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習 "북중 통상구 전면 개통"…두만강 겨냥?

[강성웅의 글로벌 포커스]
中 동북3성, 北 협력 주도
북중 국경 통상구 16개
習 "전면 재개통 하자"
두만강 다리 2개 준공
"中, 두만강 진출 가속"

북중 국경의 두만강 하류에 위치한 신두만강대교. 중국이 지난 2018년 건설한 왕복 4차선 교량이다. 북한의 라선경제무역지대로 곧바로 연결된다. 다리 양쪽에는 중국 훈춘시(琿春市) 취허통상구(圈河口岸)와 북한 라선시 원정리 세관이 설치돼 있다. 다리 건너편에 북한의 통관시설들이 보인다. 사진: 구글 어스 2023년 10월 7일 (Airbus, Landsat/Copernicus, Data SIO, NOAA, U.S. Navy, NGA, GEBCO,Maxa Technologies)
북한과 중국의 교류와 협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6월 시진핑 (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을 방문한 이후부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당시 시 주석에게 "북중관계가 가장 중요한 최우선적 전략적 사업"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북한에 '국경 통상구의 전면 재개통'을 제안했다. 그리고 "북중관계가 새로운 역사적 여정에 들어섰다"고 선언했다. 
 
이후 북한과 중국의 고위급 왕래가 활발해졌다. 중국 권력 서열 3위 왕후닝(王滬寧)이 평양에 다녀갔다. 박태성 북한 총리도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은 특히 지린(吉林), 랴오닝(遼寧), 헤이룽장(黑龍江) 등 동북 3성을 앞세워 북한과 대대적인 인적· 물적 교류와 협력에 나서고 있다.
 
북한이 국경 통상구의 전면 개통을 수용할 경우, 라진항 차용, 두만강 출해 등 중국의 동해 진출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왕야쥔(王亞軍) 북한 주재 중국 대사가 지난 9월 19일 중국 창춘시(長春市)를 방문해, 황창(黄强) 지린성(吉林省) 당서기와 후위팅(胡玉亭) 성장을 만났다. 북한 주재 중국 대사관 홈페이지 캡처
왕야쥔(王亞軍) 주북한 중국 대사가 지난달 본국에 다녀온 것도 이런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의 목적지는 수도 베이징이 아니다. 중국에서 북한과 국경을 가장 길게 접하고 있는 지역인 지린성(吉林省)이다.
 
왕 대사는 9월 19일 지린성 주도 창춘시(長春市)를 방문해 황창(黄强) 지린성 공산당 서기를 만났다. 
 
이 자리에 후위팅(胡玉亭) 지린성 성장도 참석했다. 지린성의 당 서기와 성장은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으로 성내 권력서열 1, 2위다.
 
북한 주재 대사가 지린성의 두 거물을 한 자리에서 만난 것은 지난 6월 열린 시진핑·김정은 회담의 후속 조치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회담에서 시 주석은 '북중 국경 통상구(중국어로 '커안' 口岸)의 전면 재개통'을 제안했다. 통상구는 국가간 교역과 왕래의 통로다.
 
북한과 중국은 2001년에 체결한 협정에 따라 압록강과 두만강변에 15개의 통상구를 설치했다.
 
이후 2007년 1곳이 추가돼 모두 16곳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많지 않다.   
 
신압록강대교의 경우  통관시설은 만들어져 있지만 아직 개통돼지 않은 상태여서 집계에서 제외된다.
 
황창 당 서기는 이번 북중 정상회담이 "중북간 전통적 우호관계에 새로운 의미와 강력한 동력을 불어넣었다"고 추켜세웠다. 
 
이어 "지린성은 이런 계기에 맞춰 북한과 우호적 교류를 강화하고 실무협력을 착실히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왕야쥔은 "지린성이 북한과 교류 및 경제무역 협력을 심화하는 것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시진핑의 방북 이후 북중 교류의 전면 확대가 중국 중앙정부의 중요한 외교적 방침이 된 것이다.

왕야쥔 북한 주재 중국 대사가 지난 9월 21일 중국 옌지시(延吉市)를 방문해 후자푸(胡家福)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공산당 서기를 만났다. 북한 주재 중국 대사관 홈페이지 캡처
왕야쥔 대사는 이틀 뒤인 9월 21일, 북한으로 귀임하는 길에 지린성 옌지시(延吉市)에 들렀다.
 
옌지시는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정부의 소재지다. 그는 이곳에서 자치주의 1인자인 후자푸(胡家福) 공산당 서기를 만났다.
 
