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휴일인 9일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리고 있는 부산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시네필(영화 애호가)로 북적였다.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은 BIFF에서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배우를 이렇게 가까이서…" 영화 축제 분위기 물씬
이날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루프씨어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푸른길'로 BIFF를 찾은 배우 손석구와 나카야마 에이타가 오픈토크를 마친 뒤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무대 아래 공간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스마트폰으로 그들을 찍으며 연신 손을 흔들었다.행사가 끝나자 관객들은 영화 포스터나 BIFF 로고가 박힌 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축제 분위기를 만끽했다. 각종 음식을 파는 부스 앞에 마련된 벤치에서는 가족이나 연인 단위로 나들이 온 시민들이 음식을 먹으며 여유를 즐겼고, 기념품을 파는 부스에는 티셔츠나 키캡 등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서울에서 온 이모(30대·여)씨는 "연휴를 맞아 영화제와 바다를 동시에 즐기려고 친구와 함께 부산에 왔다. 스크린으로만 보던 배우를 이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실물로 볼 수 있을 줄 몰랐다"면서, "영화제 기간이면 식당이나 카페에서 배우들을 마주칠 수도 있다고 하던데 진짜인지 궁금하다"며 웃었다.
루프씨어터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던 한모(50대·여)씨는 "동호회 회원들과 연휴에 단체로 여행을 온 김에 영화의전당에 들렀다"며 "사람들도 정말 많고 배우들도 보니 정말 축제에 온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시네필들 "영화는 영화일 뿐", "행사 취소 실망"
이날 영화의전당에서 만난 시네필 중에는 최근 논란에 휩싸인 영화 '암살자(들)'을 언급하는 이들도 많았다. 이번 BIFF에서는 '암살자(들)' 감독과 배우들의 개막식 참석과 야외 무대인사 등 여러 행사가 예정돼 있었지만, 개봉 이후 후폭풍이 일자 행사가 모두 취소됐다.송모(40대·남)씨는 "암살자(들) 관련 행사가 취소됐다고 들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인데 논란이 다소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각자 다양한 의견을 낼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고민도 우리 사회가 생각해 봤으면 한다"라고 언급했다.
서모(30대·남)씨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영화를 보고 '역사 왜곡'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BIFF에서 관련 행사가 취소된 건 실망스럽다"라며 "예정대로 개막작으로 상영하기로 한 싱가포르영화제와 비교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정지영·이명세 등 BIFF 참석차 부산을 찾은 영화인들은 전날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를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고 관객의 판단을 정치가 대신 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최근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쟁이 작품에 대한 평가 범위를 넘어 정치권과 공공기관, 투자기관, 극장과 학교, 해외영화제 상영 문제로까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작품을 충분히 보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도 전에 영화의 정치적 의도와 성격을 성급히 규정하고, 감독과 배우·제작사 등이 계속 새로운 책임의 대상으로 확대되는 방식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