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서 전국 4개 항만공사(PA) 통합 정책이 화두에 올랐다. 여야 모두 목적이나 추진 과정 등에 우려를 나타냈으나, 해수부 답변은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12일 부산 해양수산부 별관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산과 울산, 인천과 여수·광양 항만공사를 통합하는 정책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야당 의원들 "이재명 독재 정책, 피해는 국민이"
해수부 장관을 지낸 국민의힘 조승환 의원은 "항만공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역별 화물 특성이나 항만 기반이 지역이라는 특성, 수출입 중심인 우리나라 산업구조 등을 고려해 만든 제도"라며 "이명박 정부 등에서 통합 논의가 있었지만 독립적인 항만공사 형태가 효과가 크다고 이미 입증됐다"고 언급했다.이어 "농지 전수조사처럼 이 정책도 순서와 절차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통합 계획이나 일정 등이 전혀 공개된 게 없다"라며 "지역 여론이나 항만 이용자 의견은 철저하게 무시된 이재명 정부의 독재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션교 의원은 항만공사 통합 문제를 두고 주무 부처인 해수부가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끌려다니고 있다며 거세게 질타했다.
김 의원은 "국민과 다수 공직자, 노조가 반대하는 통합을 왜 굳이 하려고 하나. (해수부) 장관도 솔직히 통합에 반대하는데 청와대에서 밀어붙이니까 억지로 하는 것 아니냐"라며 "공직자가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을 주인을 모시겠다고 했는데, 장관은 왜 말도 안 되는 통합에 대해 제대로 말을 못 하나"라고 몰아세웠다.
이어 "이 문제로 소통은 얼마나 했는가. 9월 8일 차관 간담회, 같은 달 15일 장관 간담회 딱 두 번 했다. 국무조정실에 알아보니 재정경제부에 물어보라고 하고, 주무 부처인 해수부는 전혀 관계없는 부서처럼 일하고 있다"라며 "안 되면 안 되는 거라고 강력히 얘기해야 한다. 피해 보는 건 대한민국 국민이다"라고 강조했다.
범여권 의원들도 "통합하면 항만별 특성 사라질 수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항만공사를 통합하면 각 항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나 강점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더불어민주당 주철현 의원은 "여당 국회의원으로서 대놓고 반대할 수는 없지만, 지역에서 엄청나게 우려가 크다"라며 "세계적으로도 항만공사는 지역별로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게 일반적이고, 선진국은 특히 그렇다. 우리나라처럼 중앙정부에 집적해서 한 군데에 모으는 경우는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가피하게 통합이 되더라도 인사나 총괄 기능만 통합 본부에서 가지고, 나머지 예산 편성이나 사업을 하는 기능은 지역에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개호 의원도 "가장 큰 문제는 통합 이후에 각 항만이 가진 기능 분담을 기약하기 어렵게 된다는 점"이라며 "부산항은 컨테이너 중심 물동항, 광양항은 철강 등 산업항인데 항만공사를 통합해서 종합 관리하면 이런 항만별 특수성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해수부가 저희 의원실에 '통합 관련 입장이 없다'고 답한 지 12분 뒤에 통합 발표가 나왔다. 통합에 찬성할 거면 명백한 찬성 근거를 국민에게 제시해야 하고, 반대할 거면 소신을 가지고 기재부와 협의하고 청와대에 의견을 내야 하는데 계속 공식 입장이 없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2011년 통합 효과 분석에서는 '매우 미미할 것'이라고 나왔다. 이를 뒤집을 만한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이런 분석도 없이 일을 추진할 수 있는가"라며 "관련법에 따르면 국회 소관 상임위에 보고해야 하는데, 보고도 안 했다. 이제 와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하는 건 '답정너' 의견수렴"이라고 맹비난했다.
의원들의 질의에 황종우 해수부 장관은 우려하는 부분을 반영해 문제가 없도록 통합을 준비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이어갔다.
황 장관은 "현재 통합 방안에 대해 용역하고 있다. (통합이라는) 방향을 저희가 받았기 때문에, 그 방향대로 잘 만들어서 문제가 안 생기도록 노력을 다하고 있다"라며 "공공기관 통합에 대한 취지, 통합 항만공사의 취지 두 가지 다 잘 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항만은 지역 공공자산" PA 노조·시민단체 장외 투쟁
한편 이날 국감장 앞에서는 전국 4개 항만공사 노동조합과 부산·인천 경실련이 항만공사 통합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이들은 "통폐합 실익이 입증되지 않았고, 결정부터 하고 검증은 나중에 하는 방식으로 졸속 추진하고 있다"라며 "4개 항만 모두 기능도 경쟁 환경도 전혀 다르며, 지역 산업과 일자리와 함께 움직여 왔는데 지역과 한마디 협의 없이 하나로 묶는 것은 지역 공공자산을 중앙이 일방적으로 가져가는 정부의 횡포"리고 비판했다.
노조와 시민단체는 국감장에 들어서는 의원들에게 정책서한문을 전달하면서, 이 문제를 국정감사에서 철저히 검증해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