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이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하 부국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 초청작 영화 '실낙원'의 기획 배경을 전했다.
연 감독은 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야외무대인사에서 "어머니가 이 쪽 일을 하는 것을 안쓰러워하신다"며 "이야기를 쓰는 게 힘들지 않으냐고 물으신다"고 밝혔다.
그는 "그럴 때마다 잔소리처럼 '한글만 알면 쓰는거야'라고 했더니 다음 명절에 어머니가 '이거 한 번 보라'고 연습장을 주시더라"며 "그게 실낙원의 원안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걸 영화로 만들어 보겠다고 어머니에게 말하고 가격을 지불했다"며 "그때부터 대본을 쓰기 시작했다. 최근에 찾아보니까 2020년이이더라. 6년 전 이야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보다가 이번에 영화로 만들게 된 것"이라며 "저희 어머니가 말씀을 정말 재밌게 하는 분이다"고 덧붙였다.
'실낙원'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이를 잃은 엄마 류소영(김현주) 앞에 아들 류선우(배현성)가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 영화는 부국제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거장들의 최신작을 소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이날 행사에는 연 감독과 배우 김현주가 참석했다. 두 사람은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과 영화 '정이'에 이어 '실낙원'까지 함께하며 네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연 감독은 작품에 대해 "심리스릴러라고 할 수 있다"며 "내 영화 중 가장 어두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AI 시대에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존 밀턴의 서사시인 '실낙원'에서 그 답을 찾아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밀턴의 '실낙원' 2부를 보면 낙원에 살던 인간이 선악과를 먹고 낙원에서 쫓겨나면서 인간 정체성을 갖게 된다"며 "영원히 낙원을 그리워 한다. 그게 인간 정체성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영화를 봐달라"고 전했다.
김현주는 "전 아이가 없으니까 자식을 잃은 엄마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한 인물의 어두운 면을 깊숙히 파고드는 스토리라인이다 보니까 인물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관심이 많고 좋아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 연 감독은 김현주에게 오랜 팬이라고 밝히면서 과거 김현주가 출연한 광고 유행어인 '국물이 끝내줘요'를 재차 언급해 웃음을 자아냈다.
'실낙원'은 지난달 열린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오는 21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