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인공지능 활용 성과를 공개하기 위해 도입한 공시제도가 기관마다 다른 집계 기준 탓에 실적을 제대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공지능 시스템 하나와 인공지능으로 제작한 짧은 영상 한 편을 똑같이 활용사례 1건으로 집계하면서 실적 부풀리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문영 의원(전남광주 광산을)이 공영홈쇼핑 제출자료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 공시를 분석한 결과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 11곳의 인공지능 활용사례는 모두 94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공영홈쇼핑이 인공지능으로 제작한 짧은 영상이 48건으로 전체의 51.1%를 차지했다. 공영홈쇼핑 한 기관의 영상 제작 실적이 나머지 기관 10곳의 활용사례 46건을 넘어선 것이다.
기관별 집계 방식도 달랐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인공지능 평가모형인 'K-Value'와 온라인수출플랫폼 'GobizKorea' 등 시스템이나 서비스 하나를 각각 1건으로 공시했다. 기술보증기금도 인공지능 기반 특허자동평가시스템 등 개별 시스템을 1건씩 집계했다.
반면 공영홈쇼핑은 인공지능으로 제작한 영상 한 편을 각각 1건으로 계산했다. '패션팔로미' 영상 15건과 '저스트트래블' 영상 16건 등 두 프로그램에서만 31건이 활용사례로 잡혔다.
인공지능 시스템 하나와 영상 한 편이 공시상 같은 실적 1건이 된 셈이다.
한국벤처투자는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인 '구글 제미나이' 구독을 활용사례로 공시했다.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은 구축 사전검토 단계인 'AI 데이터 거버넌스 위원회'까지 사례에 포함했다.
반면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인공지능 인력 7명을 공시하고도 활용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기관들의 공시 기준 위반이 아니라 정부의 통일된 집계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시스템과 사업, 영상 등 결과물 가운데 무엇을 활용사례 1건으로 볼지 명확하지 않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인공지능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 관련 공시제도를 도입하고 2025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부터 인공지능 활용 혁신에 최대 1.5점의 가점을 부여했다.
임문영 의원은 "인공지능 시스템 하나도 1건이고, 짧은 영상 한 편도 1건이라면 숫자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인공지능 성과는 영상 몇 편을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비용과 시간이 얼마나 줄었고, 중소기업 판로와 매출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의원은 "올해가 첫 공시인 만큼 지금 바로 기준을 잡아야 한다"며 "내년에도 이런 방식으로 숫자만 쌓이면 공공기관 인공지능 공시는 성과를 보여주는 지표가 아니라 숫자 세기 경쟁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