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가 과거 대검찰청 감찰과장으로 재직할 당시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가해 정황을 인지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진모 전 검사의 성폭력 감찰 의혹을 비롯해 김 후보자의 미온적인 사건 처리 과정이 재차 불거지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12일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대검 감찰1과장 재직 당시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폭행 사실을 알고도 감찰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의 질의에 "가해자가 안 전 검사장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명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가해자를 몰랐다는 주장과 달리 후보자가 직접 양모 당시 마산지청장에게 전화해 가해자가 안태근임을 확인한 사실이 없는지' 재차 묻자 "감찰1과장 부임 후 정식 조사가 아닌 주위 풍문을 통해 의혹의 상대방이 안모 검사일 수도 있다는 정도를 확인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같은 서면 답변 범위 안에서도 '명확히 기억나지 않는다'에서 '안태근 전 검사장일 수 있다는 정도를 확인했다'는 취지로 말이 바뀐 것이다. 김 후보자가 당시 안 전 검사장의 가해 정황을 일정 부분 인지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안태근 성추행 사건'은 2010년 한 장례식장에서 안 전 검사장이 후배인 서지현 전 검사를 강제추행하고 이후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이다. 지난 2018년 당사자인 서 전 검사의 공개 폭로로 검찰 내 성비위와 은폐 민낯이 드러나며 한국 사회 '미투 운동'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안 전 검사장의 가해 정황을 확인했지만, 김 후보자는 별다른 조치에 나서지 않았다. 피해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김 후보자는 답변서에서 "당시 피해자나 구체적인 행위 내용까지 특정된 상태는 아니었기에 정식 조사는 진행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어 정식 조사가 어려웠다는 김 후보자의 답변은 다소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 서 전 검사도 방송에서 피해 사실을 공개 폭로한 직후인 2018년 2월 '대검이 2017년 가해자가 안 전 검사장임을 확인하고도 즉시 감찰에 착수하지 않은 이유를 조사해달라'는 의견서를 진상규명 조사단에 제출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안 전 검사장이 당시 '현직'이 아니어서 감찰에 한계가 있었다는 답변도 내놨다. "설령 가해자가 안태근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이미 면직상태였기 때문에 재직중인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감찰 업무 성격상 감찰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궁색한 해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후보자가 진상을 규명할 의지가 있었다면 감찰이 아닌 인지수사나 고발 등 다른 강제수단을 통해서라도 사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안 전 검사장 사건을 심리한 항소심 재판부도 "조직 내 이런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다면 진상조사는 당연히 해야 했던 것"이라고 질타했다.
김 후보자도 사건 처리에 아쉬움을 일부 남겼다. 그는 답변서에서 "당시에는 제보의 구체성, 감찰 대상 여부 등을 고려해 감찰 착수와 그 절차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당시에 보다 적극적으로 진상 확인을 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