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 중 장모를 살해한 뒤 배우자를 납치해 도주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남성은 이미 가정폭력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는데, 앞서 배우자가 연락을 받지 않자 경찰에 실종신고까지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경찰 등에 따르면, 20대 남성 A씨는 지난 8월 배우자인 20대 여성 B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B씨를 찾아 달라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서울 용산경찰서는 B씨의 소재를 확인했지만, B씨는 남편 A씨에게 가정폭력을 당한 사실이 있다며 자신의 소재를 알리지 말아 달라고 경찰에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경찰은 A씨에 대한 가정폭력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A씨와 B씨는 이혼 소송 중이었으며, 두 사람이 과거 함께 거주했던 경기 수원시 권선구에서 폭행이 발생했다는 진술에 따라 사건은 수원권선경찰서로 이송됐다.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권선경찰서는 아내 B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가정폭력 피해 진술도 확보했다. 이에 경찰은 법원에 임시조치 2·3호를 신청했고, 법원은 남편 A씨에게 B씨에 대한 100m 이내 접근과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B씨에게는 신변보호용 스마트워치도 지급됐지만, 사건 당일 스마트워치는 꺼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이날 살인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가정폭력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진술 외에 뚜렷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남편 A씨에게 두 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A씨가 불응하면서 피의자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추가 증거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영장까지 발부받았지만, 이를 집행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이날 새벽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서 50대 장모 C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B씨를 자신의 차량에 태워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오전 5시 38분쯤 "남자(A씨)가 한 여자(B씨)를 끌고 가려고 한다", "여자 1명(C씨)이 쓰러져 있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C씨는 현장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곧바로 A씨의 행방을 추적했고, 강원경찰청 등과 공조해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강원 양양군의 한 야산에서 B씨를 A씨의 차량과 함께 안전한 상태로 발견했다.
이후 A씨를 계속 추적한 끝에 이날 오후 12시 35분쯤 같은 야산에서 A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