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영화 한 편 보러 제주서 왔어요"…반환점 돈 BIFF 열기 고조

한글날 연휴 마지막 날 영화의전당, 영화팬·나들이객 발길
경쟁작 포토콜·야외무대인사·아주담담으로 관객과 소통
닷새 만에 프로그램 이벤트 관객 5만명, 지난해 최종치 넘어

11일 영화의전당이 영화제를 찾은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박중석 기자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반환점을 돈 가운데 한글날 연휴 마지막 날 영화의전당은 영화팬과 나들이객으로 북적였다.

한글날 연휴 마지막 날인 11일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는 오전부터 영화팬과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영화의전당의 거대한 지붕 '빅루프' 밑 광장은 축제 열기로 가득하다. 광장 곳곳에 들어선 이벤트 부스마다 차례를 기다리는 관람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유모차를 미는 할아버지와 아장아장 걷는 아이, 팔짱을 낀 연인과 여행용 가방을 끄는 젊은이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광장을 메웠다. 나무 상자로 만든 탁자에는 삼삼오오 둘러앉아 음식을 나눠 먹는 이들이 이야기꽃을 피운다.

인조잔디를 깐 야외 라운지 무대 앞은 이미 자리가 찼다. 빈백(푹신한 의자)에 몸을 묻은 관객들이 영화 책자를 넘기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다음 행사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영화팬들이 빈백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박중석 기자

친구들과 함께 영화제를 찾았다는 이윤성(58)씨는 "근처에 사는데, 영화를 보는 것보다 영화제 기간만 되면 이 근처가 축제장이 되는 것 같아 괜히 기분이 들뜬다"며 "영화제를 찾은 사람들, 가끔씩 인사하는 배우들을 보며 축제를 즐기고 있다"고 했다.

광장을 지나 영화관 입구로 향하자 BIFF 로고가 새겨진 대형 벽면 앞에서 저마다 포즈를 잡는 사람들로 붐볐다. 한 사람이 두 팔을 벌리고 서자 일행이 휴대전화를 들어 사진을 찍는다.

하늘연극장 안 로비에는 영화제 공식 포스터가 큼지막하게 걸렸다. 붉은 카펫이 깔린 계단 옆에는 '경쟁 포토콜 일정 안내' 입간판과 조명 장비가 세워져 있다. 스타들이 서는 장소다.

먼 길을 달려온 영화팬들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팬들의 사연도 다채론다.

하늘연극장 1층에서 상영 시간을 기다리던 최윤정(38)씨는  영화 한편을 보기 위해 제주도에서 왔다고 한다.

최씨 영화표를 손에 꼭 쥔 채  "평소에 접할 수 없는 영화라서 멀더라도 영화제를 찾았다"고 했다. 최씨는 영화를 본 뒤 곧장 제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했다.

제주에서 온 최윤정씨가 영화표를 보여주고 있다. 최씨는 이 영화를 보고 제주로 곧장 돌아갈 예정이라고 했다. 박중석 기자
한글날인 지난 9일 친구 2명과 함께 부산에 내려왔다는 김예빈(26)씨는 사흘 동안 8편의 영화를 봤다고 한다. 김씨는 "좋아하는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힘들지 않다"며 웃음 지었다.

포토콜·무대인사…관객 곁으로 간 영화인

이날 영화제는 관객과 영화인이 마주하는 자리로 채워졌다.

영화의전당 루프씨어터에서는 낮부터 '딥 블루'와 '옛날 옛적, 미래에' 팀의 야외무대인사가 열렸고, 오후 들어서는 '플래시 포워드' 섹션 감독들이 무대에 올랐다.

경쟁부문 포토콜은 낮 '비트윈 투 러버스'에 이어 늦은 오후 '평범하기 위하여', 저녁 '바다에 새겨진 이름'이 차례로 관객 앞에 선다.

한맥 스무스 라운지에서는 '비전-한국' 감독·배우 토크에 이어 '세계가 주목하는 아시아 영화', '짐 퀸' 감독과의 아주담담이 늦은 오후까지 이어진다.

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성황리에 열렸다. 김혜민 기자
저녁 무렵에는 동서대·경남정보대 센텀캠퍼스에서 주디트 고드레슈(Judith Godrèche) 감독의 씨네 클래스가 열린다.

남포동 비프광장에서는 낮에 싱어송라이터 정밀아의 공연과 '기담' 무대인사가 열렸고, 저녁에는 커뮤니티비프를 마무리하는 '남포피날레'가 영화팬들을 만난다.

기장근대역사관 앞 잔디밭과 부산대 차 없는 거리, 정법사 등에서도 저녁까지 토크와 관객과의 대화(GV)를 곁들인 상영이 이어진다.

프로그램 이벤트에 5만명 몰려, 반환점 돈 BIFF

지난 6일 개막한 영화제는 반환점을 돌았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개막 닷새째인 지난 10일까지 프로그램 이벤트를 찾은 관객이 5만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프로그램 이벤트는 오픈 토크와 야외무대인사, 아주담담을 비롯해 씨네 클래스와 액터스 하우스 같은 실내 행사까지 아우른다. 닷새 만에 지난해 프로그램 이벤트 최종 관객 수를 넘어섰다.

재혼황후 출연진이 야외무대인사를 진행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올해 처음 수요일에서 화요일로 개막일을 앞당긴 영화제는 상영관은 물론 영화의전당 야외 행사장에도 연일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해를 맞은 경쟁부문 13편 가운데 12편이 월드 또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소개됐다. 이날 '바다에 새겨진 이름' 상영을 마치면 경쟁작 13편이 모두 공개된다.

장이머우(Zhang Yimou) 심사위원장을 비롯한 심사위원 7명은 5개 부문 '부산 어워드' 수상작을 가릴 예정이다. 대상 수상작에는 미국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출품 자격이 주어진다.

지난 8일 남포동을 중심으로 시작한 커뮤니티비프와 8개 세션으로 꾸린 포럼 비프는 이날 나흘간의 일정을 마친다.

영화제 전반부에는 정치적 논란에 휩싸인 영화 '암살자(들)'의 감독과 배우들이 참여할 예정이던 영화제 행사가 모두 취소돼 뒷말을 남기기도 했다.

영화제 후반부에도 관객과의 만남은 계속된다. 배우 김국희, 공민정, 김준한 등이 참여하는 '아주담담 씬 스틸러: 장면을 훔친 사람들'이 관객을 찾는다.

린타로 감독의 마스터클래스 모습.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주디트 고드레슈 감독과 배우 심은경의 씨네 클래스, 정성일 평론가가 고(故) 안성기 배우와 한국영화사를 되짚는 스페셜 토크도 이어진다.

배우 이자벨 위페르(Isabelle Huppert)와 마르크 피투시(Marc Fitoussi) 감독의 오픈 토크, 제작자 장원석과 경쟁 심사위원 비간 감독의 씨네 클래스도 예정돼 있다.

마지막 날인 오는 15일에는 배우 임시완의 단독 사회로 폐막식이 열린다. 두 번째 '부산 어워드' 수상작을 발표하고, 대상 수상작을 폐막 상영하며 열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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