후자푸 서기는 "옌볜주의 지리적, 문화적 이점을 활용해 북한과의 지역, 경제, 무역협력 및 문화교류를 견고히 추진하겠다"고 확언했다.
 
옌볜자치주에는 북한 함경북도와 열차 및 도로로 연결된 투먼통상구(图们口岸)가 있다.
 
왕야진 북한 주재 대사는 "옌볜과 북한의 적극적인 교류협력이 옌볜의 경제 및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주북한 중국 대사관이 북중 협력을 지원하는 것이 "국가의 전반적 외교 전략에 기여한다"는 말도 곁들였다. 
 
중국이 북중 교류의 전면 확대를 위해, 국경지역의 지방 정부와 북한 주재 대사관을 총동원하고 있다.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노동자구와 중국 지린성 투먼시를 연결하는 두만강의 신투먼-남양대교. 2015년 중국이 착공했으며 2019년에 준공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2019년 8월에 촬영. 노컷뉴스 자료화면
북한 주재 중국 대사관에 따르면, 왕야쥔은 옌볜주 당서기를 만난 다음날인 9월 22일 국경을 넘어 함경북도 온성으로 이동했다.
 
왕 대사는 국경 도시인 투먼시(圖們市)를 거쳐 투먼-남양간 두만강 다리를 이용해 육로로 북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랬다면 왕야쥔이 스스로 중국의 투먼통상구와 북한의 남양세관을 답사 차원에서 직접 통과한 셈이 된다. 
 
북한 온성에 도착한 왕야쥔은 한국전쟁 참전 중공군 전사자의 묘소를 참배했다. 첫날부터 80여 년이 지난 '혈맹의 흔적'을 챙긴 것 것이다.
 
다음날인 23일에는 함경북도 도청 소재지인 청진을 방문했다. 여기서 도지사격인 박명호 함북 인민위원장을 만나 국경지방간 교류협력의 확대를 제의했다
 
이 자리에서 왕 대사는, 중국에서 만난 지린성 및 옌볜주 수뇌부의 북중 협력 의지와 구체적 방안을 전달했을 것이다.
 
이어 같은 날, 청진에 있는 북한의 교복공장과 신발공장을 방문했다. 중국이 지원해온 직하(稷下)농장과 화교 학교도 잇따라 둘러봤다. 
 
생필품 제조기술 지원과 농업 협력이 지린성과 북한의 우선적인 협력 분야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행보다.

왕야쥔 북한 주재 중국 대사가 지난 9월 23일 함경북도 청진에 있는 학생교복공장을 방문했다. 중국 지린성 방문을 마치고 육로를 통해 북한으로 돌아온 지 하루 만이다. 북한 주재 중국 대사관 홈페이지 캡처

동북 3성의 랴오닝성(遼寧省)과 헤이룽장성(黑龍江省)도 북한과의 교류협력 강화 방침을 표명했다.
 
두 성이 동시에 이런 내용을 발표한 시점은 시진핑의 방북 직후인 지난 6월 12일이다.
 
쉬쿤린(许昆林) 랴오닝성 공산당 서기는 "북중관계의 심화 발전을 촉진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랴오닝성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접해 있다. 북중 간의 대표적 국경 도시인 단둥(丹東)이 바로 랴오닝성에 속해 있다.
 
지난 1월 성 정부 업무보고에서 랴오닝성은 "신압록강대교의 개통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4차선 교량인 신압록강대교는 지난 2014년 준공된 뒤 12년째 개통되지 않고 있다. 
 
신압록강대교의 방치는 북중이 전략적 협력관계지만, 신뢰에 기초한 실질적 교류와 협력은 부진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그런데 지난 9월 북한 전문 미국 매체 '38노스'는, 위성 사진 분석을 통해 신압록강대교가 곧 개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관측했다.
 
동북 3성 가운데 가장 북쪽의 헤이룽장성도 쉬친(许勤) 당 서기 주재로 상무위원회를 열어 북한과의 교류 확대 방침을 내놓았다. 
 
"북한의 각 지역 및 분야와 적극 교류하면서, 무역, 농업, 건설, 과학기술, 의료 및 보건 등의 영역에서 협력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또 "교육, 문화, 관광, 체육, 청소년 등의 분야에서 교류를 강화"하기로 했다. 조만간 중국인들이 줄지어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

라선경제무역지대를 포함한 두만강 하류지역이 북한과 러시아의 경제적, 군사적 요충지가 되고 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의 제안대로 북중 통상구가 전면 재개통될 경우, 중국의 두만강 하류지역 진출도 급진전될 가능성이 있다. 사진은 지난 9월 7일 열린 북한과 러시아의 두만강 자동차 다리 개통행사.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 홈페이지 캡처

동북 3성을 앞세운 중국의 북중 협력 재개 의지가 분명해지면서, 라선경제무역지대를 포함한 두만강 하류지역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경제적으로 뒤쳐진 동북 3성을 북한과 연계해 발전시키려 하면서, 동해로의 진출을 지속적으로 노려왔기 때문이다. 
 
