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두 달 가까이 6천 중반~7천 초반에 갇혀 있다. 올해 가장 긴 횡보다. 이 기간 미국 장기금리는 5%를 넘어섰고 외국인은 5개월 연속 순매도를 이어간 가운데, 지수는 7천선을 넘었다가도 번번이 되밀렸다.
'6500~7000' 갇힌 코스피
올해 코스피 지수를 분석해보면, 지수는 8월 12일부터 10월 8일까지 38거래일 동안 종가 기준 6471~7081 사이에서 움직였다. 이 가운데 31거래일은 종가가 6500~7000 구간에 머물렀다. 6500 아래로 마감한 날은 8월 19일(6471.17) 하루, 7000을 넘어 마감한 날은 6거래일뿐이다.종가 기준 고점과 저점 차이가 10% 안쪽인 구간으로 따지면 올해 가장 긴 횡보다(본지 분석). 종가가 7000을 넘은 날은 9월 9일·10일·21일·22일·23일과 10월 2일이고, 가장 오래 버틴 것이 3거래일이다.
코스피는 6월 22일 종가 기준 최고치(9114.55)를 찍은 뒤 7월 한 달 동안 22.19% 급락했고, 이후 이 구간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9월 한 달 등락률은 +0.26%였다. 지난 8일에는 6625.93으로 2.62% 내려 2일(7003.74) 이후 사흘 연속 하락했다.
7월 급락 뒤 방향을 잃은 코스피가 두 달 가까이 박스권에 머문 주요 원인으로는 미 장기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외국인이 순매도를 이어간 점이 꼽힌다.
미 연준은 9월 16일 기준금리를 3.75~4.00%로 올렸지만, 지난 7일(현지시간) 9월 FOMC 회의록 공개 후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의 10월 동결 확률은 82.8%로 높아졌다. 9월 29일에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장중 5.293%까지 올라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9월 코스피에서 21조5108억원을 순매도해 5개월 연속 팔았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76.6%를 차지했다. 지난주(6~8일)에도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삼성전자 실적·기타법인 순매수가 버텨
외국인이 대규모로 팔았는데도 지수가 크게 밀리지 않은 데는 삼성전자 등 반도체 대형주의 실적과 기타법인의 순매수가 버팀목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지수를 받쳤다는 해석이 나온다.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107조4천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106조6400억원)를 웃돌았다. 전년 동기보다 782.5% 늘어 분기 기준 사상 최고이고, 국내 기업 분기 영업이익이 100조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이 실적은 8일 장 시작 전 공시됐지만 코스피는 이날 2.62% 하락해 지난주(6~8일) 낙폭이 5.39%(377.81포인트)에 달했다. 삼성전자(-2.42%)와 SK하이닉스(-2.44%)도 내렸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미국 시장이 높은 장기금리에도 사상 최고치 부근을 유지할 수 있었던 핵심 배경으로 강한 이익 증가를 짚었다.
받치던 힘은 약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6~8일) 3거래일 동안 기타법인은 2조4823억원을 순매수해 이전보다 매수 강도가 둔화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6조4692억원, 기관은 2조3887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이 6조3596억원을 순매수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7월 급락 이후 변동성과 거래대금도 크게 줄었다. 하루 등락률이 3% 이상인 날은 7월 22거래일 중 14일이었지만 9월에는 20거래일 중 3일, 10월(5거래일)에는 없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6월 50조3천억원에서 9월 21조4천억원으로 58% 줄었다.
서상영 상무는 이번 주 시장 방향을 가를 변수로 △미국 물가와 소비가 높은 장기금리를 안정시킬 수 있는지 △3분기 실적이 이미 높아진 이익 기대를 숫자로 확인해주는지 △12~15일 열리는 OCP 글로벌 서밋에서 AI 투자의 지속성과 수익성이 확인되는지를 꼽았다. 14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와 15일 생산자물가지수·소매판매가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