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이후 첫 경찰청 국정감사가 12일 열린다. 검찰청 폐지 등 형사사법체계 개편으로 경찰의 수사 책임이 커진 만큼 수사 역량과 책임성을 둘러싼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금융권 인공지능(AI) 해킹 사건의 수사 공백 우려와 장윤기 사건의 부실수사 의혹, 제주 실종 사건의 허위 종결 논란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경찰-중수청 관할 모호?…'금융권 AI 해킹' 수사 공백 우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경찰청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이번 국감에서는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에 따른 수사 공백 우려와 주요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의 수사 역량 및 지휘·감독 책임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먼저 최근 금융권을 대상으로 한 AI 해킹 사건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경찰이 맡은 첫 대형 사이버 사건이다.
지난 1~2일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서 AI를 이용한 해킹 시도가 잇따라 확인됐다. 일부 금융사에서는 고객 개인정보가 대량 유출됐다.
경찰의 정식 수사 전환이 늦어지면서 수사 공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해킹 사건은 신속한 증거 확보가 중요한 만큼, 내사 착수부터 정식 수사 전환까지 시간이 걸린 이유가 국감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경찰은 해킹 발생 직후 내사를 벌이다가 지난 6일 정식 수사로 전환하고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대를 중심으로 디지털포렌식·국제공조 인력 등을 영입해 43명 규모의 전담수사팀도 꾸렸다.
수사기관 간 관할 문제도 남아 있다. 경찰은 해당 사건이 중수청 수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상태다. 만약 경찰이 수사 도중 사건을 중수청에 이첩해야 한다면 초동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사건은 개편된 형사사법체계의 수사 대응 역량을 가늠할 첫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국감에서는 경찰이 내사에 착수하고도 정식 수사로 전환하기까지 시간이 걸린 이유와 수사기관 간 관할 조정이 수사 지연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윤기 사건' 부실수사 의혹…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공방
'광주 여고생 살인' 장윤기 사건을 둘러싼 경찰의 부실수사와 비위 의혹도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 5월 경찰은 애초 장윤기를 단순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직접 보완수사를 한 끝에 강간등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광주 광산경찰서 담당 수사팀이 장윤기의 아버지에게 수사 정보를 유출하고 주요 증거물을 고의로 확보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장윤기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이라는 사실도 알려졌으며, 경찰 지휘부가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수사 비위와 검찰의 보완수사 권한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국감에서는 경찰의 초기 수사 과정과 정보 유출 의혹, 지휘부 책임뿐 아니라 검찰 보완수사권 개편의 적절성을 놓고도 공방이 예상된다.
제주 실종 사건 허위 종결·김병기 수사 지연도 도마에
제주 실종 사건 허위 종결 논란에 대한 지적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제주 서부경찰서 소속 경장 A씨는 지난 5월 30대 여성 장모씨와 7월 60대 남성 박모씨에 대한 실종신고를 접수한 뒤, 실제 소재를 확인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두 사람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가 처리한 실종 사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부적정 처리 사례 25건이 추가로 확인됐다. A씨는 지난달 구속기소됐으며, 지난 8일 제주 서부경찰서 징계위원회에서는 파면 처분이 의결됐다.
국감에서는 실종 사건 종결 절차에 대한 점검과 경찰 조직의 관리감독 부실 문제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소속 김병기 의원에 대한 수사 지연 논란도 질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경찰은 지난해 9월 김 의원 관련 고발장을 접수했지만, 13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경찰은 고발장 접수 약 1년 만인 지난달 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마지막 피의자 조사 이후 5개월이 지난 점 등을 들어 구속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영장을 반려했다. 경찰은 현재 보완수사 차원에서 전직 보좌진 등 사건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다시 조사하고 있다.
지난 8월 경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사건을 1개월 이내에 처리하도록 지시했지만, 수사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6일 수사기한을 한 달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고, 수사심의위는 이를 받아들였다.
국감에서는 1년여간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경위와 마지막 피의자 조사 이후 5개월간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 수사심의위의 처리 지시에도 수사기한을 한 달 연장한 배경 등에 대한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