중국 선박이 두만강을 거쳐 동해로 나가도록 한다는 이른바 '동해 출해'도 이 전략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영토는 동해 쪽으로는 막혀있다. 따라서 중국은 우선 북한 또는 러시아의 항구 사용권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25년 지린성 공산당위원회가 제시한 15차 5개년 계획에는 "항구 차용을 통한 해상 진출을 실질적으로 추진한다"고 적시돼 있다.
 
라선시, 즉 라선경제무역지대 안에 위치한 북한의 라진항은 중국이 임차를 시도하는 동해안의 대표적인 물류 거점이다.
 
그런데 최근 라선시를 중심으로 한 두만강 국경지역은 북한과 러시아의 경제적, 지정학적 요충지가 됐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이후 북러 사이의 인적·물적 교류가 급증하면서, 이 일대가 전진기지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7일에는 북한과 러시아의 영토를 잇는 두만강자동차다리가 개통됐다. 사상 최초다. 북러간 교류는 더 늘어날 것이다. 
 
이런 흐름에 중국이 합류하려는 것이다. 북러의 밀착을 감시 또는 견제하려는 속셈이 깔려있을 수도 있다.

두만강 하류에 위치한 중국 지린성 훈춘시 취안허 통상구. 이곳에서 두만강을 건너면 라선경제무역지대의 원정리와 곧바로 연결된다. 중국통상구협회(中國口岸協會) 홈페이지 캡처

이런 시점에 중국이 북한의 라선경제무역지대와 연결되는 국경지역 교통망을 이미 대대적으로 확충해 놓았다는 사실이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8년 두만강 하류에 4차선의 현대식 교량을 준공했다. 북한의 라선경제무역지대로 곧장 연결되는 다리다.
 
'신두만강대교'로 불리는 이 다리는 중국 훈춘시 취허(圈河)와 북한 라선시 원정리를 잇고 있다. 
 
중국 쪽 취허통상구(圈河口岸)에서 라선시의 선봉항까지는 36km, 라진항까지는 51km 거리다. 차로 1시간 내에 닿을 정도로 가깝다.
 
이 다리를 통해 중국은 산업제품, 건축자재, 철물, 식품, 의류, 생필품, 자동차 등을 주로 북한에 수출하고 있다.  
 
북한은 해산물, 채소, 수공예품, 가발 등을 중국에 팔고 있다. (자료: 중국 통상구협회) 제한된 규모지만 화물과 사람이 꾸준히 드나들고 있다. 
 
중국이 8년 전 건설한 신두만강대교는, 최근 개통된 북러 사이의 두만강자동차다리에서 상류쪽으로 불과 약 20km 떨어져 있다. 
 
러시아와 중국 모두 북한의 라선지역과 육로로 연결된 두만강 다리를 보유하고 있다.

두만강 국경지역에 위치한 중국의 투먼통상구. 두만강 구간 북중 국경의 유일한 철도다리가 이곳에 있다. 중국은 지난 2019년 이 철교에서 하류로 600m 지점에 중국의 투먼시와 북한의 함경북도 남양노동자구를 연결하는 4차선 현대식 교량을 건설했다. 중국통상구협회(中國口岸協會)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지리적, 역사적으로 더 가까운 중국이 장기적 전략을 가지고 북한에 접근해 온 것은 분명해 보인다.
 
중국은 북중간 신두만강대교에서 상류쪽으로 약 60km 떨어진 두만강의 또다른 통상구에도 현대식 교량을 하나 더 건설했다.
 
바로 지린성 투먼과 함경북도 남양을 잇는 4차선 다리다. 중국이 2015년 공사를 시작해 2019년쯤 끝낸 것으로 추정된다. 
 
신투먼-남양 대교로도 불리는 이 자동차 다리의 상류쪽 600m 지점에는 기차용 철교도 있다. 1933년에 개통돼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중국은 북중 두만강 국경에서 사실상 유일한 이 철도 다리를 통해 동해안의 선봉항과 나진항까지 기차로 도달할 수 있다.
 
북중 교류의 재개에 대비해 철도와 도로, 교량 그리고 통관시설까지 갖춰놓은 것으로 보인다.

강성웅 국제정치 칼럼니스트, 전 YTN 베이징특파원

※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