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안태근 전 검사장으로부터 당한 강제추행 피해를 고발한 서지현 전 검사가 '사건 당시 가·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아 감찰을 진행하지 못했다'는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의 해명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 후보자의 미온적인 감찰 조치가 당사자의 입에서 직접 언급됨에 따라 초대 중수청장으로서 적격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재차 확산될 조짐이다.
서 전 검사는 12일 페이스북에서 "2010년 사건 후 저는 직속 상사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다"며 "따라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누구인지는 당시부터 특정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단 한 번도 '사건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일관되게 '사과를 원한다',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서 전 검사의 이같은 주장은 당초 알려진 김 후보자의 입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 후보자는 국회에 보낸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가해자가 안 전 검사장이라는 사실은 여러 경로를 통해 일정 부분 인지했다는 취지로 답하면서도 "피해자나 구체적인 행위 내용까지 특정된 상태는 아니었기에 정식 조사는 진행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아울러 "성비위 사건은 진상 확인뿐 아니라 피해자 보호와 2차 가해 방지 역시 매우 중요하다"며 감찰 미착수가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한 조치라고도 덧붙였다. 김 후보자의 이러한 주장에 피해 당사자인 서 전 검사가 '가·피해자 미특정'은 감찰 미수행의 이유가 될 수 없고, 당시 사건화되는 걸 반대한 적도 없었다면서 직격한 것이다.(☞참고기사 : [단독]김지용, 대검 감찰 시절 '안태근 성추행' 정황 알고도 미조치)
서 전 검사는 조사의 공이 진상조사단으로 넘어간 후에도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2차 가해자들을 조사·감찰해 달라', '사건이 은폐된 경위를 밝혀달라'고 수차례 요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시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고,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3명은 "어떤 처벌이나 감찰 없이 모두 검사장으로 승진됐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가 초대 중수청장으로 지명된 상황에 우려도 나타냈다. 서 전 검사는 "더 나은 사람이 없다며 추천된 전직 검사를 보며 다시금 검사 조직 자체가 부끄러워진다"며 "완벽한 제도도, 완벽한 사람도 없다. 그러나 완벽할 수 없음이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78년 만의 대전환을 맞은 형사사법체계를 두고 '이 정도면 되지 않느냐'고 방심하는 순간, 어렵게 시작한 개혁이 또다른 실패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며 "새로운 제도가 국민의 신뢰 속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긴 역사 속에서 '그래도 그때 제대로 시작했다'고 기록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맺었다.