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한화솔루션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의혹을 신속하고 엄정하게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쿠팡의 현장조사 거부에는 조사권이 막히면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법 집행이 불가능해진다고 경고했다.
기술탈취 의혹에 "엄정 대응" 약속
주 위원장은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이 기술탈취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자 "사안을 신속하고 엄정하게 들여다볼 것"이라며 이 같이 답했다.이어 기술탈취를 중요한 국정과제로 보고 있다며 "꿈도 꾸지 못하도록 엄정하게 다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한화솔루션이 스마트폰 방열 부품인 초박판 베이퍼챔버를 개발한 중소기업 CGI의 인수 실사에서 확보한 자료를 활용해 동종 사업에 진출했다는 의혹을 언급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CGI는 비밀유지계약을 맺고 실사에 응했지만 한화솔루션이 인수가를 낮추면서 인수가 무산됐다. 이후 한화솔루션은 자회사를 설립하고 양산 장비를 발주했다.
김 의원은 이를 "전형적인 M&A 실사형 기술탈취"라고 주장하며 전담 조사 인력 투입과 한화솔루션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한 현장검증을 요구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국감에서 CGI 기술을 참조해 개발 기간을 단축한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도 중소기업 CDS글로벌이 개발·납품한 설비의 도면을 인산가가 자사 명의 특허 출원에 활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신속한 조사를 요구했다. 주 위원장은 기술탈취 대응을 검토해 종합감사 전까지 의원실에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과징금 공방…개인 의혹은 부인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은 공정위 심사보고서의 과징금 산정액과 최종 부과액 사이에 큰 격차가 있다며 산정 기준과 검증 절차를 문제 삼았다.주 위원장은 심의 과정에서 심사관과 조사 대상 기업의 의견을 공평하게 반영하므로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하고, 부족한 점은 점검해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은 과징금 급증과 제재 불복 소송을 거론하며 "공정위 존재 이유가 대한민국 기업을 망하게 만드는 건가"라고 물었다. 과징금 부과와 불복 소송 과정이 퇴직 공무원들의 이권 카르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면서다.
이에 주 위원장은 "정말 처벌을 받아야 할 기업을 봐주는 것이 더 큰 문제점"이라고 반박했다. 또 불공정행위로 얻은 이익에 상응하는 충분한 제재가 필요하다며 과징금 조사 과정을 더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CBS노컷뉴스는 지난달 25일 공정위 자료를 토대로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주요 대기업집단 제재 763건 중 356건(46.7%)이 경고였다고 보도했다. 당시 함께 소개한 경실련의 의결서 분석에서는 2005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기본과징금이 최종 부과 단계에서 총액 기준 44.8% 감경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주 위원장에게 여성 비하 발언으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조사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 물었다. "이게 사실로 밝혀지면 사퇴하실 의사가 있으신 가"라면서다. 주 위원장은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실과 관련 조사·감찰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쿠팡 조사 거부에 "공익 침해" 경고
한편 주 위원장은 쿠팡의 현장조사 거부를 비판하며 공정위 조사권의 실효성과 경제적 약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을 강조했다.
주 위원장은 조사권에 대한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경제적 약자의 최후의 보루인 공정거래법 관련 법 집행이 불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인용으로 얻는 법익은 불명확하지만 "공익에 심대한 악영향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라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도 쿠팡을 비판하며 국회 차원의 대응을 요구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정무위 결의문이나 위원장·여야 간사 명의의 논평을 촉구했고, 박성훈 의원은 미국 증시 상장이 국내 법과 제도를 무시하는 특혜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후 쿠팡 측 증인은 조사 거부라는 지적에 기업의 절차적 권리구제라는 취지로 답했다. 소송 등의 결정은 관련 부서들의 내부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날 유동수 정무위원장은 양당 간사에게 대응 방안 협의를 요청하고 현장조사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입법 검토도 제안했다.
주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반복 담합 사업자에 대한 등록취소·영업정지 제도 도입과 과징금 강화 방침을 밝혔다. 경제적 약자의 단체행동이 담합에 해당하지 않도록 법 체계를 개편하고, 독과점 플랫폼의 불공정행위에 대응하는 입법 논의도 지원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