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생, 원조 당구 女神 넘었다' 차세대 껍질 깨고 첫 우승 "훈련하느라 애완견 임종도 못 봤죠"

'이제 내가 당구 여신!' 정수빈이 11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올 시즌 4차 투어 '크라운해태 PBA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에서 이미래를 누른 뒤 우승컵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PBA

드디어 정수빈(26·NH농협카드)이 '차세대 미녀 스타'의 껍질을 깨고 프로당구(PBA) 데뷔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원조 당구 여신 이미래(30·하이원리조트)를 넘어 정상에 올라 의미를 더했다.

정수빈은 11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올 시즌 4차 투어 '크라운해태 PBA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에서 이미래를 눌렀다. 세트 스코어 4-2(11:1, 11:10, 10:11, 11:7, 8:11, 11:5) 승리로 정상에 등극했다.

PBA 데뷔 4년여 만의 첫 우승이다. 정수빈은 지난 2022-23시즌 3차 투어인 TS샴푸·푸라닭 챔피언십에 데뷔해 37번째 대회 만에 우승 상금 4000만 원을 거머쥐었다. 지난 시즌 9차 투어인 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 준우승의 아쉬움을 털어냈다.

정수빈은 당구장 아르바이트를 하다 3쿠션에 입문했다. 짧은 구력에도 정수빈은 2024-25시즌 하나카드 챔피언십 4강에 오르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당구 여제' 김가영(하나카드)에 3승 1패로 앞선 천적으로도 주목을 받은 정수빈은 빼어난 외모까지 갖춰 차세대 여왕으로 당구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엄청난 기량 발전에도 우승 고비를 넘지 못했다. 정수빈은 첫 4강 이후 14개 대회 만인 2025-56시즌 하이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 모처럼 8강에 올랐지만 이미래에 리버스 스윕 2-3 패배를 안았다. 이후 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 결승까지 진출했으나 임경진(브레이커스)과 풀 세트 접전 끝에 3-4로 아쉽게 우승컵을 내줬다.

그런 정수빈은 5개 대회 만에 마침내 마지막 고비를 넘었다. 지난 시즌 이미래와 8강전에서 당한 패배를 설욕하며 차세대 당구 여신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지난 시즌 PBA 골든큐 어워즈에서 영스타상을 받은 정수빈은 신인을 넘어 PBA 간판으로 거듭날 발판을 마련했다.

정수빈이 결승에서 신중하게 샷을 구사하는 모습. PBA

정수빈은 이날 초반 확실하게 기선을 제압했다. 1세트 3이닝째 뱅크 샷 2개를 포함해 8점을 퍼부으며 4이닝 만에 세트를 마무리했다. 2세트에도 9이닝째 뱅크샷 등 4점을 몰아치며 11-10(11이닝)으로 2-0 리드를 잡았다.

통산 6승에 도전하는 이미래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3세트 정수빈이 3-5로 뒤진 2이닝째 7점을 몰아쳐 세트 포인트를 맞았지만 3이닝 연속 공타에 그친 사이 이미래가 침착하게 득점하며 6이닝 만에 11-10, 1점 차 승리로 만회했다. 정수빈이 4세트 3, 4이닝 4점씩 올리며 3-1로 앞서갔지만 이미래도 5세트를 따내 2-3까지 추격했다.

자칫 지난 시즌 역전패의 기억이 떠오를 만한 상황. 그러나 정수빈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6세트에서 정수빈은 장기인 뱅크 샷 2방을 앞세워 3이닝 만에 8-1 리드를 잡았다. 이미래가 날린 회심의 3뱅크 샷이 무산된 가운데 정수빈은 10-5로 앞선 10이닝째 얇은 두께를 이용한 뒤돌리기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시상식에 나선 PBA 장상진 부총재(왼쪽부터), 이미래, 정수빈, 크라운해태 기종표 단장. PBA

우승 뒤 정수빈은 "'정말 해냈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면서 "부모님과 응원해주신 분들, 최근에 무지개 다리를 건넌 강아지 생각도 났는데 훈련 때문에 무지개 다리를 건너간 것을 보지 못했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이어 "당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아는 것이 거의 없어서 너무 막막했다"면서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내가 높은 곳까지 언제 올라갈 수 있을까' 생각도 많이 들었는데, 이런 순간을 기대하고 더 열심히 훈련했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지난 세월을 돌아봤다.

지난 시즌 준우승이 보약이 됐다. 정수빈은 "이렇게 늦은 시간에 경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그때는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서 "이번 결승 진출을 확정하고 수면 패턴도 바꿨는데 결승전 시간에 맞춰 늦은 시간에 자고 늦게 일어났다"고 귀띔했다.

3차 투어 우승자 박정현(22·하림)에 이어 정수빈까지 여자부는 20대 젊은 기수들이 약진하고 있다. 이에 정수빈은 "박정현, 한지은(에스와이) 선수는 공을 잘 치는 데다 경기력도 안정돼 항상 보고 배우는 게 크다"면서 "내가 뒤늦게 당구를 시작했고,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나 많아 지금도 기초를 더욱 쌓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정수빈이 NH농협카드 선수단과 함께 기념 촬영한 모습. PBA


방송 인터뷰에서 정수빈은 1살 언니인 소속팀 동료 김보미에 대해 "다음에는 우승해야 돼"라고 언급했다. 이에 정수빈은 "공개적으로 말을 해서 김보미 선수가 기분이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정말 내가 좋아한다"면서 "충분히 좋은 실력을 가진 선수인 만큼 응원하고 싶었다"며 동료애를 과시했다.

그러면서도 정수빈은 "우승이 정말 힘들고, 기본적인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따라야 하는 걸 많이 느꼈다"면서 "그래도 이번 시즌에 우승을 한 번 더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과연 차세대 미녀 스타의 껍질을 깬 정수빈이 시즌 멀티 우승으로 완전히 PBA의 간판으로 성장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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