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도 예정보다 조기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코스피 시장 수급 공백 우려가 번지고 있다. 코스피 대표종목인 두 회사의 자사주 매입 기간에도 코스피지수는 7천 포인트를 쉽사리 넘지 못하는 '박스피(P)'에 갇혔는데,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을 마무리한 뒤 지수가 6300선까지 밀려 불안을 키우는 모습이다.
"자사주 매입 기간이 개미 탈출 기회였나"…불안 확산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6일 자사주 5685만 6305주를 사들인 것을 끝으로 매입 신청을 멈췄다.앞서 삼성전자는 임직원 주식보상을 목적으로 자사가 발행한 보통주식 5328만 5968주 14조 9999억 9999만 2천 원어치를 8월 24일부터 11월 21일까지 장내 매수하겠다고 지난 8월 21일 공시한 바 있다.
목표 수량 매입은 이달 1일 달성했지만, 금액 기준 목표치 달성을 위해 추가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도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SK하이닉스는 40조 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난 8월 20일부터 오는 11월 19일까지 장내 매수하기로 하고 매입을 진행 중이다.
신고 물량 2407만 주 가운데 전날(12일)까지 2045만 주를 매수해 남은 물량은 362만 주로 집계(추정)됐다. 그간 하루 최대 65만 주를 매입하다 최근 들어 하루 40만 주로 매입 속도를 늦췄으나, 이대로면 9영업일내 매입이 완료될 전망이다.
대신증권 권순호 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자사주 매입 금액 기준으로도 삼성전자는 10월 6일 이미 97%를 달성했다. 같은 날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진행률도 금액 기준 83%에 이르렀다.
코스피 대표 종목인 두 회사의 합산 55조 원 규모 자사주 매입이 마무리되면 8월 중순 이후 증시 하단을 지지했던 '기타법인'의 매수 여력도 줄어든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8일 잠정 발표 기준 영업이익 107조 원의 역대급 호실적에도 주당 25만 원까지 급락하며 2거래일 만에 코스피지수를 6300선까지 끌어내렸다. 이에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자사주 사줄 때가 '탈출' 기회였다"는 탄식도 나온다.
변동성 확대 전망…외인 삼성전자 보유율 금융위기 수준으로 '뚝'
시장의 우려는 수급 안전판 역할을 해온 자사주 매입 종료 이후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미래에셋증권 김석환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은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가 확대되는 구간에서도 일부 물량을 지속적으로 흡수하며 주가 하락 압력을 완화하는 역할을 했다"며 "자사주 매입 종료의 의미는 지수를 끌어올렸던 상승 동력이 사라지는 것보다 시장의 매물을 일정하게 받아주던 하락 완충 장치가 약해진다는 데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사주 매입 종료 이후 외국인이나 기관의 매도가 다시 확대된다면 이전보다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이미 매도가 충분히 이뤄져 대규모 매도 역시 멈춘다면 실제 수급 공백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율은 전날(12일) 정규장 마감 시각 기준 46.35%로, 직전 최저치인 2008년 1월 11일(46.35%) 수준까지 떨어졌다. 올해 최대 기록은 1월 6일 52.40%였는데, 열 달 가까이 86조 원 넘게 순매도한 영향이다.
실적이 기업 역사상 최고치를 찍는 상황에서 외국인 지분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내려간 건 '비정상적 과매도 구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단 코스피 3대 주체 중 외국인과 기관은 올해 각각 189조 원, 53조 원가량을 순매도했고, 개인만 약 175조 원 순매수한 상태다.
자사주 없이 실적으로 주가 지지할 수 있나…국내외 기관 복귀 관건
결국 관건은 국내외 기관 투자자를 국내 증시로 돌려세울 수 있느냐인데, 당장은 이달 말 구체화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과 내년도 이익률 증가 전망에 달렸단 분석이다.
대신증권 권순호 연구원은 "높은 금리에도 국내외 투자자는 성장 동력이 확인되는 기업을 찾고 있다. 미국에서는 메모리·그래픽처리장치(GPU)에 집중됐던 인공지능(AI) 기대가 중앙처리장치(CPU)·보안·데이터 등으로 확산되고, 국내에서는 9월 초 은행·보험주 기관 수급이 나타난 이후 반도체 소부장·2차전지 등 대안 성장주에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순환매와 함께 반도체 대형주의 등락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권 연구원은 "향후 방향을 가를 조건은 실적의 지속성과 이익 지속성과 연계한 주주환원 및 효율적 자본배치에 대한 기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대형 반도체주의 잠정 실적에 대한 민감도보다 본 공시 이후 투자자와의 소통을 통한 이익 지속, 주주환원에 대한 내용의 민감도가 큰 국면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SK하이닉스는 40조 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할 예정이며, 삼성전자가 임직원 보상용으로 매입한 자사주도 즉각적인 시장 출회로 이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이에 오는 28일과 29일 각각 예정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발표 및 내년도 이익 전망치, 추가적인 주주환원 계획이 주가 향방을 가를 분수령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최대 110조 원 규모의 추가 주주환원 발표를 예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