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민의 '+82'는, "위스키를 바틀로 마셔버리는 기분이 드는 노래"[EN:박싱]

수민 정규 2집 '디너모드' 제작기 ① 음악 편

CBS노컷뉴스는 지난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스탠다드프렌즈에서 싱어송라이터 수민을 인터뷰했다. 스탠다드프렌즈 제공

첫 번째 정규앨범 '유어 홈'(Your Home)이 2018년 8월에, 이번 두 번째 정규앨범 '디너모드'(dinnermode)가 올해 8월에 나왔다. 정말 '딱 8년'이 걸렸다. 길다면 긴 발매 간격이다. 미니앨범이, 그보다는 싱글이 더 흔해지고 음악이 말 그대로 흘러가는 스트리밍의 시대라지만, 수민의 곁에는 어쩐지 '정규앨범'을 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제 주변에서 정규앨범을 많이 내더라고요. 되게 많이 내더라고요. (웃음)" 슬롬과 함께한 '미니시리즈'(MINISERIES) 두 장의 앨범이 모두 정규여서 "정규앨범을 낸 것 같은 기분"으로 살다가 약 일 년 정도 들여, 마침내 새 정규앨범 '디너모드'를 만들어 세상에 내보냈다.

CBS노컷뉴스는 지난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스탠다드프렌즈에서 싱어송라이터 수민을 인터뷰해 정규 2집 '디너모드' 제작기를 들어봤다. 첫 번째 편에서는 '디너모드'에 수록된 총 9곡의 '음악'을 다룬다.

"8년 만의 정규앨범이라고 해서 8년 만에 준비한 게 아니고 그 사이에도 제 음악을 만들고 있었는데 다른 아티스트의 프로듀싱을 하기도 했고 슬롬과 같이한 협업 앨범을 비롯해 여러 형태의 작업을 해 왔기 때문에, 저는 음악을 쉬었다는 감각은 정말 전혀 없었던 것 같아요. 정규앨범이라는 형태를 만들기 위해서, 억지로 곡을 모으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유어 홈'을 내고 나서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정규앨범에 관해 생각했다. "굉장히 간헐적으로 고민을 하다가" 보니 시간이 흘렀다. 수민은 "계속 음악 만들며 오면서 살다 보니까 어느 순간, 각기 다른 시간과 감정 속에서 만든 곡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온도'가 있다는 걸 발견하고, 이걸 하나의 앨범으로 묶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말했다.

조금 "개구쟁이 같은 마인드"도 있었다. 수민 주변에는 정규앨범을 낸 동료들이 "생각보다 되게 많이" 있었는데, 슬롬과 함께한 '미니시리즈'(2021, 2024)가 모두 '정규'여서 누구도 본인의 '정규앨범'을 예상하지 못하는 시점에 '짠!' 하고 내고 싶었다. "사람들이 다 기대 안 할 때 '해 볼까?' 한 것"이라며 "은근히 종합적으로, 복합적으로 설계된 그런 앨범 같다"라고 돌아봤다.

'디너모드'는 2018년 8월에 나온 첫 번째 정규앨범 '유어 홈' 이후 딱 8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정규앨범이다. 스탠다드프렌즈 제공

"하루 동안 사람을 만나고 일하고 사회 안에서 움직이고 여러 형태의 관계를 만나면서 여러 형태의 저를 계속 바깥으로 꺼내놓는다고 생각해요. 20대 때는 이런 개념 같은 게 없었고 30대 때부터 '집에서의 나'와 '밖에서의 나'가 철저히 분리됐죠. 집으로 돌아오거나 택시 타고 이동하거나… 밤이 아니라 저녁의 경계를 지나서 내 거처로 돌아와서 집안 공기를 딱 느끼는 순간, 그때 흐트러져가는 저의 모습을 '디너모드'라고 칭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하루가 끝나는 시간이라기보다는 낮 동안 꺼내놨던 나를 거두는 시간이라고 할까요. 밤은 오히려 감정이 격정적으로 올라갈 수 있어서 저녁으로 했어요. (밖에) 나갔다 온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차분한… 어렸을 땐 못 느꼈었어요, 미묘한 차이 같은 것들을. 막 그때는 밖에서 겪은 좋거나 슬프거나 한 감정에 정확히 이름 붙이기 어려워했죠. 저는 미묘한 변화를 원래 좋아하는 사람이고, (그걸) 음악으로 오랫동안 가둘 수 있게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20대 시절 생각했던 '30대 여성의 삶'을 담고 싶기도 했다. 정작 만들면서는 "괴리"도 있었고 "갭"(gap, 차이)도 있었다. 어떤 괴리였는지 묻자, 수민은 "30대엔 원숙하고 노련하고, 손대는 것마다 뭔가 실수 없을 거 같고… 막 부동산 계약 턱턱 하고, 계약서 보는 일도 너무 쉬워질 거 같고, 하는 연애마다 너무 성공할 거 같고 어딘가 좀 섹시하고 그럴 줄 알았다"라며 웃었다.

