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시대적 과제와 사명을 제시해 온 나부터포럼(대표 류영모 목사)이 140여 년 전 한국인과 한국교회의 뿌리를 재조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에 영향을 끼친 개신교 선교 역사를 재조명하고, 오늘날 한국교회의 길을 모색해보자는 취지이다.
나부터포럼은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서울클럽에서 '한국인 그 뿌리를 찾아 내일의 한국을 그리다'를 주제로 제6차 포럼을 열었다.
나부터포럼은 지난 2024년부터 '축소사회', '갈등사회', '선교 140주년', '인공지능과 교회', '정교유착'을 주제로 포럼을 열고, 교회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해왔다.
나부터포럼 대표 류영모 목사(한소망교회 원로)는 "오늘의 한국교회는 사회의 중심에 서지 못하고 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며, "갈등을 조정해야 할 교회가 갈등의 조장자가 되었고 이념을 신앙화하고 정치를 우상화해왔다"고 말했다.
류 목사는 이어 "이런 때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무엇을 더 하겠는가'가 아니라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이다"고 말했다.
포럼에서는 '한국 사람 만들기' 저자인 함재봉 한국학술연구원 원장이 '기독교·한국·한국인' 제목으로 주제 강연에 나섰다.
함재봉 원장은 "조선이 멸망하고 일제 강점기를 거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는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 형성과 제도에 새로운 토대를 놓은 것은 기독교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개화기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분들과 독립운동을 하셨던 분들이 개신교인들이었다"고 말했다.
함 원장은 또, "독립신문은 조선 사람이 한국 사람으로 바뀔 수 있는 토양을 조성하고 조선의 전제왕정을 대신할 민주정치체제와 시민사회의 청사진을 명료하게 제시했다"며, "이 독립신문은 기독교 신문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기독교가 교회와 학교, 병원, 일자리를 만들어내면서 유교 사회를 대체하는 대안적 공동체를 완벽하게 구현했다"고 분석했다.
기독교가 구한말 계급혁명과 종교개혁, 문자혁명 등을 주도했다는 이야기다.
주제 강연 후 진행된 좌담회에서는 '잊혀진 영웅들, 독립운동가' 저자인 정상규 작가와 연동교회 김주용 목사가 패널로 나섰다.
연동교회는 1894년 미국 북장로회 소속 모삼열(S.F. Moore) 선교사가 개척한 교회이다. 연동교회 1대 목회자 제임스 게일(James Scarth Gale)선교사는 당시 차별받던 천민들에게 복음을 전해 반상 타파에 힘썼다.
연동교회는 1904년 이상재를 비롯한 정부 관리와 사대부 양반들이 출석하게 되면서 반상타파에 선구적 역할을 했고, 천민 출신 고찬익 조사를 투표를 통해 장로로 장립했다.
또,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고종황제 밀사로 참석해 을사보호조약이 일본의 강제에 의한 것임을 폭로한 이준 열사도 연동교회 출신이다. 이밖에 독립운동가 김마리아와 신의경, YMCA 초대 총무 김정식 선생, YWCA 창립자 김필례 선생도 연동교회 출신이다.
연동교회 김주용 목사는 "연동교회는 동학운동이 일어난 1894년에 세워졌다"며, "양반과 천민이 똑같이 한 표씩 행사에 장로를 뽑는 투표를 실시해 천민 출신이 연동교회 1대 장로로 세워졌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또, "연동교회는 동학이 아닌 서학을 통해 민주주의를 시행하고 이 땅에 하나님나라를 세우고자 공동체를 만들어 근대화와 한국사회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말했다.
140여 년 전 한국교회 뿌리를 재조명한 나부터포럼은 교회의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해 복음의 본질로 돌아 갈 것을 선언했다.
나부터포럼은 선언문에서 "교회의 존재 이유는 권력도 성공도 영향력도 아니다"며, "십자가와 부활, 회개와 사랑, 진실과 거룩, 섬김과 희생이라는 복음의 본질을 다시 붙들 것"이라고 밝혔다.
나부터포럼은 이어 "선교 초기 학교가 필요하면 학교를 세웠고 병원이 필요하면 병원을 세웠으며, 글을 모르는 백성에게 글을 가르치고 가난한 자와 병든 자 곁으로 찾아갔던 그 정신을 회복 할 것"이라면서 "세상이 교회를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교회가 세상의 아픔 속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울러 시대를 깨우는 교회로서 사명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나부터포럼은 "(선교 초기 교회는) 누구도 보지 못했던 교육의 필요성을 보았고, 인간의 평등과 여성의 존엄을 일깨웠으며, 민족의 독립과 새로운 나라를 꿈꾸었다"며, "오늘 우리 앞에는 인공지능과 생명공학, 기후위기와 저출생, 양극화와 고독이라는 또 다른 문명사적 도전이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나부터포럼은 이어 "변화를 두려워하는 교회가 아니라 변화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묻고 새로운 길을 보여주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며, "다시 복음과 섬김으로 신뢰 받는 교회로, 이 시대를 깨우는 교회가 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나부터포럼 제6차 포럼에는 정영교 예장 합동 총회장, 이철 전 기감 감독회장, 육순종 전 기장총회장, 대한기독교서회 김보현 사장, 한국교회총연합 관계자 등이 참석했으며, 나부터포럼 회원들과 한소망교회 교인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