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장은 흥미롭다. 모든 영화가 같은 목표를 바라보지 않는 까닭이다. 그래서 특정 작품을 좋아할 만한 관객을 찾아내는 눈은 이제 영화배급사의 주요 경쟁력이 됐다.
바이포엠스튜디오는 그래서 눈길을 끈다. 초대형 흥행작 한 편에 무게를 싣기보다 서로 다른 취향을 가진 관객에게 닿을 수 있는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는 덕이다. 영화적 '색깔'에 반응할 관객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바이포엠의 전략이다.
이를 새삼 증명한 것은 지난 8월 개봉한 '사랑의 하츄핑: 고래보석의 전설'이다. 누적 관객 88만명을 기록한 이 영화는 가족 관객과 기존 IP 팬덤이라는 명확한 관객층을 겨냥해 흥행을 이어갔다. 이후 IPTV 서비스와 굿즈 상영회 등으로 접점을 넓히면서 팬덤의 콘텐츠 소비를 극장 밖으로까지 확장했다.
또 하나의 사례는 재개봉 음악영화 '싱 어게인'이다. 명장 존 카니 감독 특유의 음악과 감성을 앞세운 이 작품은 독립·예술영화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를 기록하고 누적 관객수 10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 두 작품은 바이포엠의 콘텐츠 선택 기준을 보여준다. 흥행 규모 자체보다 작품이 가진 개성과 잠재 관객층을 먼저 살피는 방식이다.
바이포엠 측은 "'하츄핑'이 탄탄한 IP 팬덤과 가족 관객을 품은 콘텐츠였다면 '싱 어게인'은 음악과 존 카니 감독 특유의 감성이라는 분명한 선택 이유를 가진 작품이었다"며 "'하츄핑'은 굿즈와 특별 상영 등을 통해 기존 팬덤의 참여와 소비를 확장하는 데 집중한 반면 '싱 어게인'은 감독과 음악이라는 작품 고유의 매력을 전면에 내세워 음악영화를 선호하는 관객과의 접점을 넓혔다"고 설명했다.
결국 작품마다 다른 강점을 찾아내고 이를 실제 관객과 연결하는 배급 전력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셈이다.
최근 개봉한 일본 호러 영화 '입에 대한 앙케트'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주온' 시리즈로 이름난 시미즈 다카시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일본 특유의 괴담과 미스터리를 앞세워 호러 장르를 선호하는 관객층을 겨냥했다. '입에 대한 앙케트'는 대중적인 장르부터 마니아층이 뚜렷한 작품까지 관객의 취향을 세분화해 접근하는 바이포엠의 선택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한 작품이다.
하반기 라인업에서도 이 같은 바이포엠의 경향은 뚜렷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 중심에는 오는 28일 개봉하는 '수능, 출제의 비밀'이 있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수능 문제를 만드는 출제위원의 시선에서 풀어낸 이 코미디물은,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는 12월 배우 수지와 이진욱 주연작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은 그 정점에 선 작품이다.
백영옥 작가 동명 소설에 원작을 둔 이 영화는 실연과 이별, 위로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다룬다. '69세' '세기말의 사랑'을 연출한 임선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것은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이러한 바이포엠의 선택에는 취향과 감성이 있다. 대중을 하나로 묶기보다는 서로 다른 취향을 인정하고 각각의 주체로 바라보는 덕이다.
바이포엠 측은 "중요한 것은 절대적인 관객 수보다 콘텐츠가 지닌 잠재력을 발견하고 그 작품에 맞는 시장을 찾아내는 데 있다"며 "작품의 크기보다 색깔을 읽고 관객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먼저 살피는 것에 방점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