제작 기간은 약 1년이다. 수민은 "기억하고 있는 에너지의 캘린더를 보면 1년인 거 같다. 실질적으로 앨범 내야겠다고 착수하는 '기분'이 들 때를 보면"이라고 말했다. 원래는 열두 곡이 있었고, 그중 추려서 실은 게 지금의 9곡이다. '우리의 계절'을 시작으로 '무표정' '러브송'(LOVESONG) '그냥' '택시 토크'(Taxi Talk) '플러스 82'(+82) '테이블'(Table) '성인가요' '침몰' 순으로 실렸다.

'디너모드'라는 앨범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너무 요란하거나 유난스러운 느낌이 아니"었기에, "저(수민)란 사람을 너무 심하게 강조하거나 저의 개성을 너무 과감하게 드러내는 밀도 있게 나온 가사 곡을 제외했다"라고 수민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무드를 벗어나서 조금 더 하드코어하고 강한 앨범을 구성하고자 할 때는, (이 곡들이) 들어가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앨범에서 가장 오래된 곡은 6번 트랙이자 타이틀곡인 '+82'다. 발매된 음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1절을 딱 만들어 놓고서 "거의 안 바꾼" 곡이 바로 '+82'다. 쉽게 말해 "스케치 녹음본"이 음원으로 만들어졌다. 수민은 "작업하고 '와, 이거 너무 좋아서 미치겠다. 미쳐버리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들으면 안 될 거 같아서 강박적으로 이 노래를 안 듣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수민은 지난달 18~20일 사흘 동안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유플러스 스테이지에서 단독 공연 '2026 수민 라이브 디너모드'를 열었다. 스탠다드프렌즈 제공

'+82'가 타이틀곡이 된 것은 수민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설명이 너무 어려운데"라고 운을 뗀 그는 "뭐랄까 눈이 있어야 하는 곳에 눈이 있고 코가 있어야 하는 곳에 코가 있다고 할까. 타인(들)이 들었을 때는 '너무 구린데?' 할 수도 있지만, 저는 '와, 나도 이런 곡 만들 수 있었어?'란 기분을 느꼈다. 너무 건방지고 싸가지없을 수 있지만 순간적으로 그런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직접 만든 작업물에 '아주 만족'하는 경험. 수민은 "그런 감각은 살면서 한 번이라도 찾아온다면 다행일 정도로 너무 귀하다. 이때 아니면 내가 (이 곡을) 언제 밖으로 내보낼까 생각하면서 그런 측면에서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라며 "음원으로 발표했을 때 (청자가 듣기에) 가독성이 부족하다면 공연으로 커버업(채워)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나도 이런 곡을 만들 수 있었어?'라는 기분을 가져다줬다는데, '이런 곡'은 어떤 곡일까. 수민은 "여백이 정말 많고, 근데 여백이 여백이 아닌 것처럼 들리고, 아주 단순한데 너무 복잡하게 보이는 감정을 담았달까. 예를 들면, 너무 조심스러운 발언이지만 이상은 선배님이나 롤러코스터(Roller Coaster) 선배님 같은 느낌? (그 앨범들은) 단순하고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데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이 자기 삶을 투영하는 앨범이지 않나. 저는 조금 더 '국소 부위'이긴 하다"라고 설명했다.

수민은 "30대에 진입한 서울 여자의 고단함, 그게 사회적인 건 아니고 개인적으로 다뤘다. 부모님한테도 말할 수 없는, 이때까지 남성들을 만나면서 또 살면서 느꼈던 저의 구린 면들을 '서울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일단 세계관을 구축하고 그 일을 굉장히 함축적이고 상징적으로 담은 노래다. 아직 선배님들에 비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뭔가 위스키를 언더락(얼음을 타서 먹는)이 아니라 바틀(병)로 마셔버리는 기분이 들게 하는 곡이랄까"라고 부연했다.

