뜻인데 나쁜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게 좋지 않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수업은 혐오 표현의 의미를 알아보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학생들은 해태·KIA 타이거즈의 역사를 통해 광주의 현대사를 살펴본 뒤 그림책 '무리'를 읽으며 다양성과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했다.

온라인에서 누군가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됐을 때 방관하지 않는 방법도 직접 정했다. 학생들이 혐오 표현에 함께 선택한 약속은 '혐오 표현, 공유하지 않기'였다.
 
박시우 학생은 부적절한 댓글을 발견하면 신고하겠다고 했고 염한솔 학생은 친구가 혐오 표현을 반복하면 대화 내용을 캡처해 교사에게 알리거나 온라인 신고 기능을 이용하겠다고 했다.

지난 7일 전남광주 동구 동산초등학교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그림책 '무리'를 함께 읽으며 혐오와 차별 없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유철 기자

학교도 5·18 교육 확대…교과 연계부터 체험·토론까지

이처럼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을 비롯한 전남광주지역 학교 현장에서는 5·18 교육을 정규 교육과정과 연계하고 체험·참여형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학교교육과정에는 범교과 학습 주제로 5·18민주화운동 교육을 2시간 이상 반영하고 5·18 기념주간에는 사적지 답사와 현장체험학습, 학생 동아리 활동 등 학교별 계기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5·18 인정교과서와 학습·전시자료를 보급하고 교사를 대상으로 한 직무연수도 운영하고 있다.
 
교육 방식도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는 데서 벗어나 교과와 체험을 연결하는 방향으로 넓어지고 있다.
 
국어·사회·역사·도덕과 창의적 체험활동 등에 5·18을 연계해 학생이 직접 질문하고 토론하는 탐구·프로젝트형 수업을 확대하고 역사적 사건을 오늘날 사회 현상과 연결하는 민주시민교육도 추진하고 있다.
 
기존의 기념일 중심 계기교육을 일상적인 교육과정 안에 녹여내겠다는 취지다.
 
교실 밖에서는 5·18 사적지를 찾는 '오월버스'와 사적지 걷기, 청소년 문화제, 학교로 찾아가는 문화예술공연 등 현장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교육지원청 단위에서도 학교들을 대상으로 지역 사적지와 민주화운동 유적을 활용한 체험교육과 민주주의·인권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을 넘나드는 역사교육도 이뤄지고 있다. 광주와 제주 학생들이 5·18과 제주4·3 현장을 서로 방문하는 교류학습을 통해 민주·인권·평화의 가치를 배우고 있고 '민주주의역사누리터'에는 기사·웹툰·영상·음악 제작 등 미디어를 활용한 민주시민교육 공간도 마련될 예정이다.
 
학교 안에서 5·18을 배우는 통로는 교과서에서 토론과 체험, 민주시민교육으로 꾸준히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만나는 5·18 관련 정보는 온라인을 통해서 이보다 훨씬 빠르고 복잡하게 변하고 있다.

5·18기념재단이 제공한 2026년 5월 온라인 모니터링 결과. 한 달 동안 확인된 5·18 왜곡·폄훼 게시물 4402건 가운데 디시인사이드가 1692건(38.44%)으로 가장 많았고 네이버뉴스 1128건(25.62%), 트위터 890건(20.22%) 순으로 집계됐다. 5·18기념재단 제공

교실에선 '역사와 가치'…온라인에선 '새로운 은어·밈' 계속

앞선 온라인 모니터링 등 보도(스타벅스 '탱크데이'는 어떻게 광주를 조롱하는 구호가 됐나)에서 확인한 5·18 왜곡과 혐오의 모습은 학교 교육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북한군 개입'이나 '폭동'과 같은 전통적인 역사 왜곡뿐 아니라 '탱크데이', 숫자와 영문을 섞은 '5c8'이라는 표현, 발음을 비튼 은어 '오우~일팔~'처럼 처음 접해서는 의미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조롱이 빠르게 만들어지고 다시 변형되고 있다.
 
학생들은 이런 표현을 역사수업보다 먼저 유튜브 쇼츠나 SNS, 게임,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접할 수도 있다.
 
실제 이번 수업에서도 일부 학생은 온라인에서 먼저 표현을 접한 뒤 그 뜻이 궁금해 스스로 검색했고 또 다른 학생은 알고리즘이 추천한 쇼츠를 통해 혐오성 콘텐츠와 마주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는 검증된 교재와 정해진 교육과정으로 5·18의 역사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배우지만 교실 밖에서는 출처와 맥락을 알기 어려운 정보가 훨씬 짧고 자극적인 형태로 학생들에게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전남광주 동구 동산초등학교에서 진행된 민주시민교육에서 학생들이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여러 문장을 '혐오·차별 표현', '경계에 있는 표현', '혐오·차별 표현이 아닌 말'로 나눠보는 활동을 하고 있다. 정유철 기자

"5·18 온라인 혐오 '핀셋 분석'…"학생 부담 없이 참여할 수업 방식 만들어야"

이번 수업을 진행한 백성동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 정책실장은 지난 5월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과 이후 고교야구 경기장에서 불거진 5·18 조롱 사건 등을 계기로 교육현장에서도 고민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백 실장은 "그동안 지역에서 5·18을 알리거나 그 가치를 공유하는 수업을 많이 해왔다"며 "이제는 학생들의 온라인 등 실제 생활과 연결된 혐오와 차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존 교육이 5·18의 역사와 자유·공동체의 가치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혐오가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나타나는 지를 더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백 실장은 "그동안 광주에서는 5·18을 알리고 자유와 공동체 문화가 소중하다는 방향으로 많이 교육해왔다"며 "이제는 사회 저변에 자리 잡은 혐오와 차별에 대해서도 '핀셋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사일회성 교육의 한계도 지적했다.

백 실장은 "딱 두 시간으로 혐오와 차별을 하지 않게 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며 "일상으로 이어지면서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청 차원의 실태 연구와 전문가 논의를 통해 학생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수업 방식을 만들고 이를 공교육 과정에 녹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교실에서 배운 역사와 온라인·스마트폰 속에서 접하는 정보 사이에서 학생들이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왜곡과 혐오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제작지원 : 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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