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즌을 코앞에 두고 신임 사령탑 선임과 전임 코칭스태프 징계라는 변수에 직면한 프로배구 여자부 정관장. 'HK흥국금융 2026~2027 V-리그' 여자부 미디어 데이 바로 전날 새 감독이 정해진 데 이어 다음날에는 전임 코치진에 대한 연맹의 징계가 결정되는 등 우여곡절이 발생했다.
정관장은 지난 6일 차기 시즌을 이끌어갈 신임 사령탑으로 권순찬 전 흥국생명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불과 하루 만에 권 감독은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여자부 미디어 데이에 참석했다.
8일에는 한국배구연맹(KOVO)의 상벌위원회가 열렸다. 9일 연맹은 "지난 시즌 중 지도자의 선수에 대한 성비위와 관련해 K 감독에게 경고 및 제재금 300만 원, L 코치에게는 자격 정지 5년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연맹이 팀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만 정관장 고희진 전 감독과 L 코치라는 점은 이미 배구계에는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1월 올스타 휴식기 때 정관장 선수단 회식에서 L 코치가 선수에게 부적절한 행위를 했고, 5월 이를 인지한 구단은 관련자들을 분리한 뒤 연맹과 스포츠윤리센터에 신고했다.
고 전 감독은 당시 회식에서 L 코치의 행위를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지만 5월 업무에서 배제됐다. 구단은 7월 공식 사과했고, 고 전 감독은 8월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연맹은 고 전 감독 행위는 성 비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지만 부적절한 장소에서 부적절한 언동이 '기타 품위 손상 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했다.
혼란스러운 가운데 부임했지만 권 감독은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다. 7일 공식 미디어 데이에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권 감독은 "부임한 지 이제 2일째밖에 되지 않았다"면서도 "그래도 올 시즌 우승에 도전하려고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물론 공식 선임 발표 전에 권 감독은 선수단과 상견례를 했지만 본인의 말처럼 선수단 파악조차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 더욱이 정관장은 지난 시즌 8승 28패로 정규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다. 국가대표 미들 블로커 정호영이 흥국생명으로 이적하는 등 올 시즌 우승 전력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권 감독은 단호하게 우승을 언급했다. "올 시즌은 봄 배구에 진출한 뒤 전력을 가다듬어 다음 시즌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게 일반적인 수순이 아니냐"는 질문에 권 감독은 "우승을 목표로 삼아야 팀이 더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흥국생명 사령탑 이후 3년 9개월 만에 지도자로 복귀한 권 감독은 "감독 시절보다 다른 영상을 많이 보며 공부했다"면서 정관장의 약점을 범실과 서브로 꼽았다. 권 감독은 "갑자기 스타일을 바꾸기보다 점진적인 변화를 주면서 다이내믹하고 공격적인 배구, 파워와 파이팅이 넘치는 팀을 만들어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관장은 2024-25시즌 메가(현 현대건설)와 공포의 쌍포를 이루며 준우승을 이끈 주포 부키리치가 복귀했다. 198cm의 장신 부키리치는 지난 시즌 이탈리아 리그에서 뛰다 친정팀으로 돌아왔는데 "내가 없었던 게 팀의 큰 공백이었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새 시즌에 대한 자신감을 에둘러 드러냈다.
베테랑 세터 염혜선도 "개인적으로 처음 꼴찌를 겪었는데 반등할 공간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고 다짐했다. 이어 "감독님도 새로 오셨으니 믿고 잘해야 한다"고 권 감독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올 시즌 슬로건으로 '봄배구 간다! 정관장의 힘으로'를 내세운 권순찬 감독. 과연 시즌을 코앞에 두고 지휘봉을 잡은 신임 사령탑이 전임 코치진의 징계라는 변수를 극복하고 공언을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