새 정규앨범의 대주제를 '디너모드'를 만들고 곡을 하나씩 실으면서 '+82'를 가져와야겠다는 생각이 "당연히" 들었다. 이번 앨범은 '+82'와 비슷한 정서 곡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82'는 무슨 앨범이 됐건 타이틀곡이 됐을 것 같다"라는 게 수민의 생각이다. 가장 수월하게 녹음한 곡도 '+82'다. 그는 "다시 녹음하더라도 이 지독하게 외로운 여자의 소리 같은 건 못 만들 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반대로 가장 어렵게 녹음한 곡은 마지막 트랙 '침몰'이다. 노래하다가 "울음이 안 멈추는" 경험을 했다. "미친 듯이 우는" 바람에 녹음실 밖에 있는 휴지를 가져다 닦고 그런 "추접을 떨면서" 녹음했다. 우느라 코가 계속 막히느라 몇 날 며칠이 걸렸다. "기술적으로도 섬세하게 부르는 게 너무 어려워서 라이브 하기도 정말 어려운 음악"이라는 점도 주효했다.

수민은 이번 앨범 수록곡 9곡 전 곡을 단독 작사했고 작곡, 편곡, 프로듀싱도 맡았다. 스탠다드프렌즈 제공

눈물을 쏟으며 완성한 곡이지만, 음원에선 그 물기를 어느 정도 조절하려고 했다. 수민은 "제가 복받친다고 해서 사람들이 같이 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곡을) 받아들일 여유와 충분한 감정의 공간이 있어야 하니까. 엔지니어와 함께 후반 작업에 집중해서 가장 이성적이면서도 감정을 잘 섞어서 만든 버전을 넣었다"라고 소개했다.

미니앨범 '시치미'(2023)에 수록된 '늦은 아침'이라는 곡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정도로, 수민은 느린 템포의 발라드 장르를 "그렇게 많이 해 보지 않은" 상태였다. 슬롬을 비롯한 친구들과 회사 식구들은 곧잘 그에게 '수민표 발라드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하곤 했다. '침몰'은 그렇게 수민의 두 번째 발라드가 됐다.

친구들 반응은 어떨까. 수민은 "지들은 제일 좋아한다, 여러모로"라고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수민이라는 캐릭터가 뭔가 리드미컬한 음악을 하고, 그 안에서 장난스러운 가사를 많이 전개한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까 그런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꼈나 보다. 전형적인 아쉬움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이런 사람이 이런 감정을 건드렸을 때 더 크게 와닿을 거 같다는 얘기를 대체로 많이 해 줬다. 지금 아니면 언제 할 수 있을까 생각도 했다"라고 답했다.

수록곡 9곡을 전부 단독 작사한 수민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가사'를 물었다. 한숨을 내쉬며 "하… 너무 어렵다, 진짜"라고 고민하던 수민은 '침몰' 가사를 쓰던 때를 떠올렸다. 그는 "가사는 쓰면서도 정말 많이 울었다"라고 털어놨다.

"사랑 찬미를 떠나서 그 이상의 한 사람과 끝까지… 상처 주고 상처받고 괴롭히고 괴롭힘 주고 그 안에서 함께 걸어가고 늙어가고 싶다는 다짐인 거 같아요. 사랑을 감정이 아닌 동반과 헌신의 문제로 보기 시작하면서 한 사람과 함께 영원히 침몰하는 형태의 가사예요. '저 침몰할래요' 하고. 누가 됐든 이 감정을 스스로 느꼈는데, 제가 20대 때는 이런 감정이 찾아올 거라는 생각을 안 했어요. 예전엔 '왜 저렇게까지 남자한테 헌신하지? 했는데 뭔가 제가 여성으로서 타고난 모성애라는 게 있다고 한다면 그게 발현되면서 제가 설명할 수 없었던 감정도 알게 된 거죠. 가치관도 그렇고 너무 많은 것들이 바뀌었어요. 지금 제가 봉착한 것들에 관해 독후감 줄거리 처럼 써 내려간 가사예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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