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지용의 공판부, 사기 피해자 '무고 역기소'…고통의 1년 8개월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지용 변호사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가 과거 검찰에서 공판부를 이끌 당시 검찰총장 출신 변호사 수임을 주선하겠다며 수천만원을 가로챈 사기죄 사건에서 피고인의 구형을 포기한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은 뒤 공판부는 항소도 포기했는데, 피고인과 전직 검찰총장의 친분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참고기사 : [단독]김지용, 공판부장 때 사기 피고인 '구형 포기'…전관 뒷배 의식했나)
 
더 이례적인 전개는 검찰이 피고인의 1심 결론이 나오기도 전에 사기 피해자를 상대로 한 무고죄 수사에 착수해 '역(逆)기소'했다는 점이다. 그는 재판에서 결국 무고 혐의를 벗었지만, 검찰은 포기하지 않고 항소를 강행했다. 그러나 법원은 2심에서도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김 후보자는 당시 공판부장으로서 무고죄 수사와 기소 전반을 지휘했다. 자의적 수사·기소가 의심되는 사건에 관여한 인물이 '수사·기소 분리' 대원칙 아래 출범한 부처의 초대 수장으로서 적절하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1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 후보자는 2016~2017년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장으로 재직했다. 지난 2010년 이른바 '국새(國璽) 사기 사건' 민홍규씨(前 4대 국새제작단장) 재판에서 파생된 사업가 A씨와 민씨의 아내 김모씨 관련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던 시기다.
 
발단이 된 건 민씨가 만기 출소한 뒤 아내 김씨가 A씨를 변호사법 위반과 사기 혐의로 고소하면서다. 전직 검찰총장 B씨와 오랜 지인인 A씨가 민씨 수사 단계에서 다리를 놔주겠다는 명목으로 5천만원을 가로챘다는 것. 검찰 수사팀은 A씨에게 혐의가 있다고 보고 사기죄로 재판에 넘겼지만, 김 후보자의 공판부는 구형을 포기했다. A씨는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공판부가 파고든 지점은 따로 있었다. 금전사기 피해를 호소한 김씨가, 알고 보니 A씨를 허위사실로 고소했다는 새로운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석연치 않은 조짐은 재판 초기부터 포착됐다. 공판검사는 A씨의 사기 혐의 입증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김씨가 A씨에게 건넸다는 5천만원의 조성 경위 등을 캐묻는 데 집중했다. A씨를 기소한 주체인 검찰이 돌연 금전사기 피해자를 추궁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당시 김씨의 진술에 일부 오류가 있었던 건 맞다. 5천만원을 '은행지점에서 전액 현금 인출'했다는 부분이다. 검찰이 구형 포기 사유로 든 것도 김씨의 진술 신빙성이었다.
 
문제는 검찰이 재판부에 요청한 계좌금융조회 결과가 나온 시점이다. 김씨가 5천만원을 통째로 인출한 적이 없다고 회신이 온 것은 2016년 11월 15일이다. 반면 검찰이 A씨로부터 '무고죄 피해자 진술조서'를 받아 관련 수사를 개시한 것은 이보다 일주일 전인 11월 8일이다. 뒤바뀐 선후관계상 피고인 편에서 기획된 '답정너' 수사가 아니었는지 의심되는 부분이다.
 
공판부는 법원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지 5개월 만인 2017년 5월 김씨를 무고와 모해위증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수사 단계에서는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까지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앞선 A씨의 재판에서는 구형마저 포기한 공판부가 김씨를 상대로는 기소 전부터 신병 확보 시도를 포함해 혐의 입증에 전력투구한 셈이다.
 
이때 공판부의 주장은 ①A씨가 김씨로부터 5천만원을 건네받은 다음날 김씨가 돈을 바로 되찾아가 변호사 선임료로 이 현금을 쓴 적이 없다는 점 ②그런데도 김씨는 A씨가 중간에서 돈을 가로챘으니 처벌해달라며 '없는 사실'을 꾸며내 고소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 주장들은 법원에서 모두 뒤집혔다. 서울중앙지법은 2018년 2월 김씨의 1심 재판에서 무고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2010년 9월 변호사비 전달 명목으로 A씨에게 현금을 교부했다거나 그 액수가 5천만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허위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돈을 받은 즉시 김씨에게 돌려줬다는 A씨의 주장 역시 진실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들이 여럿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거짓말 탐지기로 김씨 주장은 '사실', A씨는 '거짓' 반응이 나타난 점도 되짚었다. A씨가 김씨의 문제 제기 이후 3800만원 상당 토지 소유권을 김씨에게 넘긴 점 역시 무고 혐의 무죄의 근거로 작용했다. 당시 공판부의 주장과 달리 김씨에 대한 역기소가 오히려 사기 사건의 진실을 드러내는 단초가 된 것이다.
 
모해위증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지만, 사건의 본류인 무고 혐의에는 무죄가 선고되면서 당초 A씨의 구형을 포기한 공판부의 판단에도 물음표가 재차 따라붙었다. 하지만 검찰은 똑같은 주장을 내세우며 항소를 고집했다. 김 후보자는 대검찰청 감찰과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였지만, 애초 잘못 꿴 단추는 바로잡히지 않았다.
 
2심 재판부의 결론 역시 1심과 같았다. 사건의 사실관계를 판단하는 마지막 재판 단계에서도 법원은 김씨의 무고에 혐의점이 없다고 봤다. 김씨가 무고죄를 벗기까지는 그렇게 자그마치 1년 8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당시 공판부의 사건 처리는 과거부터 문제돼온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지적할 만한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도 김씨의 1심 판결 직후 논평을 내고 "일반적인 경우라면 돈이 변호사에 전달됐는지, 전달되지 않았다면 A씨에게 변호사법 위반이 성립하지 않는지 등을 조사했어야 한다"며 "그런데 검찰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수사와 공판을 진행했다. 누가 봐도 전직 검찰총장을 봐주고 힘없는 일반인에게 검찰권을 남용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공소권 남용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김씨가 '2010년 촬영한 현금사진'이라며 검찰에 제출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사진 속 현금 일부의 발행일이 2014년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김씨를 무고와 모해위증으로 기소, 재판 과정에서 일부 위증이 인정돼 유죄 선고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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