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수출 83% 급증에도 소비는 뒷걸음…AI 호황, 가계 온기는 부족

KDI 제공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수출과 설비투자가 호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소비는 여전히 부진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기업 부문의 성장세가 뚜렷한 반면 고물가와 임금 상승 부진으로 가계 구매력 회복이 더뎌 경기 개선의 온기가 내수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하는 모습이라는 평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발표한 '경제동향 10월호'에서 AI 관련 수출과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우리 경제의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가계의 소비 여력이 충분히 회복되지 못하면서 소비 개선은 완만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봤다.

수출은 AI 관련 품목을 중심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9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83.5% 증가했다. 일평균 수출액 기준으로 반도체와 컴퓨터는 각각 304.9%, 497.6% 늘었다. AI 인프라 투자 수요 확대에 따라 철강제품(15.3%)과 비철금속(49.1%) 수출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다만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의 높은 증가율에는 가격 상승의 영향도 반영됐다.

설비투자 역시 반도체 관련 부문을 중심으로 호조를 보였다. 8월 설비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16.1% 증가했으며, 반도체 제조용 장비 투자는 107.7% 늘었다. 일반산업용 기계 등 반도체 이외의 기계류 투자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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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소비는 뒷걸음질 쳤다. 8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3% 감소했으며, 계절조정 기준으로는 전월보다 1.8% 줄었다. 특히 승용차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19.2% 감소하면서 내구재 소비 부진을 이끌었다.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에 따른 수요 선반영 효과가 이어진 가운데 완성차 업체의 파업과 하계휴가에 따른 일시적 생산 차질도 영향을 미쳤다.

가계의 구매력 회복이 더딘 점도 소비 부진의 배경으로 꼽힌다. 올해 1~7월 실질임금 상승률은 0.2%에 그쳤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통신비 관련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2.9%로 전월보다 낮아졌다. 그러나 통신비를 제외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 2.7%에서 3.1%로 높아졌다. 국제유가와 생산비용 상승 등 공급 측 물가 압력이 이어지면서 가계의 실질 구매력 회복도 제약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용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8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8만 4천명 증가해 전월의 10만 8천명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그러나 고용 개선에도 실질임금 상승이 미약해 소비 회복으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적인 모습이다.

결국 AI 관련 수출과 설비투자가 경기 회복을 이끌고 있지만, 그 성과가 가계의 소비 여력 개선으로까지 충분히 확산하지는 못하고 있다.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등 대외 불확실성도 향후 물가와 내수 회복의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KDI는 "고유가 지속 등으로 공급 측 물가 상방 압력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기조적인 임금상승세는 미약해 가계 구매력의 회복이 제약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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