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처럼 있고 싶다고 하셨지만…"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하 부국제) 초청작인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를 연출한 송일곤 감독이 배우 김혜자를 캐스팅하기 위해 여섯 차례 설득에 나섰던 비화를 전했다.
송 감독은 8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여전히 찬란하게' 야외무대인사에서 "선생님께서 최근 드라마를 찍은 이후에 활동하지 않고 싶어 하신다는 얘기를 들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선생님 집 앞에 꽃이 피었는데, 이 들꽃처럼 이름 없는 꽃처럼 있고 싶다고 하시며 저를 돌려보내셨다"며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최선을 다했다"고 떠올렸다.
송 감독은 김혜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손 편지를 쓰는 등 공을 들였지만, 여섯 차례 거절당했다고 한다.
그는 "선생님 댁에 찾아가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꼭 출연해 주셔야 하는 부분을 전달했다"며 "다행히 작품이 가진 울림이 선생님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떠올렸다.
이어 "본인을 통해 (작품의 메시지를) 전달될 수 있다면 출연하고 싶다고 하셨다. 그 마음을 잘 받아 최대한 많이 담고자 했다"며 "정말 어려운 캐스팅이었다. 너무 감사하고 즐겁고 영광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생님 얼굴을 클로즈업 해서 담는 건 아주 멋진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김혜자는 "전 영화를 자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며 "망설이다가 하기로 했다. 이 작품이 여러분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전히 찬란하게'는 일제강점기 당시 17살이었던 순옥(박서경)과 정임(최주은), 현재의 순옥(김혜자)과 정임(차미경)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날 행사에서는 송 감독을 비롯해 배우 박서경, 최주은, 문성현, 이세영이 참석했다.
박서경은 "작품에서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그게 주가 아닌 찬란했던 소녀들의 이야기"라며 "부채감으로 살아가지 않고 그 시대에 살아가는 소녀들의 모습을 담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송 감독은 "이 작품은 희곡의 낭독극이었다"며 "연극 대본이었지만 속마음이 올곧고 감동적이어서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었으면 좋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는 이번 부국제 '한국영화의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으며 오는 21일 국내 극장에서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