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청한 지 막 일주일을 넘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지방청장(1급 수사관)에 대해 행정안전부 장관이 직접 감찰을 지시하고 나섰다.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를 공개 비판한 것에 대해 정면으로 꾸짖으며 이례적인 광경을 낳았다.
법조계에선 중수청의 각종 장비·인력·시스템 등의 미비로 수사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인사 갈등까지 빚으며 '개문발차의 난국'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능력도 안 되면서…" 李대통령 심기 반영?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전날 중수청에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에 대해 감찰 착수 지시를 예고했다. 검찰 내 대표적인 개혁론자인 임 광주청장은 검사에서 중수청 수사관으로 옮긴 재직자 중에선 최고기수(사법연수원 30기)다.윤 장관은 자신의 X(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에 대한 임 지청장의 비판을 '지적질'이라고 표현하며 "중수청을 수사하는 기관이 아니라 정치하는 기관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임 지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초대 중수청장 후보가 김지용 전 검사인 것만큼은 아니어도 중수청 1호 감찰 대상이 제가 된 것은 많이 안타깝고 서글픈 일"이라고 반응했다.
그는 자신이 검사 시절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백지 구형' 지시를 따르지 않은 뒤 정직 4개월 징계를 받았다가 징계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던 일을 거론하며 "사명감을 가지고 잘 대처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중수청 길들이기'로 읽히는 감찰에 대해 반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법조계에선 윤 장관이 이재명 대통령의 심기를 의식해 중수청 내부를 향해 초반 '기강잡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이 대통령은 최근 "능력도 안 되면서 큰 자리를 요구하고 인사나 국가정책까지 자기 뜻대로 하려다가 잘 안되니 대의명분 삼아 급진 개혁을 내세우며 내부 공격을 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밝혔는데, 임 지청장을 비롯한 중수청장 후보자 반대파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같은 이 대통령 발언 직후 윤 장관의 감찰 지시가 이어진 탓이다.
중수청 내부서도 "힘 합쳐도 모자란데…" 우려
이런 광경을 바라보는 법조계는 "설상가상"이란 반응이다.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을 지냈던 정지웅 변호사는 CBS노컷뉴스에 "인사가 만사(萬事)인데 중수청 출범 직전까지 소속 직원들이 어디로 출근해야 할지 몰라 졸속이더니 출범하자마자 고위 간부에 대한 감찰 지시가 나왔다"며 "인사 검증과 조직 운영에 대한 충분한 숙고가 있었는지 되묻게 한다. 인사가 난사(難事)가 된 셈"이라고 비판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도 "지금 SNS로 싸울 때가 아니라 개문발차로 인한 중대범죄 수사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 답을 내놓아야 할 때"라며 "스스로 눈 위에 눈을 계속 쌓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수청 내부에서도 걱정하고 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중수청 수사관은 "하나로 힘을 합쳐도 자리를 잡는 게 힘겨운데 내부에서 싸우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라며 "감찰 때문에 부정적 이슈가 한동안 이어질 거 같아 더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감찰관도 공석…김지용 후보자 청문회 변수될까
한편 윤 장관 지시에도 임 지청장에 대한 감찰은 당장 이뤄지긴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중수총 본청의 2급 국장급인 감찰관이 공석이기 때문이다. 중수청법상 감찰관은 내부나 외부를 대상으로 공개모집 절차를 거쳐 임용되게 돼 있다.조직의 수장으로서 실질적인 감찰 착수 지시 등의 권한을 갖는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 취임도 변수다.
검사 출신인 김지용 후보자에 대해 임 지청장을 비롯해 여권 내부에서도 비토가 있는 상황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오는 14일 김지용 중수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로 적합한지 검증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